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바닥을 기다가 상대 여배우의 발을 핥고, 천장에서 쏟아지는 페인트를 알몸으로 받아내거나 테이블에 놓인 케이크에 얼굴을 수차례 짓이기며 연기하는 배역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가 존재할까? 전 ‘AKB48’ 8기 연구생이었던 배우 도미테 아미에겐 즐거운 도전이다. “소노 시온 감독의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게” 배우로서의 목표였던 그녀는 로망 포르노 탄생 45주년 기념 리부트 프로젝트 중 소노 시온이 연출한 <안티 포르노>의 주연 제의가 왔을 때 출연 여부를 고민하지 않았다. 소노 시온은 ‘10분마다 한번씩 섹스 신 등장’이라는 조건만 만족시키면 그외엔 연출자 마음대로 찍을 수 있었던 로망 포르노의 시대정신을 재현하는 리부트 프로젝트에서 “여성성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그 행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도로서 성적 억압에 시달리는 여성 아티스트의 복잡한 내면과 일상을 다루고자 했다. 영화 제목도 <안티 포르노>라고 지었다. 물론 장르의 규칙을 지켜야 했기에 영화 내내 도미테 아미는 헐벗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노출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누드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지만 “한 신에서 거의 2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대사를 롱테이크로 찍어야 했던 상황”이나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촬영, 특히 “마지막 페인트 신을 찍을 때는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걸 쏟아내며 촬영에 임했다.
영화는 전도유망한 소설가이자 화가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교코가 매니저와 패션잡지 취재 일행을 가학적으로 괴롭히던 중, 실은 이 모든 상황이 영화의 촬영현장이었음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액자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녀는 “복잡하고 실험적인 영화지만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내 이야기를 쓴 건가 싶을 정도로” 여성을 억압하는 것들에 대해 분노하는 주인공 교코의 내면에 공감했다. 사실 그녀는 “자신을 연기하며 살아야 했던 아이돌 생활과 달리” 자유롭게 수많은 인생을 경험할 수 있는 배우의 길을 꿈꾸게 됐고, 그때 마침 소노 시온의 <자살 클럽>(2002)을 보고 감명받아 직접 감독을 찾아가기도 했다. <신주쿠 스완>(2015), <리얼 술래잡기>(2015), <모두가 초능력자>(2015)와 이번 영화를 포함해 소노 시온의 차기작인 아마존 드라마 <도쿄 뱀파이어 호텔>까지 연이어 출연하는 걸 보니 감독이 배우의 매력에 단단히 빠져든 게 분명하다. “감독님이 다음엔 할리우드로 진출하고 싶다기에 그럼 나도 따라가겠다며 차기작 없이 기다리는 중이다.” 목표를 위해 어떤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 도미테 아미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