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셀 직원들이 꼽는 베스트10
2016-10-03
글 : 이예지

<친절한 금자씨>(2005) 백 선생 테리어

황효균 대표 박찬욱 감독이 얼굴은 백 선생(최민식), 몸은 개인 생명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셰퍼드를 찍고 얼굴만 CG로 최민식의 얼굴을 합성하려고 했다. 그런데 셰퍼드를 마취하는 건 동물학대 같아서 개의 몸만 만들어 찍고 얼굴은 합성하려고 했는데… ‘하는 김에 얼굴까지 만들어 붙여볼까?’가 된 거다. (웃음) 애니매트로닉스 개를 만들고, 위에 최민식의 얼굴을 더미로 만들어 얹었는데 괜찮게 나왔더라. 완전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만들었고, CG는 개를 조종하는 라인을 지우는 정도로만 사용됐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말

곽태용 대표 한국 최초로 말 애니매트로닉스를 만든 영화다. 훈련이 안 된 말들은 총을 들기만 해도 낙마할 위험성이 있어 촬영용 말을 만들기로 했다. 하단은 기동성 있고 카메라도 올릴 수 있는 차 형태로 만들었고, 상체엔 말 더미를 씌웠다. 관건은 말이 뛰는 동작과 비슷하게 구현하는 것이었다. 말은 달릴 때 단지 상하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비대칭 원운동을 한다. 이 역시 맨땅에 헤딩이었고, 한달 반 동안 말의 움직임만 관찰하며 연구했다. (웃음)

<도둑들>(2012) 마카오 박 얼굴 변장

이희은 실장 마카오 박(김윤석)이 노인으로 변장한 장면이다. 김윤석을 김윤석 같지 않게 분장하는 게 포인트였다. 여러 버전을 만들어 테스트한 끝에, 코도 크게 붙이고 눈썹 뼈도 두껍게 만드는 등 골격을 바꿨다. 배우 본인이 즉석에서 얼굴 변장을 떼어내는 연기를 해야 했는데, 촬영날 홍콩이 너무 더워 땀이 나서 피부가 벗겨지듯 쓱 떨어졌다. 한번에 오케이를 받은 신이다. CG의 도움은 없었다.

<인류멸망보고서>(2012)중 <천상의 피조물> 인명

곽태용 대표 예산이 넉넉지 않은 중·단편이라 로봇 의상으로 가려 했었는데, 막상 하려니 욕심이 나더라. 샘플을 만들어 김지운 감독에게 보여줬는데 흔쾌히 기회를 주셨다. 남자 같지도 않고 여자 같지도 않고 앵글에 따라 표정이 달라 보였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하셔서 얼굴 디테일 잡는 데만 한달 반이 걸렸고, 석달 넘게 밤을 새워가며 제작했다. 한국영화에서 로봇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첫 작품이라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웃음) 등장할 때마다 유압 컨트롤러를 2명이 조종하고, 무선제어하는 데 2명, 유선 LED를 조절하는 사람 1명, 대사에 맞게 입을 이퀄라이즈하는 사람 1명 해서 총 6명이 조종하며 연기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광해 더미

황효균 대표 <광해, 왕이 된 남자>에 더미를 썼다고 하면 다들 어느 장면이 더미냐며 어리둥절해 한다. 티가 안 났다는 뜻이니 좋은 작업이었단 거다. (웃음) 더미를 쓴 건 광해(이병헌)가 누워서 대침을 맞는 신이다. 대침이 너무 커 CG로 침을 그릴까 했는데, 아무래도 더미를 만드는 게 제일 효율적이겠더라. 더미 안에 기계장치를 넣어 숨을 쉬는 것처럼 표현했고, 콧구멍 안에 호스 달린 흡입장치를 넣어 연기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연출했다. 추창민 감독도 만족해했고, 화면으로만 본 남나영 편집기사도 이 장면이 더미인 줄 몰랐다더라.

<대호>(2016) 호랑이와 늑대들

황효균 대표 <대호>의 호랑이는 동작이 역동적이라 애초부터 CG쪽으로 기획했다. 하지만 3D 캐릭터를 만드는 데도 실물은 꼭 필요하고, 배우들이 연기할 때도 몰입하기 위해서도 더미는 필수다. 중국산 백늑대 털을 사서 호랑이털처럼 염색하고 하나하나 심어서 만들었다. 늑대는 아프리카산 코요테 털로 만들었다. 인터랙션이 필요한 부분은 김호식 팀장이 직접 조종하거나 연기한 거다. 대호 앞발 양쪽만 더미를 만들어 손에 끼고 연기했고, 늑대 같은 경우는 늑대 머리 더미를 손에 끼고 연기했다. 연기할 때 보면 빙의돼서 얼굴도 ‘으르렁’대고 있다. (웃음)

<부산행>(2016) 좀비

곽태용 대표 역대 최대 물량의 특수분장이었다. 보조출연자까지 약 100명의 좀비 분장을 해야 했기에, 현장에 캐노피 세개를 붙여 좀비공장을 차렸다. 베이스, 혈관, 렌즈, 피 등 각 담당 스탭을 통과하면 좀비가 된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이 감리(이희은 실장)가 검수해 돌려보냈다. (웃음) 그렇다고 질보다 양은 아니었고. (웃음) 개성 있는 얼굴을 지닌 단역 배우들을 뽑아 입이 큰 친구는 치아를 과장하고, 이마가 넓은 친구는 이마를 튀어나오게 하는 등 실리콘 패치를 붙여 디테일한 특수분장을 했다.

<암살>(2015) 염석진 노역 분장

이희은 실장 늙은 염석진(이정재)이 재판장에서 상체를 노출하는 신에서 그의 몸매를 보고 실망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오해다. (웃음) 최동훈 감독이 단지 나이 든 것뿐만 아니라 배가 볼록 나오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배우가 워낙 배가 없어서 내밀어도 나온 것 같지가 않더라. 그래서 아예 목 이하 상판 전체를 만들었고, 가슴도 처지고 배도 늘어지도록 표현했다. 한국에서 쓴 실리콘 패치 중에 제일 대형 패치일 거다. 관객이 실제 이정재의 몸이라고 착각하는 걸 보니 잘 나온 것 같다. (웃음)

<로봇, 소리>(2016) 소리

곽태용 대표 인간형이 아닌 지극히 로봇다운 로봇이다. 원래 인공위성이었다는 설정이지 않나. 그런데 이런 로봇에서 감정표현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게 과제였다. 우리는 미묘한 속도 변화와 시선에서 그 답을 찾았다. 고개를 들었다 놨다 하거나, 상하좌우로 움직일 때 빠르고 딱딱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속도 변화를 주면서 감정을 표현했다. 또한 시선 연기를 위해 눈에 해당하는 부분 안쪽에 내장 카메라를 설치해 로봇의 시선으로 상황을 보면서 연기를 컨트롤했다.

이희은 실장 만들어낸 곽태용 대표는 ‘소리 아빠’, 조종한 김호식 팀장은 ‘소리 삼촌’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미스터 고>(2013) 고릴라 링링

이희은 실장 링링도 <대호>의 호랑이와 마찬가지로 CG의 실물 레퍼런스를 위해 제작했다. 고릴라 털과 비슷한 미국산 야크 털을 심어 만들었고, 사람이 들어가서 움직일 수 있게 제작해, 마임 배우가 들어가서 연기했다.

곽태용 대표 안에 들어가면 답답하고 더워서 산소공급장치도 만들었다. 이산화탄소 때문에 배우가 기절할 수도 있으니까. 금붕어 어항 같은 시스템이다. (웃음)

사진제공 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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