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빛낸 배우들③] <택시운전사> 이봉련 - 버티기 혹은 돌파하기
2017-08-07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경사났어, 경사.” 친구에게 다급한 연락을 받고서 이봉련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걸 알았다. 모 매체에서 봉준호 감독이 ‘가장 주목하는 연극배우’로 이봉련을 꼽은 거다. “대구 사는 부모님이 현수막이라도 걸 기세다. (웃음)” 이봉련은 <옥자>에서 미란도코리아의 세상 불친절한 한국지사 안내 데스크 직원으로 나와 미자의 액션의 빌미를 제공하고,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에서는 만삭의 임신부로 서울 택시기사 만섭(송강호)의 손님으로 택시에 탑승해, 초반부 웃음의 기류에 일조한다. 두 배역간의 이미지 간극이 하도 커 ‘이봉련’이라는 한명의 배우로 꿰어맞추기 어렵다. “알려지지 않아 기대한 이미지가 없다보니 그럴 거다. 배우로서는, 구분이 안 된다는 말이 마냥 반갑다.”

이봉련은 <꿈보다 해몽>에서는 집주인 역할로, <내가 살인범이다>에서는 여고생으로, 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는 나정(고아라)의 대학 동기로, 그렇게 알게 모르게 활동해왔다. 무엇보다 연극, 뮤지컬을 통해서는 10대 여고생부터 70대 노역까지 아우르며 팬층을 확보한, 13년차 배우다. 특히 <날 보러 와요>에서는 살인 용의자의 아내인 남씨 부인 역으로 출연, 배우 라미란의 뒤를 잇는 기대주로 각광받았다.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많지 않은데, 내 마스크와 목소리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맡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이봉련을 눈여겨본 것도 연극 <만주전선> 때였다고. “봉 감독님이 내가 속한 극단 골목길의 팬이시다. 워낙 소심해서 객석을 봐도 누가 온지 구분을 못하는데, 하루는 머리가 엄청나게 큰 분이 얼핏 보여 기억이 난다. 조용히 다녀가신 거더라. (웃음)” 그렇게 오디션 겸 미팅을 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막상 캐스팅 낙점을 받은 건 미팅한 지 3개월 후였다. “말하는 순간 잘못될까봐 3개월을 함구하고 지냈다. 떨어졌구나 하는 순간 연락이 왔다.” 반면 <택시운전사>는 연극의 ‘후광’ 없이 순전히 오디션만으로 합격한 첫 케이스였다. 두 작품의 참여로 이봉련은 동료 연기자들의 격려와 함께, 하나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배우가 되기 전 이봉련은 사진을 전공했다.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한 적 없었는데 우연히 25살 때 단역으로 연극 무대를 경험하게 된 거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으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한 게 배우로서 해야 할 일과 다르지 않더라.” ‘이봉련’도 당시 작가 필명으로 만든 이름이다. “내가 배우를 한다니 집에서 제일 놀랐다. 부끄럼도 많이 타고 소심한 성격이라. 생각해보면 하던 거 접고 뒤늦게 불쑥 배우가 되겠다는 에너지가 있었던 게 아닐까. 지금은 나도 몰랐던 그 에너지를 하나씩 꺼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봉련에게 배우는 평생 하고 싶은 일이다. “오래할 거지만 쉬운 길이 아니더라. 그래서 10년만 버텨보자라는 ‘단기 목표’를 설정해 버텨왔다. 10년은 지났고, 다음엔 마흔을 넘겨보자는 목표로 다시 시작하고 있다.”

차기작 리스트를 보니, 이제 ‘버틴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촬영 중인 <마약왕>에서는 마약왕 이두삼(송강호)의 여동생이자 밀수범 ‘이두숙’을, 김태균 감독의 스릴러 <암수살인> 출연도 예정되어 있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만큼이나 그녀를 지나쳐 화제작을 만나는 일이 어려워지게 생겼다.

<옥자>의 이 장면

미란도코리아의 안내 데스크 직원은 <옥자>의 최고 ‘밉상’ 캐릭터다. 유리 너머로 미자의 말이 다 들리는데도 ‘전화로 하세요, 전화’라며 불친절하기 그지없이 대하고, 수위에게는 ‘필터링을 해주셔야 한다고요, 필터링’이라며 불청객을 통과시켰다고 윽박지른다. “봉준호 감독님이 ‘더 귀찮아하는 것처럼 보이면 좋겠다’고 하셨다. 크랭크인 때 찍은 장면이고, 짧은 시간에 캐릭터를 찾아가야 해서 긴장도 부담도 컸다. 그럼에도 이렇게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감독님 말씀을 듣고 캐릭터를 생각하고 이런 것들 모두가 배우로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영화 2017 <택시운전사> <옥자> 2016 <여고생> <국가대표2> <어떻게 헤어질까> 2014 <꿈보다 해몽> 2012 <광해, 왕이 된 남자> <내가 살인범이다> 2010 <그대를 사랑합니다> 드라마 2017 <당신이 잠든 사이에> <내일 그대와> 2015 <송곳> 2013 <응답하라 1994> 공연 2017 연극 <1945> 2016 연극 <피카소 훔치기> 2016∼17 뮤지컬 <그날들> 2016 연극 <보도지침>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5 연극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헤비메탈 걸스> 2014 연극 <그 집 빌라에서 우리는> 연극 <공장> 2014∼15 연극 <만주전선> 2014 연극 <날 보러 와요> 2013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 연극 <피리부는 사나이> 연극 <아시아온천> 2013∼17 연극 <청춘예찬> 2012 연극 <전명출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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