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스튜디오 셀 의 다섯개의 비밀의 방… 특수분장사들의 작업도구들
2016-10-03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백종헌

이 방에서는 기계음이, 저 방에서는 (스프레이 냄새를 없애기 위한) 환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방의 컨셉마다 드라마틱하게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셀 스튜디오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특수분장사들의 작업도구를 엿봤다.

전선과 스패너, 각종 나사들. 곽태용 대표와 셀의 일부 직원들이 애니매트로닉스 작업을 하는 기계실은 흡사 공대 랩실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계적인 소품들로 가득하다. 자주 쓰는 작업도구를 보여달라고 하자 곽태용 대표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 작업상자를 가져왔다. <로봇, 소리>의 현장에 늘 가지고 다녔다는 이 작업상자는 애니매트로닉스의 프로그래밍을 위해 필요한 도구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모든 기계는 엑추레이터(동력원)가 있어야 작동된다. 기계에 움직임을 주거나 기계를 컨트롤하려면 이러한 동력원들이 필요하다. 현장에 가면 간혹 기계가 작동을 멈추는 경우가 있는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기계를 수리할 수 있는 부자재를 이 상자에 늘 넣어가지고 다닌다.”

가위손! 아이언맨! 곽태용 대표가 기계실에 있는 로봇손을 장착하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하하. 1층에 세워놓은 로봇에 부착할 손이다. 사람 팔보다 로봇 팔이 훨씬 길기 때문에 로봇 손가락도 길게 만들었다. 손가락 마디마디의 관절을 원활하게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특히 ‘링크’(관절과 관절 사이의 연결을 뜻하는 말) 기술이 중요하다.”

1층에 위치한 미술작업실과 기계실이 자르고 부수고 깎는 작업을 한다면 2층에 위치한 분장실에서는 보다 정교한 작업이 한창이다. 황효균 대표는 미처 채비를 풀지도 못한 특수분장 가방을 열어 늘 가지고 다니는 소품들을 꺼내 보여줬다. “실리콘, 붓, 알코올, 접착제, 리무버, 프라이머 등등이 있다. ‘분장족’들이라면 반드시 현장에 가지고 다니는 필수품이다. (웃음) 기동성을 좋게 하기 위해 특수분장에 필요한 액체들은 약병이나 화장품 공병에 담는다. 특히 두개의 팔레트에는 피, 멍, 상처를 표현하거나 피부색을 맞추는 데 사용되는 다양한 살색이 들어 있다. 이 자리에는 없는데 좀비 특수분장에 사용되는 ‘좀비 팔레트’도 따로 있다. 그 팔레트에는 주로 푸른 계열의 색감이 많다.”

특수분장사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다는 스패출러를 모아봤다. 셀 스튜디오의 직원들은 저마다의 ‘절대 작대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 시초는 황효균 대표였다고. “스패출러는 보통 실리콘을 배우의 얼굴에 붙이며 피부와 실리콘의 경계를 없애는 데 사용한다. 실리콘을 붙이는 스타일이 특수분장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른 소재의 스패출러를 사용하는데, 나는 신주라는 재질로 자체 제작한 나이프를 사용한다. 연성이 좋아서 이리저리 구부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모양이 비슷한 스패출러의 경우 홈의 개수를 달리해 누구의 ‘절대 작대기’인지를 표시한다. 내 작대기는 홈이 세개다. (웃음)”

채색실에서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한 스탭이 에어브러시를 사용하고 있었다. 에어브러시는 사람 모양의 더미를 제작할 때 채색을 덧입히는 도구다. 배우의 얼굴을 본떠 석고를 제작한 뒤 그 위에 실리콘을 입히고, 에어브러시로 푸른색과 녹색 혈관을 채색하고, 그 위에 살색을 덧입히는 작업이 채색실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