[스페셜1]
[칸 스페셜] 해외 평론가, 기자,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뽑은 베스트&워스트
2016-05-30
글 : 김성훈
<스테잉 버티컬>

화제작과 그렇지 않은 작품의 편차가 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경쟁부문은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경향을 보였다(언제나 그랬듯이 실망스러운 작품도 있었지만 말이다). 저마다 지지하는 작품이 많이 달랐던 것도 평론가, 기자들의 취향을 크게 탔기 때문이다. <씨네21>은 장 미셸 프로동, 위베르 니오그레, 뱅상 말로사, 아야코 이시즈, 리위지에 등 <씨네21> 경쟁부문 별점에 참여한 해외 평론가, 기자 다섯명과 제임스 콴트 토론토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로부터 그들의 베스트, 워스트 리스트를 받았다(아쉽게도 제임스 콴트가 별점에 참여하지 못한 건 순전히 그의 직업 때문이다. 토론토의 라인업을 확보해야 하는 프로그래머로서 별점 참여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척 아쉬워했다).

<러빙>

이들의 이름이 낯선 독자들을 위해 필자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카이에 뒤 시네마> 전 편집장이었던 장 미셸 프로동은 현재 파리 정치대학(시앙스포 파리)과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다. 위베르 니오그레는 프랑스 영화 비평지 <포지티프>의 편집위원으로, 거의 매번 줄 맨 앞쪽에 당당하게 서 있어 멀리서도 찾기 쉽다. 뱅상 말로사는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평론가다. 흥미롭게도 그는 자신의 베스트 리스트에 경쟁부문 상영작이 아닌 <곡성>과 <부산행> 등 한국영화 두편을 포함시키면서 선정 이유를 짧게 보내왔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엘르>는 배짱과 자유로움이 놀라웠고, <곡성>은 한국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악을 힘 있게 그려낸 에세이다. 나홍진은 미장센에서 새로운 단계로 진화했다. <토니 어드만>은 이제껏 본 적 없는, 가장 미스터리하고 코믹한 캐릭터를 가지고 깊은 멜로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부산행>은 지난 10년 동안 본 좀비영화 중 최고인 듯하다. 재미있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정치적이다. 감독의 작가적인 야심과 상업적인 도전 사이에서 완벽하게 결합한 작품이다. <스테잉 버티컬>의 알랭 기로디는 현재 프랑스영화계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특별한 작가다. 특히 이번 영화는 가장 시적인 작업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또 워스트영화로 <퍼스널 쇼퍼>를 꼽으며,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과대평가받고 있는 감독 중 하나다. <퍼스널 쇼퍼>는 학문적인 유령 이야기로, 이 작가의 최악의 영화가 될 듯하다”는 평도 덧붙였다. 최근 토론토국제영화제가 알찬 라인업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건 제임스 콴트의 공이 크다. 베스트영화 다섯편과 워스트영화 한편을 꼽아달라는 <씨네21>의 요청에 그는 “올해는 실망스러운 작품이 많아 역으로 베스트영화 한편과 워스트영화 다섯편을 뽑으면 안 되겠냐”고 농을 던졌다. 그러면서 원래의 요청대로 베스트 다섯편, 워스트 한편을 보내왔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시에라네바다>를 제외한 나머지 네편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넣었다. <라스트 페이스>나 <네온 데몬>이 그렇게까지 후진 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 <패터슨>보다 못 만든 영화라고 깎아내리는 건 좀 그렇다”는 유머러스한 추신과 함께.

<라스트 페이스>

올해 필자들을 선정할 때 가장 신경 썼던 점은 아시아 매체를 포함시키는 일이었다. 지난해에도 <씨네21>에 자신의 리스트를 보내왔던 아야코 이시즈는 일본 <키네마준보>에서 활동 중인 평론가다. 그녀는 “나의 황금종려상은 <토니 어드만>이다. 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사랑스럽다”고 특별히 지지했다. 지난해에도 그랬듯이 아야코 이시즈는 올해도 워스트영화를 따로 꼽지 않았다. 올해 처음으로 <씨네21>과 인연을 맺은 리위지에는 중국 영화 잡지인 <간전영>에서 글을 쓰고 있는 평론가다. 그는 이번 칸영화제에서 본 영화들에 깊은 감명을 받은 듯했다. “이 영화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의 삶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연약하고도 위선적인 인간의 본성 뒤에 큰 힘과 위로를 줄 만한 작품들이다.” 그가 한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아이, 대니얼 블레이크>

장 미셸 프로동 <카이에 뒤 시네마> 전 편집장, 파리 정치대학•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 교수

BEST <엘르>(폴 버호벤) <패터슨>(짐 자무시) <퍼스널 쇼퍼>(올리비에 아사야스) <시에라네바다>(크리스티 푸이우) <졸업>(크리스티안 문주)

WORST <라스트 페이스>(숀 펜)

뱅상 말로사 <카이에 뒤 시네마> 평론가

BEST <엘르>(폴 버호벤) <곡성>(나홍진) <토니 어드만>(마렌 아데) <부산행>(연상호) <스테잉 버티컬>(알랭 기로디)

WORST <퍼스널 쇼퍼>(올리비에 아사야스)

아야코 이시즈 <키네마준보> 평론가

BEST <토니 어드만>(마렌 아데) <아이, 대니얼 블레이크>(켄 로치) <러빙>(제프 니콜스) <마 로사>(브리얀테 멘도사) <엘르>(폴 버호벤)

WORST 없음

리위지에 <간전영> 평론가

BEST <줄리에타>(페드로 알모도바르) <토니 어드만>(마렌 아데) <졸업>(크리스티안 문주) <아메리칸 허니>(안드레아 아놀드) <아가씨>(박찬욱)

WORST <라스트 페이스>(숀 펜)

제임스 콴트 토론토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BEST <시에라네바다>(크리스티 푸이우) <토니 어드만>(마렌 아데) <마 로사>(브리얀테 멘도사) <스테잉 버티컬>(알랭 기로디) <아이, 대니얼 블레이크>(켄 로치)

WORST <라스트 페이스>(숀 펜) or <네온 데몬>(니콜라스 윈딩 레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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