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화녀> 감독 김기영, 1971 명자 윤여정
<하녀> <화녀> <충녀>로 이어지는 김기영 감독의 ‘여 시리즈’는 “여필종부, 일부종사, 모성희생으로 일관하던 당시 영화의 통념을 완벽하게 깬 여성주인공들”(박혜경 앤드크레딧 대표)이 등장하는 작품들이다. <하녀>의 리메이크작인 <화녀>에서 명자는 계급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각관계의 실권을 쥐고 집주인과 그 아내를 위협한다. <하녀>의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파국의 파장을 극대화하는 장르적 장치가 강화돼 명자의 뒤틀린 욕망과 기괴한 행동이 강조된다. 당시 25살의 신인배우였던 윤여정의 강렬한 연기가 영화에 섬뜩함을 더했으며, 윤여정은 자신의 영화 데뷔작 <화녀>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시체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마디로 강렬함 그 자체”(강혜정 외유내강 대표)의 캐릭터이고 작품이었다.
10 <고양이를 부탁해> 감독 정재은, 2001 태희 배두나 , 혜주 이요원 , 지영 옥지영
<고양이를 부탁해>의 스무살이 된 태희, 혜주, 지영의 이야기는 “클리셰로 점철돼 생산되는 한국영화 속 남성의 우정 혹은 의리의 서사에 반해 만들어진 신선하고 눈물겨운 스무살 여성들의 우정”(조계영 필앤플랜 대표)이었다. 이들의 “섬세한 성장통과 아름다운 연대”(이송희일 감독)는 그간 한국영화가 놓쳐온 이야기였다. “‘소녀’나 ‘여고생’이 아닌 ‘젊은이’로서 여성을 다룬 영화로 유일하지 않나 싶다. 굳이 ‘여성’을 씌우지 않아도 여전히 훌륭한 캐릭터로 기억된다”(구정아 프로듀서)는 평이나 “어떤 각도로 보아도 대상화되지 않은 그 시절 진짜 스무살 여성들”(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라는 평은, 여전히 대상화되고 착취되기 일쑤인 지금의 한국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을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태희, 혜주, 지영은 “서로만으로 이미 완전한 세계”(박석영 감독)를 이루었고, 이들의 “20년 뒤 동창회를 기다리는”(듀나 평론가) 관객은 여전히 존재한다.
10 <엽기적인 그녀> 감독 곽재용, 2001 그녀 전지현
“순정의 역설적 표출”이라는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의 말처럼,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는 사실 첫사랑에 대한 순정한 마음을 쉬 지우지 못하고 혼자 아파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순정의 표출 방식이 실로 엽기적이었다. 긴머리를 찰랑거리며 해맑게 웃을 때가 더 무서운 그녀는 지하철에서 거하게 오바이트를 하다 만난 은인 견우(차태현)에게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막말을 한다. 온갖 기행과 만행을 일삼는 그녀는 로맨스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전형을 산산이 깨버렸다. 남자주인공에게 존대하지 않는다거나, 괄괄하게 욕을 뱉고 떡실신을 하고도 남들 앞에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여성주인공의 모습은 <엽기적인 그녀> 이전에는 없었다. 지금의 전지현을 있게 한 캐릭터이자 여전히 전지현의 대표 캐릭터로 남아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