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② 재밌어서 좋아, 연기 - 문혜인
2017-06-26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대학의 연극 동아리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고교 시절,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내게 대학 가면 연극이나 미술을 해보라고 권유한 문학 선생님의 영향이 컸다.

-해보니 연기가 재밌던가.

=정말! (웃음) 노래할 때 연기하듯 몰입하는 자우림의 김윤아씨 팬으로서 일상생활에선 꺼내 쓰지 않는 감정을 써보고도 싶었다.

-고고미술사학 전공자다.

=어릴 때부터 그림 보기를 좋아해 백과사전의 미술 파트를 닳도록 봤다. 한때 큐레이터를 꿈꾸기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휴학 중이다.

=예술 밖에서 예술을 다룰 것인가, 직접 예술로 뛰어들 것인가. 후자를 택했고 공부의 필요를 느꼈다.

-데뷔의 순간은.

=하고 싶은 연기가 뭔지, 그 방법을 찾아가던 때에 만난 <나가요: ながよ>(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최우수상).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 경쟁부문 감독상을 받은 <혜영>의 주인공이다.

=나도, 김용삼 감독님도 영화에 대한 간절함과 절박함이 있던 때라 정말 잘 맞았다.

-성격은.

=좋아하는 대상에게 모든 걸 던져보고 내주는 편이다.

-<혜영> <한낮의 우리>에선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데.

=고향은 광양. 부모님이 경상도 분이다. <한낮의 우리>에 출연한 배우이자 연인인 고유준이 대구 사람이라 도움을 받았다.

-매 작품 상당한 랩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나가요: ながよ>의 역할 준비로 처음 배웠다. ‘재능 있다’는 얘길 들었고 이젠 지칠 때 랩으로 힘을 낼 정도다. 앨범? 인생의 장기 플랜이다.

-<한낮의 우리>에선 춤추는 게 꿈인 내레이터 모델 진주 역을 맡았다.

=랩과 달리 춤은 처음부터 끝까지 죽어라 해야 하더라.

-영어, 스페인어, 일어, 프랑스어까지 가능하다고.

=언어 능력은 부모님께 물려받았다. <한낮의 우리>의 진주는 프랑스에 가고 싶어 하는데, 난 20대 중반에 스페인에 가고 싶었다. 고야의 그림, 페르도 알모도바르의 영화 등 내가 좋아하는 예술의 뿌리가 스페인이다. 스페인어를 독학했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땐 뭘 하나.

=사진과 작곡 수업을 듣고 무용 공연도 한다. 다방면의 예술을 잔뜩 채집하듯.

-아찔했거나 부끄러웠던 순간은.

=<혜영>의 감독님이 혜영의 긴 독백을 스페인어로 해보자고 제안했다. 내가 스페인어로 대사를 쓰고 준비해 한국어와 두 버전으로 찍었다. 완성작은 한국어로. 스페인어로 나갔다면, 아찔하다. (웃음)

-<미하일 체호프의 배우에게>를 번역 출간했다.

=배우 스스로가 창작자로서 삶의 창조적 영감을 작품에 잘 풀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은.

=김태용 감독님. <가족의 탄생>(2006)을 특히 좋아한다.

-맡아보고 싶은 역할은.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연기했을 때 나만의 아우라를 띤 인물이 되길. 각박한 현실에서도 살아가고자 하는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가 되길. 일상의 내게도 ‘생명력’이 중요하다.

필모그래피

영화 2017 단편 <시, 집> 2016 단편 <혜영> <한낮의 우리> <나가요: ながよ> 외

<우리들> 윤가은 감독의 추천사

“<나가요: ながよ> <한낮의 우리>의 문혜인 배우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기존의 영화에서 많이 봐온 캐릭터, 전형적인 감정과 상황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혜인 배우는 그런 전형을 마치 처음으로 보고 느끼는 듯 전혀 새롭게 표현했다. 영화 속 인물이 어딘가에 있다면 바로 그런 모습일 것 같았다. 감정의 과장도 부족도 없이 정확하게 인물을 그렸다. 날것 그대로의, 아주 ‘센!’ 느낌이랄까. 날이 서 있는 인상과 마른 체구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아주 오랜만에 완전히 다른 종류의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를 만났다. 앞으로가 기대되며 크게 될 배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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