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 코미디영화 총정리⑥] 2004~08년 한국 코미디영화 전성기에서 암흑기로
2019-03-06
글 : 장영엽
<어린 신부>에서 <과속스캔들>까지
<어린 신부>

한국 코미디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과 최악의 부진이 공존하는 시기.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영화계에 대한 소회다. 이 시기 국내 코미디영화는 극장가를 찾는 한국 관객이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장르라는 지위를 누렸다. 코미디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임창정, 정준호, 김수미, 김아중, 차태현 등의 배우들이 각광받았고 김수로, 최성국, 신이, 이문식 등 다수의 한국 코미디영화에서 감초 연기로 주목받은 조연배우들이 잇따라 주연을 맡았다. 지금은 흥행 감독으로 더 유명한 김용화, 윤제균, 강형철 감독이 중·저예산 상업 코미디영화로 재능을 입증하던 시기도 바로 이때다. 한편 2000년대 중반의 한국 코미디영화는 기대작의 흥행 부진과 예기치 못한 작품들의 선전을 경험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상과 대중의 취향을 반영하지 못한 코미디영화는 금세 대중의 외면을 받는다는 뼈저린 교훈을 일깨우는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장과 침체를 거듭하던 한국 코미디영화가 스릴러, 액션 장르의 영화에 왕좌를 내어준 2008년은 코미디 장르의 암흑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전조가 가득한 한해였다.

<과속스캔들>

인터넷 문화 반영한 N세대 코미디영화의 등장

<태극기 휘날리며>(2004, 1174만명)와 <실미도>(2003, 1108만명)가 단일 영화 관객 천만 시대를 열어젖힌 2004년은 한국 영화산업의 저변이 극적으로 확장된 시기였다. 코미디영화에서는 전통적으로 사랑받던 조폭 코미디 장르의 경향이 약화한 대신, 참신한 장르와 캐릭터를 앞세운 영화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문근영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어린 신부>(2004)다. 314만 관객을 기록하며 2004년 한국 극장가 전체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른 이 영화는 10대 소녀를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일부로 포용하고, ‘조혼’이라는 소재를 한국영화의 새로운 유행으로 만드는 등 업계 전반에 다양한 영향력을 미쳤다. 중·고등학생의 성과 결혼, 출산 등을 소재로 다룬 일련의 코미디영화들, <여고생 시집가기>(2004)와 <돈 텔 파파>(2004), 이듬해 개봉한 <몽정기2>(2005)와 <제니, 주노>(2005) 역시 <어린 신부>의 자장 안에 위치하는 코미디영화들이다. N세대 관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인터넷 소설이나 문화에 기반을 둔 로맨틱 코미디 상업영화가 쏟아져 나오던 시기도 이때다.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늑대의 유혹>(2004)과 <그놈은 멋있었다>(2004), 또 다른 인터넷 소설 히트작 <내사랑 싸가지>(2004)와 ‘얼짱’으로 유명했던 남상미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그녀를 모르면 간첩>(2004) 등이 같은 해 개봉했다. 조폭 코미디의 빈자리를 단숨에 메운 이들 ‘N세대 청춘 코미디영화’는 신선한 기획에 비해 만듦새가 아쉬워 빠르게 잊혀져갔다. 한편 당대의 코믹지왕 김상진 감독의 신작 <귀신이 산다>(2004)와 임창정의 호연이 돋보인 <시실리 2km>(2004)는 코미디와 호러의 참신한 결합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마파도>

중견배우들의 <마파도>, 새로운 다크호스 되다

2005년 한국 코미디영화계의 다크호스는 중견배우들이었다. 오지명이 연출을 맡고 최불암, 오지명, 노주현이 주연을 맡은 <까불지마>(2004)를 시작으로 <마파도>(2005), <간 큰 가족>(2005),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2>(2005) 등 중·장년 캐릭터가 극의 중심에 놓이는 코미디영화들이 주목받았다. 특히 여운계, 김수미, 김을동, 김형자, 길해연이라는 5명의 베테랑 중견 여자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마파도>는 전국 309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박스오피스에서 승승장구했다. 이들의 선전은 10대 관객을 겨냥해 젊고 수려한 외모의 스타들로 채운 예년의 코미디영화와 사뭇 다른 흐름으로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탄탄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으나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로만 소비되던 베테랑 배우들이 코미디라는 장르와 결합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대중의 취향을 만족시킨 것이다. <마파도>의 주연배우 김수미의 활약이 두드러진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2> 또한 563만 관객을 기록하며 역대 한국 코미디영화 흥행작 1위에 올랐다. <조폭마누라2: 돌아온 전설>(2003), <달마야, 서울 가자>(2004) 등 전편의 후광효과를 기대하며 제작되었으나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을 기록한 일련의 조폭 코미디 영화와 달리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2>는 속편이 1편보다 흥행할 수 있다는 법칙을 한국 코미디 영화의 역사에 새롭게 추가했다.

<미녀는 괴로워>

조폭 코미디 속편의 귀환

<괴물> <왕의 남자> <타짜>가 연달아 등장한 2006년은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르네상스가 도래한 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기에는 2005년 개봉작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2>과 마찬가지로 전편의 흥행을 전제로 관객의 기대감을 공략하는 조폭 코미디 영화의 속편들, <투사부일체>(2006)와 <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3>(2006, 346만명) <조폭마누라3>(2006, 146만명)가 박스오피스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조폭이 사범대학에 진학해 윤리 교생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을 다룬 <투사부일체>는 61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코미디영화 흥행 1위 자리를 탈취했다. 이 작품들은 전편에서 벗어나지 못한 진부한 설정과 유치한 유머 코드로 평단의 혹평을 받았지만, 설(<투사부일체>)과 추석 연휴(<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3>)에는 가볍게 웃을 수 있는 한국 코미디영화가 대세라는 법칙은 2006년에도 여전했다. 한편 2006년은 한국 코미디영화 흥행작에서 신스틸러로 주목받은 다수의 조연배우가 주연배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한해였다. <주유소 습격사건>(1999), <S 다이어리>(2004) 등의 출연작으로 사랑받은 김수로가 <흡혈형사 나도열>(2006)로, <색즉시공>(2002)이 낳은 인기 배우 최성국과 신이가 <구세주>(2006)의 공동 주연으로, <달마야 놀자> <마파도> 등에서 주목받은 이문식이 <형사 공필두>(2006)로 첫 주연에 도전했다. 20~30대 여성 관객을 겨냥한 여성 캐릭터 중심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도 인기였다. <언니가 간다>(2006)와 <Mr. 로빈 꼬시기>(2006),<올드미스 다이어리_극장판>(2006),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2006) 등의 영화는 직장 여성의 사랑과 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시대상을 반영했지만 여성 캐릭터를 대상화하며 ‘백마 탄 왕자’ 스토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투사부일체>

암흑기 속 사회상 담은 코미디의 선전

2007~08년은 한국영화 위기설이 대두하는 가운데 코미디영화 또한 부진을 면치 못하던 시기다. <그놈 목소리>(2007), <추격자>(2008) 등의 스릴러영화가 강세를 띠는 가운데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안착한 코미디영화는 2007년 <미녀는 괴로워>(9위), 2008년 <과속스캔들>(5위)에 불과했다. 한동안 조폭 코미디와 판타지 짙은 로맨틱 코미디영화에 열광하던 대중은 경제적 불황과 더불어 시대상을 반영한 코미디영화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외모 지상주의를 풍자하는 <미녀는 괴로워>, 미혼모라는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가족 테마의 이야기로 경쾌하게 풀어낸 <과속스캔들>, 재개발 이슈를 코미디 영역으로 끌어안은 <1번가의 기적>(2007)이 그 작품들이다. 안일하고 진부한 기획 대신 시대와 호흡하는 새로운 소재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 작품들의 주인공이 현재 한국영화계의 대표적인 흥행 감독으로 평가받는 김용화, 강형철, 윤제균 감독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 조사에 따르면 국내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2007년 로맨스 코미디 영화에서 액션·스릴러영화로 바뀌었다. 2004년 국내 객석점유율 1위를 기록하던 코미디영화가 불과 3년 새 다른 장르에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그렇게 코미디영화의 암흑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 2004년

최고 흥행 한국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1174만명 _한국영화 사상 첫 천만 관객을 기록한 <실미도>와 더불어 본격적인 한국영화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어젖힌 작품.

최고 흥행 한국 코미디영화: <어린 신부> 314만명 _10대 여성 캐릭터가 로맨스영화의 주역으로 거듭나는 데 상징적인 역할을 한 로맨틱 코미디.

<시실리 2km>

최고의 코미디 배우: <시실리 2km> 임창정 _몸을 사리지 않는 슬랩스틱과 페이소스 짙은 연기로, 그는 당대 코미디영화 제작자들의 섭외 1순위 배우였다.

최고의 신스틸러: <S 다이어리> 김수로 _여자친구에게조차 화장지 4칸 이상 허락하지 않는 짠돌이 캐릭터로 웃음을 유발했다.

● 2005년

최고 흥행 한국영화: <웰컴 투 동막골> 800만명 _전쟁이라는 소재를 휴머니즘적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좋은 기획력과 웰메이드 연출로 흥행에 성공했다.

최고 흥행 한국 코미디영화: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2> 563만명 _조폭 코미디 영화 프랜차이즈의 속편 영화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최고의 코미디 배우: <마파도> 김수미 _<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2> <간 큰 가족>에 연달아 출연한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에 코믹과 호러를 넘나드는 스펙트럼 넓은 연기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2>

최고의 신스틸러: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2> 탁재훈 _백호파의 어리바리한 둘째 아들로 출연해 ‘문자메시지 들어오시라고 혀라’ 등 수많은 어록을 양산했다.

● 2006년

최고 흥행 한국영화: <괴물> 1091만명 _사회적 메시지와 괴수물의 장르적 쾌감, 가족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교과서적 사례.

최고 흥행 한국 코미디영화: <투사부일체> 610만명 _역대 한국 코미디영화 흥행작 1위 자리를 탈환한 작품.

최고의 코미디 배우 : <투사부일체>의 정준호 _조폭 코미디 영화의 명실상부한 아이콘. 지적이고 젠틀한 이미지와 캐릭터의 간극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배우.

<조폭마누라3>

최고의 신스틸러: <조폭마누라3> 현영 _홍콩 조폭의 외동딸 아령(서기)의 말을 엉망진창으로 전달하는 ‘엽기 통역사’ 역할로 큰 웃음을 이끌어냈다.

● 2007년

최고 흥행 한국영화: <디 워> 785만명 _평단과 관객의 온도차가 그 어느 때보다 컸던 영화로, 전국적인 ‘국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고 흥행 한국 코미디영화: <미녀는 괴로워> 608만명 _한국에 불어닥친 외모 지상주의와 성형 열풍을 정면으로 꼬집은 최초의 상업 장편 코미디영화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미녀는 괴로워>

최고의 코미디 배우: <미녀는 괴로워> 김아중 _망가짐도 불사한 김아중의 코믹 연기는 이 영화가 <엽기적인 그녀>를 제치고 역대 로맨틱 코미디 영화 1위에 오르는 데 일조했다.

최고의 신스틸러: 이한위 _<바르게 살자> <미녀는 괴로워> <만남의 광장>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등 같은 해 다수의 코미디영화에 출연한 이한위.

● 2008년

최고 흥행 한국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668만명 _김지운 감독의 이 ‘만주 웨스턴’ 영화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액션영화의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은 흥행작이었다.

최고 흥행 한국 코미디영화: <과속스캔들> 822만명 _배우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의 매력적인 조합과 경쾌한 사운드트랙, 연말연시에 어울리는 따뜻한 결말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최고의 코미디 배우: <과속스캔들> 차태현 _한동안 침체기를 보내던 그는 <과속스캔들>에서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전매특허 캐릭터로 다시금 분해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과속스캔들>

최고의 신스틸러: <과속스캔들> 왕석현 _어린 왕자 같은 외모에 이따금 툭툭 어른의 말투를 내뱉는 이 소년을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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