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범죄물의 감각 - 손나리 의상실장
2016-10-03
글 : 윤혜지
사진 : 백종헌

“모나지 않고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라 프로젝트를 끌어갈 때 전체적인 서포트를 잘한다. 영화로 치면 인물이 단독으로 끌고 가는 영화라기보다 전체적인 상황의 밸런스가 중요한 영화 같은 친구라 할까.” 손나리 의상실장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동료 곽정애 의상실장의 평가다. 최근 <암살> <밀정> 등 규모가 큰 시대극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이유도 손나리 실장의 시원시원한 성격 덕인 듯하다.

<암살>에서 가장 중요한 의상 컨셉은 “액션에 용이하면서도 근사해 보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안옥윤(전지현)에게 입힌 옷들도 전부 당대의 사진과 자료를 통해 시대상을 살려 제작한 옷들이다. 안옥윤의 클래식하면서도 실용적인 룩은 “취미로 찾아다니는 빈티지숍”에서 얻은 영감을 적극 활용한 결과물이었다. “레이스가 많은 부츠는 드레시해 보이지만 지퍼가 발명되기 이전 시대에 보편적으로 존재한 소품이다. 요즘의 시각으로 보니 낯설고 예뻐 보이는 거다.”

<밀정>은 “비슷한 시기를 다룬 <암살>을 했던 경험이 있어 현실적으로 작업하기 익숙할 것”이란 이유로 손나리 실장이 맡게 된 작품이다. 두 작품에 이어 또다시 조상경 의상감독과 함께 작업하는 <VIP>에서도 주인공 연쇄살인범의 의상으로 “겉으로 괴기함을 드러내지 않는 평범한 룩”을 고심 중이다.

그런데 실제 손나리 실장은 훨씬 아기자기하고 빈티지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다. “이른바 ‘남자영화’나 범죄수사물이 극장가에 많아지면서 내 의상 취향과 실제로 맡는 일 사이의 괴리가 심해지고 있다. (웃음) 사실 내 취향은 <미쓰 홍당무>나 <우리집에 왜왔니> 같은 일상적이고 독특한 비주얼이 있는 영화인데 그런 시나리오가 요샌 많지 않더라.”

의류학을 전공한 손나리 실장은 대학 시절 교수의 소개로 영화의상 일을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으로 처음 영화의상팀에 들어왔고 <범죄의 재구성> 때부터 조상경 의상감독과 일했다. “조 실장님은 ‘몇시 몇분에 모여서 무엇을 하자’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작업하고 싶으면 아무 때고 나와서 일한다. 그 자유로운 스타일이 나와도 맞았다. 작은 일은 하나하나 세심하게 상의하지 않는 편인데 그런 점도 편하다.” 일만큼 취미 생활도 중요하기에 “아무리 괜찮은 시나리오가 와도 여행 갈 타이밍이면 여행을 간다”는 자유분방한 성격도 조상경 스튜디오 시스템의 분업 과정에 마침맞다. “미리 계획해놓고 사는 편이 아니”라서 <VIP> 이후는 미지수다. “얼마 전에 사주를 봤는데, 올해와 내년은 얌전히 일만 하라더라. 그래서 어쩐지 한동안은 일만 해야 할 것 같다. (웃음)”

<우리집에 왜왔니>

“정말 다양한 원단과 패턴과 재질을 사용했다. 반대되는 소재들이 부딪치는 데서 오는 재미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온갖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다 집어넣은 듯한 수강(강혜정)의 의상은 손나리 실장의 과감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취향이 한껏 묻어난 작품이다. “야성이 살아 있는 나라들로 여행다니는 것이 취미라 그 나라의 전통 의상을 곧잘 사모으기도 한다”는데, 수강의 에스닉한 룩이 그가 각국을 돌며 보고 느낀 정서를 짙게 드러내고 있지 않나 싶다.

의상감독 <암살>(2015) 공동 <황제를 위하여>(2014) <플랜맨>(2013) <무서운 이야기>(2012) <내 깡패 같은 애인>(2010) <우리집에 왜왔니>(2009) <미쓰 홍당무>(2008) <언니가 간다>(2006) 의상팀장 <밀정>(2016) <감시자들>(2013) <신세계>(2012) <고지전>(2011) <달빛 길어올리기>(2010) <모던보이>(2008) <짝패>(2006) <친절한 금자씨>(2005) <얼굴없는 미녀>(2004) <라이어>(2004) <욕망>(2002) 의상팀 <방독피>(2010) <범죄의 재구성>(2004) <살인의 추억>(2003) <버스, 정류장>(2002) 의상지원 <공모자들>(2012) <극락도 살인사건>(2007) <달콤한 인생>(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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