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⑦ 음지의 인물들에 솔깃 - 한해인
2017-06-26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백종헌

-머리가 많이 길었다. 모든 출연작에서 단발머리였는데.

=지난 3월, 촬영 때문에 머리를 붙였다. <그로기 썸머>(2013)를 만들었던 윤수익 감독의 신작 단편으로,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꿈속에서 계속 찾아 헤매는 여자로 출연했다.

-본명인가.

=본명은 아니고 직접 지었다. ‘해’라는 글자를 좋아한다. 한자로 하면 바다라는 뜻이고, 한글로는 태양이라는 뜻이 되잖나. 바다와 해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로부터 늘 많은 위안을 얻기에 ‘해인’이라는 이름을 지어봤다.

-언제부터 배우를 꿈꿨나.

=초등학생 때 YMCA 어린이 뮤지컬 극단에서 <흥부와 놀부>의 제비 역할을 맡았을 때부터? (웃음) 중학생때는 연극반 동아리 활동을 했고 안양예고를 거쳐 단국대 연극영화과 07학번으로 입학하며 배우의 꿈을 키워왔다.

-지난해부터는 (연극은 하지 않고)영화 작업만 한다고.

=당분간은 영화에만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쏟아보려 한다.

-좋아하는 영화배우는.

=샬롯 갱스부르와 미셸 윌리엄스, 그리고 줄리엣 비노쉬. 이 세 배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모두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들이다.

=맞다. 이 배우들처럼 한계를 두지 않고 감정의 깊이를 추구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좋아하는 말은.

=“나는 계속해서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면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줄리엣 비노쉬의 말. 마음이 흔들릴 때 이 인터뷰를 보고 많은 힘을 얻었다.

-데뷔의 순간은.

=물론 이전에도 단편 작업을 해왔지만 박규리 감독의 <나와 당신>을 데뷔작으로 꼽고 싶다. 내가 연기하는 무진은 상처가 굳은살처럼 박인 사람인데, 평생 남처럼 살던 엄마를 만나 감정적으로 무너진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영화에 내가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진의 외로움과 나의 외로움이 만나는 순간을 경험했다.

-아찔했거나 부끄러웠던 순간은.

=연극 <택시 택시>에 백혈병 환자로 출연했을 때. 무대가 암전됐을 무렵 탁자를 옮기다가 조명이 빨리 켜졌다. 환자 역할인데 탁자를 막 옮기는 모습을 들킨 게 민망해 객석으로부터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웃음)

-맡아보고 싶은 역할은.

=양지보다는 음지에 위치한 인물들에 관심이 간다.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이나 <우리도 사랑일까>의 미셸 윌리엄스, <님포매니악>의 샬롯 갱스부르가 했던 역할들을 맡아보고 싶다.

-이 자리를 빌려 자신을 어필한다면.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은 배우? 양파 같은 매력이 있다고 써달라. (좌중 웃음)

필모그래피

영화 2016 단편 <합의> 2016 단편 <모모> 2016 단편 <나와 당신> - 연극 2011 <택시 택시> 2011 <캘리포니아>

<나와 당신> 박규리 감독의 추천사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높고 연출자를 깊이 신뢰할 줄 아는 배우다. 현장에서 자신의 특성과 개성을 주장하면서 연출자와 마찰을 빚는 배우들도 종종 봐왔는데, 해인이는 현장에서의 상황과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자연스럽게 작품에 스며드는 연기를 하고, 그 점이 배우로서의 큰 장점인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이 꾸밈없다. 자연스러운 그 느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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