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한국영화 속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 공동 20위
2017-04-10
글 : 정지혜 (객원기자)

20 <지옥화> 감독 신상옥, 1958 소냐 최은희

“한국영화의 중흥기를 알린 아프레걸이자 팜므파탈의 등장을 선사한 충격”(이용관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 학장), “당대 한국의 문화적 한계를 뚫고 나온 팜므파탈의 원조”(문석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바로 <지옥화>의 소냐다. 소냐는 최은희의 변신이라는 점에서도 놀랍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감독 신상옥, 1961) 등으로 이른바 한국의 여성상, 어머니상을 누구보다 뛰어나게 연기한 최은희가 팜므파탈로 분한 건 더욱 흥미롭다. 그녀가 없었다면 <깊고 푸른 밤>(감독 배창호, 1985)의 제인도, <피도 눈물도 없이>(감독 류승완, 2002)의 두 여성(경선, 수진)도 없었다”(이용철 평론가)는 평이다.

20 <귀로> 감독 이만희, 1967 지연 문정숙

<귀로>는 한국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병상에 눕게 된 남편 최 대위(김진규)를 돌보던 아내 지연의 망설임과 선택에 관한 영화다. 여성에게 더 엄숙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튀어나온 이 영화는 “가부장제 현실과 자유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실존적 고투를 벌이는 여성 캐릭터로 한국 모더니즘 영화의 귀한 업적”(이송희일 감독)이라 평할 만하다. 지연 역의 문정숙은 “원숙하고 지적인 팜므파탈로 토속적 요부인 도금봉과 대척점에 놓일 만하다. 특히 심약하고 지적인 남성을 압도하는, 묘하게 퀴어적인 매혹을 지닌 배우”(송효정 평론가)로 인장을 찍는다. 이런 면면은 이후의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준다. 오승욱 감독은 “<무뢰한>의 김혜경(전도연)뿐 아니라 여성 캐릭터를 집필할 때면 언제나 문정숙을 떠올리게 된다”며 애정을 보낸다.

20 <타짜> 감독 최동훈, 2006 정 마담 김혜수

거친 타짜들의 세계 한가운데에 정 마담이 우뚝 서 있다. 타고났다고밖엔 달리 표현할 길 없는 화려함에 기품까지 있다. 최동훈 감독은 정 마담을 두고 “한마디로 태가 멋진 여자”라고 말했다. 정 마담의 아우라는 김혜수라는 개인이 지닌 압도적인 존재감으로부터 온다. 김혜수의 도발적인 캐릭터 연기는 한국형 팜므파탈의 한 전형을 완성했다. 2006년 <씨네21>은 “김혜수 한명이면 그 영화의 에스트로겐 정량이 꽉 찬다”(김혜리 기자)는 이유 등으로 그해 최고의 여자배우로 꼽은 바 있다. 청룡영화상, 이천춘사대상영화제, 대한민국영화연기대상 모두 김혜수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20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감독 장철수, 2010 복남 서영희

“한국영화에서 이런 여성 캐릭터는 없었다. 통쾌하고 강렬하다.”(김태훈 평론가) 남편에게 매질을 당하고 노예처럼 살던 복남의 복수는 압도적이다. “지속적인 부조리와 비극을 감내하다가 복수의 대상 모두를 전멸시킨 점에서 기억할 만한 여성 캐릭터”(김태성 음악감독)였던 것이다. 한편, 이언희 감독은 “너무 아프고 힘들고 안타까운 캐릭터라 여성 캐릭터로 뽑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복남이 끝까지 참지만은 않았기에 선택했다”고도 말한다. 2010년 서영희는 복남으로 <씨네21>이 뽑은 최고의 여자배우로 선정됐고, 대한민국영화대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 한세준 스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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