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빛낸 배우들⑦] <택시운전사> 차순배 - 힘 빼기의 기술
2017-08-07
글 : 정지혜 (객원기자)
글 : 최성열

“작당 모의하기 딱 좋은 곳이다. (웃음)” 차순배가 스튜디오를 흐뭇한 눈으로 한번 훑어본다. “대학 때 극예술연구회를 했는데 그때 딱 이런 분위기의 공간에서 친구들과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막걸리도 엄청 마시곤 했다.” 그는 연기에 대한 즐거운 모의들을 두루 거쳐 1992년 연극 <건너가게 하소서>로 데뷔했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극단 민예 소속 배우로서 무대에 올라온 베테랑 배우다. “극단 민예의 모토가 ‘민족전통예술의 현대적 조화, 인간성 회복’인데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일치한다. 주변 선배들도 ‘너는 딱 민예다!’라 하고. 봉산탈춤, 사물놀이, 한국무용, 판소리 등을 그때 두루 다 배웠다.”

차순배가 <택시운전사>의 광주 택시기사 중 한명인 차 기사 역을 맡게 된 데는 무대 위의 경험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연극 <봄날>(2000)에 참여하며 그 시절 광주를 알게 됐다. 가족이 있는 택시운전사로서, 소시민으로서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가게 됐을 때 느꼈을 인간적 고뇌를 생각하게 됐다. 과연 나라면 그때 그 거리로 나갈 수 있었을까, 자문하게 되더라.” 그는 장훈 감독과의 첫 만남 때 이런 속내를 이야기했다. 자연스레 차 기사의 분량은 좀더 늘었고 애초 오 기사였던 역의 이름은 차순배의 성을 딴 차 기사가 됐다. 차순배는 광주 택시기사들이 만섭(송강호)과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치만)가 광주를 벗어나게 도울 때 차 기사가 했던 한마디, “미안허네”에 여러 의미가 있을 것이라 말한다. “차 기사는 동료 기사들에게는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만섭 일행에겐 탈출을 끝까지 돕지 못해서 미안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미안하지 않았을까. 마음이 많이 아팠다.”

차순배를 영화의 세계로 이끈 영화의 스승에는 이준익 감독이 있다. “감독님께서 내가 상궁 역으로 출연한 연극 <마리화나>(2008)를 인상 깊게 보신 모양이다. <평양성>에 김양도 장군이라고, 없던 역할을 만들어 출연하게 해주셨다. 이후 <사도>의 박 내관 역을 맡게 됐는데 감독님과의 작업을 통해 뭔가를 더 하기보다는 힘을 뺌으로써 드라마에 집중력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됐다.”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 <변산>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연기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한결같다. “인물이 취할 수 있는 정서를 여러 버전으로 준비해 현장으로 간다. 부족한 것보다는 차라리 넘치는 게 낫다. 준비를 많이 하면 해볼 수 있는 가능성도 많아지니까.” 바로바로 꺼내서 쓸 수 있는 패가 두둑하다는 뜻이다. “내겐 출연 분량의 많고 적음보다도 캐릭터가 중요하다. 스펙트럼이 넓은, 뭘 해도 감당할 수 있는 배우가 돼야지. 시니컬하고 악랄한 사이코패스나 지극히 순박한 캐릭터를 만난다면 정말 욕심날 것 같다.” <꾼> <소중한 여인> <메멘토모리> 등 차순배의 비장의 패를 볼 기회는 아직도 많고도 많다.

<사도>의 이 장면

“박 내관은 늘 사도(유아인)의 곁에 머물며 그를 걱정하고 안쓰러워한다. 사도가 영조(송강호)의 마음을 돌리려 그 추운 겨울에 어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사람이 다 되어갈 때, 박 내관이 초롱불을 들고 사도 곁으로 뛰어가는 장면이 있다. 자식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박 내관은 목이 잘려 죽을 때조차도 사랑하는 사도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데 가슴 아팠을 거다. 정말 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영화 2017 <택시운전사> <덕구> <꾼> <메멘토모리> <박화영> <소중한 여인> 2016 <사냥> 2014 <사도> 2011 <평양성> 2008 <신기전> 2005 <친절한 금자씨> 2003 <와일드 카드> 드라마 2017 <조작> <죽어야 사는 남자> 2016 <굿와이프> <대박> 2015 <용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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