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②] <블루 마이 마인드> <라이브 하드> 外
2018-07-11
글 : 이주현
<씨네21> 기자들이 가려 뽑은 추천작 20편

<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리사 브륄만 / 스위스 / 2017년 / 97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15살 미아는 전학 간 학교에서 이른바 잘나가는 문제아 친구들을 사귀며 일탈을 즐긴다. 성적 호기심도 왕성해지고 비행도 과감해진다. 그런데 사춘기 소녀의 단순 일탈이라기엔 미아의 내적 요동이 심상치 않다. 미아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미아의 기행을 부추긴다. 수족관의 물고기를 잡아먹는 이상행동은 징후적 신체 변화로 이어진다. 첫 생리를 하게 된 날, 미아는 자신의 발가락이 서로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한다. 심리적, 신체적 변화를 스스로 감지하는 동안 미아는 어쩌면 자신이 부모의 친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실존적 질문이 미아에게 절실하고 절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아의 몸이 점점 어류의 형태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 마이 마인드>는 물고기 인간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10대의 성장 드라마와 접목한 작품이다. 남들과 다르고 싶지만 동시에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큰 두려움으로 작동하는 시기가 10대다. 영화는 물고기 인간이 되어가는 미아를 통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10대 소녀의 심리를 예리하게 그려낸다. 리얼리티와 판타지의 거센 충돌은 심리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큰 파장을 안긴다. 물고기 인간의 구현 역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못지않다. 스위스 출신의 배우 겸 감독인 리사 브륄만의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라이브 하드> Live Hard

황욱 / 한국 / 2018년 / 100분 /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계절이 바뀌어도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는다. 가까이 있다고 느꼈던 기회도 쉽게 내 것이 되지 못한다. 밴드 머저리클럽의 드러머 섭과 베이시스트 철은 무대에 서고 싶다. 하지만 밴드의 리더이자 실력자인 임재는 매번 라이브클럽 오디션에 나타나지 않는다. 철과 섭은 하염없이 임재를 기다린다. 정작 기다림보다 힘든 것은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자신들의 현실이다. 블루스 음악을 하고 싶은 가난한 흑인 뮤지션 덕규 역시 무대에서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 덕규가 아무리 재즈 기타를 끝내주게 쳐도 결국 돈이 되는 건 재즈 연주가 아닌 랩 피처링이다. <라이브 하드>는 독특한 음악영화다. 흑백의 화면은 인물들이 서 있는 공간을 종종 무국적의 공간으로 만들고, 오디션을 보러 라이브클럽을 찾은 뮤지션들은 때로 누가 먼저 총을 빼들지 눈치 보는 서부극의 주인공처럼 묘사된다.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지만 곧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영화를 휘감는다. 침묵과 긴장의 정조를 뚫고 음악이 연주될 땐 영화에 그만 홀리고 만다.

<안나와 종말의 날> Anna and the Apocalypse

존 맥페일 / 영국 / 2017년 / 107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10대의 안나. 성인이 되면 아빠의 품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의 여행을 꿈꾸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고 무사히 새해를 맞았다면 안나의 꿈은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 좀비떼가 출몰해 마을과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안나와 친구들은 학교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좀비들의 공격을 방어한다. 좀비가 된 친구와 선생님의 머리를 내리쳐야 하는 상황에도 직면하지만 어쨌든 당장은 살고 볼 일이다. <안나와 종말의 날>은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평범한 스쿨 드라마처럼 시작한다. 그러다 학교 복도를 미끄러지며 노래하고 춤추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뮤지컬영화로서의 매력을 어필하는 건가 싶은 순간 좀비영화의 장치들을 소환한다. 뮤지컬영화의 명랑함과 좀비영화의 엉뚱함과 크리스마스 가족영화의 훈훈함까지 각 장르의 매력을 적절히 배합해, 크리스마스와 소녀와 좀비와 뮤지컬의 엉뚱한 만남에 적당한 이유를 제시한다.

<밤의 문이 열린다> Ghost Walk

유은정 / 한국 / 2018년 / 90분 / 부천 초이스: 장편

영화는 칼에 찔려 죽은 남자의 시신 위로 혜정의 내레이션을 깔며 시작한다. “내일이 없는 유령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왔던 길을 반대로 걷는다. 잠들어 있던 모든 어제의 밤을 지켜본 후에야 걸음을 멈춘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으려고 가족과도 연락을 끊고 지내고, 좋아한다 고백하는 남자에겐 연애나 결혼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혜정.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던 혜정은 어느 날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어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유령이 되어 ‘어제의 밤들’을 지켜본다. 교류 없이 지내던 하우스메이트의 사정과 길거리에서 마주친 어린 소녀의 사정과 사채업자의 죽음과 자신의 죽음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목격한다. 잔인한 현실의 풍경을 직시하면서도 그 잔인함 너머를 들여다보려는 묵직한 시선, 삶의 온기를 지켜내려는 따뜻한 의지가 인상적인 영화다. 단편 <낮과 밤> <캐치볼> 등으로 주목받은 유은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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