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타인을 관찰하기보다 내 안을 들여다보았다 - <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감독
2016-10-17
글 : 이주현
사진 : 양경준 (객원기자)

“2011년 3•11 대지진으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걸 목격했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지진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창작자로서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한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 중에는 그날 아침 크게 싸우고 집을 나섰다든지 가족과 꼬인 관계를 제대로 풀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을 거다. 그런 사람들이 사고 이후 더 큰 후회를 하게 되지 않을까. 거기서부터 출발한 이야기다.” <아주 긴 변명>은 버스 전복 사고로 부인을 잃은 남편이 서서히 그 죽음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스타 작가인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는 아내(후카쓰 에리)가 사고를 당하던 날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20년을 함께 산 아내와의 관계는 소원해진 지 오래. 상실의 아픔이나 후회의 감정이 즉각 밀려오지도 않는다. 사치오는 위선적이며 위악적인 언행으로 타인을 그리고 자신을 괴롭힐 뿐이다. 사치오는 “자의식이 강하고,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현대인의 초상이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입체적 캐릭터 구축은 <유레루>(2006), <우리 의사 선생님>(2009)에서 이미 증명된 것처럼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전공이다. “타인을 유심히 관찰하기보다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것이 바로 가장 내밀하면서도 보편적인 심리묘사를 가능하게 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재밌는 것은 니시카와 미와 감독이 꾸준히 남자들의 얘기를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유레루> <우리 의사 선생님> <아주 긴 변명> 모두 상반된 성향을 지닌 두 남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어쩐지 나를 있는 그대로 고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남성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를 만드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들이 종종 작품 속 여성 캐릭터와 나를 동일시할 때가 있다. ‘이거 감독님이 직접 경험하신 거예요?’ 스탭들 또한 그렇게 묻는다. 남성 캐릭터의 가면을 쓰면 훨씬 대담하게 이야기를 쓸 수 있다.” 특히 <아주 긴 변명>엔 “아이를 갖지 않은 채로 중년을 맞이한 사람”으로서의 개인적인 이야기나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들이 많아서, 당분간은 사적인 테마의 영화를 만들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덧붙여 “한국에서 한국의 영화인들과 함께 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한국 제작자들에게 이런 내 마음을 많이 알려 달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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