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TV시리즈⑥] 스티븐 소더버그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 - 섹스를 중심으로
2017-11-13
글 : 안현진 (LA 통신원)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 The Girlfriend Experience

총괄제작 스티븐 소더버그 / 출연 라일리 코프, 폴 스파크스, 케이트 린 셰일, 제임스 길버트 / 미국 내 방영 <STARZ>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2009년에 만든 동명의 인디영화에서 전체적인 컨셉과 분위기를 계승해 확장시킨 TV시리즈다. 총괄제작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소더버그에 따르면, TV시리즈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는 재정난에 허덕이던 주인공이 돈과 성관계에 따르는 권력에 눈을 뜨고, 그 힘을 통제하는 과정을 그리는 “슈퍼히어로물”이다.

시카고의 로스쿨에 재학 중인 크리스틴(라일리 코프)은 언제나 돈이 부족하다. 그런 크리스틴에게 그저 술 한잔 같이하면 된다며 친구인 에이버리(케이트 린 셰일)는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라는 일을 제안한다. “섹스는 안 해도 돼”라고 속삭이는 친구를 따라 크리스틴은 고급 콜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하지만 쉬운 돈이란 없다.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는 밀레니얼 세대의 곤궁한 삶을 건조한 시선으로 담아낸 일종의 성장담이다.

크리스틴은 낮에는 시카고의 잘나가는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짬을 내 수업을 듣고, 밤에는 고급 에스코트 서비스를 통해 돈 좀 버는 남자들에게 감정적이고 육체적인 관계를 제공한다. 첼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크리스틴은 그저 상대방이 하는 말을 반복해서 다시 말해줄 뿐이지만, 남자들은 그런 첼시가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특별한 여자이고, 그녀를 사랑한다고 착각한다. 결국은 첼시를 그저 큰돈을 지불해야 하는 “창녀”로 여길 뿐이지만, 어떤 고객은 첼시 앞으로 거액의 유산을 남기기도 하고 어떤 고객은 그녀의 다른 고객을 질투하기도 한다.

공동감독이며 성별이 다른 에이미 세이메츠와 롯지 케리건이 협업해 각본을 쓰고 번갈아가며 에피소드를 연출한 시리즈의 시즌1은 총 13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수단으로 생각했던 콜걸로서의 삶이 변호사라는 목적을 지워가는 과정을 여과 없이 담아낸 카메라는 시종일관 거리감을 유지한다. 영화의 R등급에 해당하는 TV-MA등급이 무색하지 않은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는 선정적인 소재를 이야기하지만 공정한 태도를 지니려고 노력한다.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주인공 크리스틴이 성을 경제수단으로 삼고 또 즐기는 것에 대해 어떤 판단도 개입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에피소드당 길면 13분까지도 차지하는 다양한 체위와 다양한 시나리오의 섹스 장면도 격정적이기보다는 기계적으로 보인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청회색 화면이 소더버그의 흔적 같다.

라일리 코프의 발견

나른한 듯 무심한 듯, 감정이 거세된 듯한 크리스틴을 연기하는 라일리 코프는 ‘발견’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손녀이며, 엄마인 리사 마리 프레슬리의 재혼 덕분에 마이클 잭슨을 계부로 둔 적이 있는 라일리 코프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임모탄의 여러 부인 중 하나로 출연했다. 스티븐 소더버그와는 <매직 마이크>에 출연한 인연으로 추천받아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 시즌1의 주인공이 되는, 그래서 세상에 그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에서 대담한 연기를 선보이는 올해 26살 라일리 코프는 묘하게 아름다우면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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