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정부 비판한다고? 실제 일어나는 일일 뿐 - <신고질라> 히구치 신지 감독
2016-10-17
글 : 김성훈
사진 : 이동훈 (객원기자)

<고지라> 시리즈는 일본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괴수물이다. 혼다 이시로 감독의 <고지라>(1954)가 처음 만들어진 뒤 지금까지 쇼와 시대(1926~89), 헤이세이(1989~현재) 시대 두 왕조를 거치며 총 28편이 제작됐다. 히구치 신지 감독이 <고지라> 시리즈의 29번째 영화를 맡은 건 운명인지도 모른다. <고지라>(1984)가 <메카고지라의 역습>(1975) 이후 10년 만에 부활했을 때 그는 도호 촬영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고지라>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가고 싶었다. 고지라가 부활하는 순간을 목도하고 싶었다. 그만큼 고지라는 내게 특별한 존재다.”

히구치 신지와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만든 <신고질라>는 파괴의 징후를 시작으로 괴수가 방사능으로 할퀴어 아수라장이 된 도시, 그리고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대응 전략을 그리면서 동일본 대지진을 환기시키는 묵시록적 블록버스터다. <거신병 도쿄에 나타나다 극장판> 이후 4년 만에 호흡을 맞춘 안노 히데아키와 그가 21세기 일본에서 고지라를 다시 꺼낸 이유가 있다. “혼다 이시로 감독의 <고지라>는 전쟁과 과학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이었다. 과학이 세상에 좋은 영향만 끼치는 건 아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났고 도쿄 원전이 폭발하지 않았나. 그런 문제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파괴의 스펙터클을 전시하고, 고지라에 대한 팬심을 담은 이전 시리즈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재난(고지라) 앞에서 허둥지둥하는 일본 정부의 시스템과 그럼에도 위기를 극복하려는 국민들의 노력을 대비해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다. “안노 히데아키와 함께 고지라가 일본에 나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2년간 성실히 취재했다. 정부 관료들은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대안을 내놓지 않고, 더 나아가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영화가 정부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걸작 애니메이션 <나디아>와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에 참여한 뒤, <일본침몰> <진격의 거인> 파트1, 2 등 블록버스터를 주로 만들어온 히구치 신지 감독이 인상적으로 본 괴수물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괴수물이었다. 특히 괴물이 한강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와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다.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해 무척 억울했다. (웃음)” 어쨌거나 <신고질라>가 내년 상반기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라니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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