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최고의 시네마틱 트레일러
2017-01-09
글 : 송경원

영화화되는 게임들을 볼 때마다 한숨을 쉬는 게이머들은 말한다. ‘제발 트레일러만큼만 만들지.’ 게임 내 플레이 그래픽이 아닌 영상을 뜻하는 게임 트레일러는 높은 완성도로 게임에 대한 기대와 몰입도를 이끄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만큼 고퀄리티의 역량이 집중된 영상으로 영화에 버금간다는 의미에서 시네마틱 트레일러라 칭하기도 한다. 거꾸로 영화 만들기를 배워도 좋을 만한 명품 트레일러 제작사들을 소개한다.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

1. 시네마틱 트레일러의 왕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아들아, 뭘 하는 게냐.” “왕위를 계승 중입니다, 아버지.” <워크래프트3>에서 저주받은 검 서리한에 의해 타락한 왕자 아서스가 아버지를 살해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 중 하나다. 블리자드의 시네마틱 트레일러는 게임을 낼 때마다 역사를 새로 쓴다. 회사 내 전문 트레일러팀을 둔 극소수의 업체인 만큼 장면의 퀄리티는 물론 연출력도 상상 이상이다.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감상하려고 열심히 플레이한다는 풍문이 나돌 만큼 스토리, 연출, 화질 등 당대 최상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워크래프트> 시리즈부터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디아블로> 시리즈, 최근 열풍을 몰고 있는 <오버워치>까지 어느 하나를 대표작으로 꼽기 어려운데, 각각의 트레일러는 단편영화라 해도 좋을 정도다. 단지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 영상이 아니라 때로는 캐릭터를 설명하고, 때론 플레이의 동기를 제공해주는 등 게임의 한 요소로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 시네마틱 트레일러의 적확한 활용사례라 할 만하다. ‘영화는 전문 제작사에 맡기고 게임에 집중한다’는 기본방침에 따라 정작 영화 <워크래프트> 제작에서 한발 떨어진 게 아쉬울 정도. 영화 개봉 후 차라리 트레일러팀에 영화 연출을 맡기라는 성토가 빗발쳤다고.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

2. 예술이 된 예고편, 블러 스튜디오

업계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배트맨 아캄> 시리즈,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워즈 더 포스 언리시드> 시리즈, <바이오 쇼크 인피니트> <타이탄폴2> 등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질 만한 명작들이 블러의 손을 거쳤다. 단순히 높은 퀄리티의 CG영상이 아니라 짜임새 있는 액션 등 영화적인 연출들을 다수 선보여왔으며, 최대한 실사에 가까운 느낌을 내면서도 웅장한 스펙터클을 선보는 것이 특징이다. 2013년 E3에서 발표한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 시네마틱 트레일러의 경우, 평화롭던 도시가 전염병으로 무정부 상태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리며 경탄을 자아냈다. 등장인물 없이 시간 흐름만으로 상황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초반부의 연출은 우아하고 아름답다. 이 영상만 따로 보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도 후회 없으니 http://www.blur.com/work에서 직접 감상해보자.

<파이널 판타지14: 신생 에오르제아>

3. CG영화와 시네마틱의 경계를 허물다, 스퀘어 에닉스

2001년 영화 <파이널 판타지>는 흥행에 실패하며 스퀘어 에닉스에 타격을 안겼지만 CG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시네마의 이정표가 된 작품이다. CG영화에 대한 스퀘어 에닉스의 애정은 꾸준히 이어져, 수준 높은 CG 트레일러가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특유의 미려한 영상미는 유저를 유혹하는 최상의 미끼다. 다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MMORPG) <파이널 판타지14: 신생 에오르제아>의 첫 번째 트레일러 영상은 2011년 서비스 시작 후 절망적인 성적을 받아든 온라인 게임 <파이널 판타지14>가 어떻게 새로 거듭나고 이어질 수 있는지를 영상으로 설명한 흥미로운 사례다. 전통의 시리즈 유저에겐 추억과 감동을, 새로운 유저에겐 호기심을 안기는 그야말로 대서사시에 어울릴 웅장한 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