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페이지를 늘려가는 흑역사에도 불구하고 영화화 번호표를 뽑아든 게임들은 수두룩하다. 트레일러만 봐도 납득이 가는 게임부터 이걸 어떻게 영화로 만들 생각인지 묻고 싶은 게임까지 면면도 다양한데, 부디 영화화할 때 이것만은 피했으면 하는,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용감한 대기 목록을 전한다.
1. <인디아나 존스>와는 다르다 - <언차티드>
2007년 발매된 <언차티드: 엘도라도의 보물>로 문을 연 <언차티드> 시리즈는 <툼레이더> 이후 한동안 종적을 감춘 어드벤처물의 부활을 알린 게임으로 라라 크로프트에 비견할 만한 뛰어난 캐릭터성을 자랑한다. 캐릭터 조작과 이벤트 진행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매끄러운 연출로 마치 한편의 영화를 ‘플레이’하는 감각을 안긴다. 최근 트렌드인 영화 같은 게임의 대표주자 격으로 진즉부터 영화화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기대가 큰 만큼 부담스런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2009년 시리즈 후속작 <언차티드2: 황금도와 사라진 함대>의 메가히트 후 영화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마크 월버그 주연이 거론되었지만 팬들의 반대로 하차했다. 이후 여러 차례 감독이 교체된 끝에 결국 숀 레비 감독이 낙점되어(각본은 조 카나한 감독)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디아나 존스>와는 다른 영화가 될 것”이라는 조 카나한의 호언장담을 믿어볼 수밖에.
2. 게임에서 발견한 영화의 미래 -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인가 영화인가. 시네마틱 게임의 선두주자 너티독의 야심작이다. 일종의 인터랙티브 무비(쌍방향 영화)라고 해도 무방한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영화 같은 스토리가 펼쳐진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200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제작자의 말처럼 장면의 구성, 시점 모두 영화에 가까운 연출들을 선보였다. 인류가 전염병으로 몰락한 20년 후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 게임은 캐릭터의 움직임, 광원효과, 표정까지 영화 CG 못지않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세기말이라는 배경보다 조엘과 엘리 두 캐릭터의 관계에 공을 들인 몰입도 높은 스토리 덕분에 그야말로 체험하는 영화라 할 만하다. 2013년 출시 후 전세계 80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2013년 최고의 게임’으로 가장 많이 선정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원작자 닐 드럭먼과 샘 레이미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일찌감치 영화화 계획을 알렸지만 <라스트 오브 어스2>의 발매 소식이 들려오는 지금까지 프로젝트는 정체 중이다.
3. 만들어지긴 하는 거지? - <툼레이더 리부트> <스플린터 셀>
안젤리나 졸리를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한 <툼레이더>도 새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2013년 발매된 게임 <툼레이더 리부트>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새로운 라라 크로프트 역에 알리시아 비칸데르를 발탁하여 2018년 3월을 목표로 워너브러더스와 MGM에서 제작 준비 중이다. 유비소프트의 잠입 액션게임 <스플린터 셀>도 2011년부터 꾸준히 영화화 소식이 들려왔다. 내정되어 있던 더그 라이먼 감독이 2015년에 하차한 후 조셉 칸 감독이 이어받아 진행 중이다. 2017년 개봉이 목표지만 약속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분위기다.
4. 이런 것도 영화로 만들어? - <테트리스> <소닉> <롤러코스터 타이쿤>
도저히 영화화가 불가능할 것 같은 프로젝트들도 착착 진행 중이다. 놀이공원을 제작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 <롤러코스터 타이쿤>은 해럴드 즈워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가족영화로 기획 중이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퍼즐게임 <테트리스>는 미국과 중국 공동 제작으로 SF 스릴러로 각색될 예정이라고 한다. 세가의 마스코트 <소닉>은 실사영화로 제작된다니 원작 팬들에게 어떤 충격과 공포를 안길지 벌써 기대 반 걱정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