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명탐정 코난> 극장판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연출해오고 있는 시즈노 고분 감독이 한•중•일 합작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의 연출을 맡는다. 한국의 ‘미디어캐슬’과 중국의 ‘베이징레졸루션’이 제작•투자를 맡고, <아톰>으로 이름난 일본의 데즈카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작품이다. 미야니시 다쓰야의 그림책 <고 녀석 맛있겠다>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고 녀석 맛나겠다> 시리즈의 3편 격인 작품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안녕, 티라노> 제작 발표회와 함께 미디어캐슬 신작 라인업을 소개하는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시즈노 고분을 만나 새 연출작 <안녕, 티라노>(가제)에 대해 들었다.
-<안녕, 티라노> 프로젝트는 어떻게 착수하게 되었나.
=제작을 맡은 일본의 데즈카 프로덕션으로부터 감독 의뢰를 받았다. 제안을 받은 후, 미야니시 다쓰야 작가의 원작 동화책 시리즈를 모두 읽어보았다. 얇은 그림책이지만 그 안에 따스한 에피소드들과 엄청난 감동이 담겨 있더라. 이걸 만듦으로써 감독으로서 한층 더 약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의뢰를 받아들였다.
-원작 그림책의 어떤 부분에 이끌렸는지.
=11권 <계속계속 함께 해>를 토대로 만든다. 시리즈 가운데 가장 영화적인 순간이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림책이란 그림이 많고 글은 별로 없다. 이번에 <안녕, 티라노>를 작업하면서, 그림책이 말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정말 많다는 점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정한 시각을 강요하고 싶지 않아서, 어떤 내용이다라고 콕 집어 말하진 않으려고 한다. 괜히 내가 이야기했다가 미야니시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을지도 모른다. (웃음)
-<명탐정 코난>의 극장판 시리즈는 기존 추리물에 그때그때 컨셉을 달리한 화려한 액션을 가미해왔다. 그림책 <고 녀석 맛있겠다>는 굉장히 정적인 작품이라 둘 사이의 격차가 꽤 커 보인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에서 액션의 비중이 높은 건 내가 정한 방향이 아니다. 극장판을 맡게 됐을 때 처음에 받은 요구가 “액션을 더 강하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워낙 대중화된 콘텐츠라 그해에 가장 관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 PD들이 방향을 잡는다. 개인적으로는 늘 <안녕, 티라노>처럼 정적이고 감동적인 작품을 작업하고 싶었던 터라 이 작품을 연출하게 돼서 매우 기쁘다.
-<안녕, 티라노>의 제작 시스템은 어떤가.
=<명탐정 코난>의 경우는 방향성을 제작위원회의 상층부에서 정하고 그 뒤에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그런데 <안녕, 티라노>는 항상 데즈카 프로덕션의 프로듀서와 함께 시나리오 회의를 한다. 그래서 회의 도중 방향성 얘기가 나왔을 때 감독과 프로듀서간에 의견 차이가 있으면 그때그때 이야기해서 바로 고칠 수 있어 좀더 라이브 감각이 살아 있는 시나리오 개발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번엔 시나리오팀을 꾸려 팀원들이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쓴다. 많은 이미지보드를 그려서 그때그때 이미지를 정해가며 글을 쓰는 할리우드 스타일에 가까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 방식을 쓰면 비주얼 이미지와 스토리라인이 동시에 진행돼 높은 퀄리티의 시나리오와 이미지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어서 요즘 매우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다.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