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상승>은 마술 같은 순간이 벌어지는 영화다.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의 모잠비크, 필리핀 등 각기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데도 묘하게 연결된다. 이 영화는 지난 2013년 칸국제영화제에 초청 받은 단편 <Que Je Tombe Tout le Temps?>를 포함해 5편의 단편영화를 만든 아르헨티나 감독인 에두아르도 윌리엄스의 장편 데뷔작이다. 자신의 직관을 자신만의 영화언어로 펼쳐내는 재주가 탁월한 젊은 재능이다.
-아르헨티나, 모잠비크, 필리핀 등 세 공간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각각 독립적인데, 세 에피소드가 묘하게 연결되더라.
=특정 지역만이 아닌 전세계 어디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다양한 공간이 하나의 큰 그림 안에서 연결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 지역에서 각각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카메라에 담으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얘기를 하는 친구가 있었던 반면, 내가 일일이 지시를 해서 찍은 친구도 있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작업 방식인 까닭에 마술 같은 순간도 겪었을 것 같다.
=촬영할 때는 언어도, 문화도 달라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도 있었다. 하지만 편집실에서 찍었던 장면들을 보니 촬영할 때 몰랐던 그들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다. 마술 같은 순간이었다. 매직(마술)은 직관과 관련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기는 직관들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 같다.
-영화 속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었거나 일을 하고 있더라도 일에 큰 뜻이 없으며, 인터넷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풍경인데.
=나를 포함해 우리 세대들이 살고 있는 모습인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한 뒤 공부를 더 할지, 일을 구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때 다른 나라를 여행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인터넷을 유랑하며 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영화 속 어떤 대사가 소통의 메시지처럼 들리는 것도 그래서다.
-집이 없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뭔가.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살고 있는 줄 알았다.
=현재 주소지는 프랑스다. 호기심이 많고,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게 좋다. 최근에는 영화제 때문에 그렇게 돌아다니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차기작을 구상하고 있다. 작은 아이디어 조각들은 있지만 이것들을 어떻게 연결시킬지 아직은 모르겠다. 서로 연관이 없어도 언젠가 하나의 그림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에는 기후, 물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