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포프> The Young Pope
제작·감독·각본 파올로 소렌티노 / 출연 주드 로, 다이앤 키튼, 실비오 오를란도, 제임스 크롬웰, 세실 드 프랑스 / 미국 내 방영 <HBO>
47살의 젊은 추기경, 레니 벨라도(주드 로)가 교황으로 선출된다. 바티칸의 추기경들은 애송이를 꼭두각시로 얻었다고 반기지만 이내 젊은 교황이 예측할 수 없어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된다. <유스> <그레이트 뷰티>를 만든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가 에피소드 10편을 모두 감독하고 각본을 쓴 <HBO>의 TV시리즈 <영 포프>는 현대의 바티칸을 배경으로 미국의 젊은 추기경 레니 벨라도가 새로운 교황 비오 13세로 즉위하면서 시작된다.
비오 13세는 한마디로 발칙하다. 그의 발칙함은 그의 젊음에서, 고아였던 어두운 과거에서, 전세계 12억 신자를 거느린 가톨릭의 수장이지만 그 역시 인간이라는 한계에서 비롯한다. 성 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며 새 교황은 동성애를 인정하고, 수녀의 미사집전을 허용하며, 자위와 낙태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전복적인 내용의 첫 강론을 해 모두를 혼란에 빠뜨린다. 그런데 황당하리만치 급진적인 그의 연설은 꿈이었다. 그리고 그가 준비한 진짜 강론은 정반대를 이야기한다.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너희는 신을 잊었다”라고 통렬히 꾸짖고, 오직 신에게 의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비오 13세는 이기적이고 극단적이다. 2013년 즉위해 자애로운 언행으로 전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현실의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대척점에 있다. 소렌티노는 바티칸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저널리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이 캐릭터를 고안했고, “과거의 어떤 교황과도 겹치지 않는 독창성”을 원했기에 “젊은 미국인”이라는 디테일을 더했다. 말도 안 된다고 싫어하거나 완전히 좋아하거나, <영 포프>를 대하는 반응은 둘 중 하나다. 하지만 파올로 소렌티노와 주드 로의 조합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소렌티노 특유의 호화로운 비주얼과 시적인 스토리텔링. 주드 로의 준수한 외모와 사악한 미소, 천진함과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이중성. <영 포프>는 이 둘의 모든 것이며 그 이상이다. 소렌티노는 “10시간짜리 영화”를 만든다는 지구력으로 2년 동안 <영 포프>를 만들었다. 바티칸의 엄격한 무관심 탓에 모두 바티칸 밖에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름다운 화면은 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대체품으로 충분하다. 소렌티노는 <영 포프>의 시즌2는 만들지 않는다. 대신 같은 배경을 공유하는 앤솔러지 시리즈 <뉴 포프>(The New Pope)를 <HBO>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 2018년 촬영을 시작한다.
안젤로 보옐로 스토리
<영 포프>에서 우선 눈을 끄는 건 주드 로가 연기하는 비오 13세지만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교황이 아닌 그 주변 인물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탈리아의 연기파 배우 실비오 오를란도가 연기하는 바티칸의 국무원장 안젤로 보옐로는 비오 13세의 약점을 잡기 위해서 섹스 스캔들을 사주할 정도로 교활하지만 남몰래 장애아에게 봉사하며 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연약한 면모를 지닌 인물로, 극의 균형을 맞춘다. 드라마 속 안젤로의 왼쪽 뺨에 있는 거대한 점은 “조각 같은 외모의 교황과 못생긴 안젤로를 더욱 대비시키려고” 붙인 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