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한국영화 속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 공동 13위
2017-04-10
글 : 이주현

13 <암살> 감독 최동훈, 2015 안옥윤 전지현

“천만 관객이 든 14편의 한국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김경욱 평론가) <암살>의 안옥윤은 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부산행>(2016), <베테랑>(2015), <명량>(2014),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해운대>(2009), <태극기 휘날리며>(2003) 등 그것이 재난영화건, 시대극이건, 실화영화건 상관없이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은 늘 남성이었다. 그 와중에 <암살>의 안옥윤은 장총을 들고 나타나 일제강점기에 나라 팔아먹은 이들을 저격했다. “대중영화의 주제를 확장시켰던 멋진 여성”(정재은 감독)이자 “역사를 쓰는 것도 바꾸는 것도 본인들이라 믿는 남성들 속에서 더욱 빛나는 여성 캐릭터”(임승용 용필름 대표)였던 안옥윤은 최동훈 감독이 역사 속에서 길어올린 멋진 캐릭터였다. 이정재와 하정우가 아닌 전지현의 이름이 엔딩 크레딧 맨 앞에 뜬 것도 (그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게 다가왔다.

13 <플란다스의 개> 감독 봉준호, 2000 현남 배두나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 강아지를 지키려는 현남과 강아지를 없애려는 윤주(이성재)의 힘 대결과 지략 대결을 축으로 한 소동극이다. 배두나가 연기한 현남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약간의 정의감과 영웅의식을 가지고 평균치의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현남은 이리저리 뜯어보아도 어디 가서 (영화에서건 현실에서건) 주인공으로 주목받을 법한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친구 뚱녀(고수희)와 시시껄렁하게 보내는 일상과 선의의 노력이 정당한 결과로 수확되지 못하는 순간들이 영화적으로 축조될 때 우리는 현남이 살아가는 세상을 주의깊게 둘러보게 된다. 노란 후드티를 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아파트 층층을 내달리는 배두나의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한국영화에서 비로소 동시대에 실존하는 여성상으로 인정할 수 있었던 현남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서기 2000년까지 기다려야 했다.”(신은실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

13 <화차> 감독 변영주, 2012 경선 김민희

“소비 욕망의 주체로서의 그녀, 불행한 자기의 삶을 넘어서지 못하고 끝내 자기 연민의 정점에서 스스로를 붕괴시키는 그녀, 그녀들이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화차>의 여성들이 되었다.” <화차>를 만든 변영주 감독의 말이다. <화차>의 경선 혹은 선영은 결국 동정을 구하지 못한 채 파멸을 맞는다. 파멸을 이끈 건 사회지만 그 파멸 역시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다른 이의 신분을 위조해 살아갔던 <화차>의 경선은 동정을 구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는 악녀였다. “신용 사회에서 살해당한 여자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을 내 일인 양 좇았다. ‘경선’인지 ‘선영’인지 자신조차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누군가를 연기하며 살아가고, 또 살기 위해 파닥거리는 악녀를 끝내 연민하게 만드는 것은 어엿한 배우 김민희의 힘이다.”(길영민 JK필름 대표) 세상 밖으로 또다시 쫓겨나지 않으려는 김민희의 차가운 표정과 독한 몸짓이 영화를 지배했다.

사진 한세준 스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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