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⑥ 새로운 평범함에 대하여 - <친애하는 우리 아이> 미시마 유키코 감독
2017-05-08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미시마 유키코 감독은 최근 부모님이 살던 집을 정리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건강 때문에 요양시설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결혼을 안 한 까닭에 가족이라는 존재를 진지하게 생각한 적은 없지”만, 유독 아버지에 대한 기억만큼은 남다르다.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자신의 딸 이름을 작가의 이름을 변형한 미시마 유키코라고 지었던 그다. “덕분에 부담감이 크다. (웃음) 하지만 인간 내면의 미를 추구한 미시마 유키오로부터 영향도 많이 받았다.” 부모님의 집을 정리면서 “난생처음 가족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최근 급속도록 높아진 일본의 이혼율도 영감을 주었다. “세명 중 한명꼴로 이혼을 하고, 이혼한 사람 중 절반이 재혼을 한다니 ‘스텝 패밀리’(새혼 가정)를 소재로 한 가족 이야기를 해도 되겠다” 싶었다. 마침 비슷한 주제인 “시게마쓰 기요시 작가의 소설 <어린아이 우리에게 태어나>를 읽었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영화 <친애하는 우리 아이>의 중심축은 44살 재혼남 마코토(아사노 다다노부)다. 그를 둘러싼 가족은 전부 여성이다. 현재 아내, 아내가 데려온 두딸, 전처,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그들이다. 그는 부정(父情)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다가 첫딸 카오루가 “진짜 아빠”를 만나러 가겠다고 하자 아버지로서의 존재와 가족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딸은 딸대로 각자의 사정이 있고, 각기 다른 사정들이 부딪힐 때 발생하는 화학작용을 그려내고 싶었다.” 관계들 사이에서 다양한 감정들이 발생함에도 서사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 비결은 마코토를 연기한 아사노 다다노부 덕분이다. “샐러리맨 양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가 평범한 아버지를 맡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 캐스팅하게 됐다.” 현장에서 그를 보면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고 한다. “마코토의 일상이 실제 아버지의 그것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해피 해피 브레드>(2012),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2015) 등 전작이 “내 세계관에서 나온 작품”이라면 이번 영화는 그녀에게 “내면의 존재를 발견하고, 끌어내 표현한 작업”이다. “어떤 의미에서 처음으로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차기작은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가혹하다 싶을 만큼 굉장한 삶을 산 여성을 그리는 대하드라마”다. “그녀에게는 오로지 노래밖에 없다. 한 여성의 일생을 노래를 곁들어 풀어나가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빛이 유난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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