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클루전 라이더.”(Inclusion Rider)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직후, 미국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수수께끼와도 같은 말을 남기고 퇴장했다. ‘인클루전 라이더’는 주연배우가 계약서에 요구 조항을 넣을 때 성별과 인종의 다양성에 기반한 제작진 구성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자신과 함께 후보에 오른 모든 여성들을 일으켜 세워 다 같이 박수갈채를 받게 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연출해낸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시상식 무대에 오른 자리에서 다양성을 지지하는 발언까지 살뜰하게 챙겼다. 3월 4일 저녁, 맥도먼드의 수상 소감은 오스카 여우주연상의 품격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은 이변이 아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각축전을 벌였던 올해의 여우주연상 후보 부문에서도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강간 살해당한 딸을 죽인 자를 잡는데 미진한 경찰을 탓하며 거대한 세개의 광고판을 설치하는 여자. 맥도먼드가 연기한 <쓰리 빌보드>의 밀드레드는 자동차 정비공이 입을 법한 점프 슈트를 입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화염병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녀는 연민과 위로의 대상이 아니라 범인을 잡는 그날까지 스스로 전진해나갈 투사이자 전사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늘 X나 운다. 남자들까지도! 내게 이 이야기는 그리스 비극이 아니었다. 치유의 과정이었다.” 마틴 맥도나 감독과 ‘선천적으로 연약함이 결여된 인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맥도먼드는, “존 웨인과 존 포드”에게 영향을 받은 비정하고 거친 인물상을 밀드레드에 반영했다고 말한다. 분노와 폭력 그리고 욕설. 할리우드영화의 여성주인공이 가져서는 안 될 모든 금기를 지닌 <쓰리 빌보드>의 밀드레드를 통해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미국영화 속 여자배우가 탐험할 수 있는 영역을 한층 확장했다.
코언 형제의 영화 <파고>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연극 <굿 피플>로 토니상, 드라마 <올리브 키터리지>로 에미상을 받은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트리플 크라운’(미국 영화·연극·방송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세 시상식의 수상자를 뜻함)을 달성한 몇 안 되는 배우다. 누구도 관심두지 않을 것 같은 평범하거나 비호감인 인물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가져오는 것이 그녀의 특기다. “남자가 주인공인 영화의 여자 조연들은 주로 맞거나 울기에” <쓰리 빌보드>에서 여자주인공을 맡아 연기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고 편했다는 프랜시스 맥도먼드에게 더 많은 주연을 허하길. 물론 주연배우로서의 그녀는 ‘인클루전 라이더’를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