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끈다. 어쩌면 타인의 삶을 연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덕목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타로 발돋움한 배우들은 반드시 이러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절로 눈길이 가고 이유를 찾는 건 그다음 문제다. 대개 이목을 사로잡는다고 하면 화려하고 화사한 분위기를 연상하기 쉽지만 티모시 샬라메는 반대로 왜소하고 유약하고 평범한 쪽에 가깝다. 그럼에도 시종일관 시선을 사로잡는 건 주변에 촛불처럼 일렁이는 존재감을 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뜻 보면 금방 꺼질 듯 약해 보이다가도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호소하는 몸짓. 그건 사실 별처럼 반짝이는 스타의 자질이라기보다는 쉽게 눈가에서 지워지지 않는 배우의 미덕에 가깝다. 앳된 소년과 아름다운 청년 사이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서 있는 티모시 샬라메와 더없이 어울리는 위치이기도 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소년 엘리오는 여름의 축복을 받은 것처럼 재기와 생명력이 넘치지만 동시에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영혼을 고스란히 드러낸 꽃망울 같은 소년에게 눈길을 빼앗기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건 티모시 샬라메도 마찬가지다. 2008년 엔터테인먼트계에 첫발을 디딘 샬라메는 귀여운 아이, 반항기의 소년 등을 두루 거치다 2014년 <인터스텔라>로 눈도장을 찍고 경력을 쌓아나간다. 그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캐스팅해줬다고 겸손의 말을 건넸지만 실은 엘리오 역에 숨결을 부여하는 건 티모시 샬라메의 역량이다.
<아이 엠 러브>부터 <비거 스플래쉬>까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는 마치 햇살을 머금은 회화 같은 화면 아래 욕망에 대한 결핍을 그린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욕망의 이름은 사랑, 정확히는 첫사랑이다. 정답도 한계도 없는 아름다운 혼란은 마치 티모시 샬라메의 성장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정확한 타이밍에 그에게 도착한다. 그리하여 곱슬머리에 창백한 피부, 의외로 단단한 근육과 아직은 왜소한 골격의 미묘한 밸런스를 지닌 소년은 그 흔들림 혹은 첫사랑의 이미지를 온전히 제 한몸으로 표현해낸다. 비록 90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별들의 잔치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0대 배우가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례적이었다. 그야말로 스타 탄생. 물론 티모시 샬라메가 차분히 쌓아올린 행보와 불안하게 폭발하는 혼란스런 매력을 그 한마디에 담기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스타와 배우 사이, 어쩌면 양립하기 힘든 길을 걷고자 하는 재능의 도약에 보내는 찬사로는 충분할 것 같다. 엘리오가 인생을 영원히 뒤바꿀 체험을 한 것처럼 티모시 샬라메 역시 꽃봉오리가 피어오르는 그 찰나의 시간, 다시 오지 않을 아름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보는 이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고 지나간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햇살 속의 아른거림. 아마도 영화 속 올리버(아미 해머)의 대사가 당신의 심정을 정확히 대변할 것 같다. “나도 너와 같아. 나도 전부 다 기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