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 코미디영화 총정리⑦] 2009~13년 가족극과 로맨스를 더해 폭넓어진 코미디영화
2019-03-06
글 : 김현수
<7급 공무원>부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까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한동안 잠잠하던 천만 영화의 축포를 터뜨린 건 코미디영화 제작에서 조금씩 장르의 외연을 넓혀가던 JK필름이었다. <괴물> 이후 3년 만에 <해운대>(2009)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2009년, 전년도에 개봉한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2008)이 8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 성적을 거두면서 장르 불문 흥행 코드인 ‘가족을 울리고 웃기는’ 영화들이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물론 그 이전에도 성공한 가족 코미디는 많았지만 점점 흥행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는 코미디영화에서 대통령을 볼 수 있는 시절이기도 했는데, 250만 관객을 동원한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는 대통령을 권력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아버지(이순재)이자 연인(장동건)이자 배우자(고두심)의 눈높이에서 재해석하는 재미를 안겨준 작품이다. 그리고 이듬해 겨울, 김영탁 감독의 <헬로우 고스트>(2010)가 300만 관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장르는 다르지만 거칠게 비교하자면 <헬로우 고스트>는 <신과 함께-죄와 벌>(2017)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한 영화라고도 할 수도 있다. 배우 차태현을 세상 풍파에 찌든 철없는 아들로 활용한 점이나 부모의 내리사랑을 밑거름 삼아 강력한 최루성 눈물 폭탄을 터뜨리는 후반부의 전개 등이 묘하게 닮었다. 또한 흥행에 성공하는 가족 코미디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의 활약도 두드러졌는데 배우 차태현뿐 아니라 강예원, 고창석, 장영남, 이문수 등 탄탄한 조연배우들이 보여준 코믹한 귀신 연기가 관객을 두 시간 내내 정신없이 울고 웃게 만들었다. 그리고 2013년 설 연휴 극장가를 강타한 <7번방의 선물>이 등장한다. 이 영화는 이전의 천만 영화들과 장르 면에서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결을 달리한다. 어쩌면 이제 코미디 차례가 온 것을 알리는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설 연휴에 가족끼리 볼만한 코미디영화가 제대로 흥행했다는 타이밍 면에서는 최근 <극한직업>(2019)이 설 연휴 하루 관객수 100만명을 넘기는 기염을 토하면서 한국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오른 사례와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밖에 여러 흥행 요인이 있겠지만, 한 가지 다시 짚어보고 싶은 것은 조폭 사용 방법에서 이전의 한국형 조폭 코미디 영화들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영화의 배경이 교도소라 자연스럽게 온갖 범죄자들이 아빠 용구(류승룡)와 딸 예승(갈소원) 사이를 서포트해줘야 하는 상황에서 김정태, 정만식, 오달수, 김기천, 박원상 등의 배우들이 수위를 적당히 조절했다. 그 ‘조폭’의 자리를 때에 따라서는 검사나 경찰이 차지하면서 흥행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7번방의 선물>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흥행

2010년대 초반, 한해 동안 개봉한 영화의 전체 흥행 순위 20위권 안에서 종종 눈에 띄는 코미디 장르물이 있었으니, 바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대부분 정통 코미디를 추구하기보다 다른 장르의 요소를 끌어들여 융합하는 사례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2010년 가을에 개봉해 270만 관객을 동원한 김현석 감독의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은 누군가의 연애를 조작한다는, 일종의 케이퍼무비를 표방하는 요소가 재미를 안기며 눈을 사로잡았다. 연말 특수를 노려 200만 관객을 동원한 이선균, 최강희 콤비의 <쩨쩨한 로맨스>는 19금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며, <방자전>(2010) 최고의 신스틸러로 주목받은 배우 송새벽과 이시영이 본격 코미디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고 할 수 있는 <위험한 상견례>(2011)가 250만 관객을 동원했다. 로맨스에 호러 감성을 토핑해 때때로 주객이 전도되는 오싹함을 안겨준 손예진, 이민기 주연의 <오싹한 연애>(2011)도 독특한 소재와 감성에 270만 관객이 화답했다. 이 영화들보다 흥행 성적은 조금 뒤지지만 TV드라마 등에서 흔히 봐온 생활밀착형 로맨스를 다룬 한예슬, 송중기 주연의 <티끌모아 로맨스>(2011), 임창정, 김규리 주연의 <사랑이 무서워>(2011)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하정우, 공효진 주연의 <러브픽션>(2011)과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주연의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두 작품은 여타 장르영화에서 출중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던 연기파 배우들이 능청스럽게 코미디에 젖어들 때 벌어지는 케미스트리를 강력한 무기로 내세운 코미디였다. <러브픽션>이 170만, <내 아내의 모든 것>이 무려 450만 관객을 동원하던 시기의 이야기다.

<헬로우 고스트>

코미디영화의 다양화

최근 몇년 사이에는 잘 볼 수 없는 스타일의 코미디영화가 쏟아지듯 등장하던 때가 있었다. 액션과 코미디를 결합한 <7급 공무원>이 4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신태라 감독이 배우 강지환과 다시 한번 작업한 <차형사>(2012)로 돌아와 전작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기까지 그사이 1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코미디영화는 임창정식 코미디의 연장선상에 있는 <청담보살>(2009), 강효진 감독의 <육혈포 강도단>(2010), 이준익 감독의 걸쭉한 사투리 코미디 <평양성>(2011), 류승범에게서 짐 캐리의 모습이 언뜻 보인 영화 <수상한 고객들>(2011), <간기남>(2012) 등이다. 그 뒤를 이어 만들어진 영화의 면면을 보면 실로 다양하다. 육상효, 김인권 콤비의 등장을 알린 <방가? 방가!>(2010), 할리우드의 고전적인 스릴러 코미디를 보는 듯한 손재곤 감독의 <이층의 악당>(2010), 김상진 감독의 조감독 출신 김동욱 감독이 만든 <반가운 살인자>(2010), 독보적인 코미디 색깔을 지닌 신정원 감독의 <점쟁이들>(2012), 이른바 시골 코미디의 달인 장규성 감독의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 고현정, 유해진, 성동일, 고창석 등 중견배우들이 만들어낸 코미디 <미쓰GO>(2012), 송새벽 사용설명서 영화 중 한편인 <아부의 왕>(2012) 등이 당시 거대 자본을 들이지 않고 만든 코미디영화들이다.

<러브픽션>

사극과 슬랩스틱 코미디의 만남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 2012년, 2주 간격으로 개봉한 김주호 감독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코미디 장르 영화로서 48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여름 극장가를 점령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흥행 요인 역시 여러 가지로 단지 <도둑들>의 낙수효과만을 누린 영화는 아니었다. 사극과 코미디의 안정적인 조합이라는 장르적 힘이 인정받은 사례고, 이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김석윤 감독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4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이미 대표적인 코미디 흥행 시리즈의 탄생을 알리기도 했다. 설 연휴 흥행 공식을 이어가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나 차태현의 첫 사극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모두 슬랩스틱 코미디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설 연휴 안방극장에 연일 소환되던 성룡이 등장하는 유의 영화가 주는 재미와 연결짓는다면 과장일까. 사실 두 영화를 본 관객 대부분이 반응한 지점은 주인공들이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맞서는 진지한 모습보다는 온갖 고초를 몸으로 겪어내는 슬랩스틱 코미디라는 점에서 충분히 흥행 요인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의 코미디 흥행사를 훑어보면 차태현이라는 배우의 흥행성을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2000년대 초반, 국민 남친이자 모두의 견우로 살던 그가 이경규의 복면(<복면달호>(2007))과 강풀의 스케치 (<바보>(2008))를 거쳐 <과속스캔들>과 <헬로우 고스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연달아 흥행을 성공시키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이후 TV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을 오가며 지금도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2009년

최고 흥행 한국영화: <해운대> 1145만명 _가장 섬뜩한 재난 속에서 가장 뜨거운 감동을 느끼게 하다.

최고 흥행 한국 코미디영화: <7급 공무원> 408만명 _액션과 로맨스가 코미디를 타고 놀 때 만들어지는 조화.

최고의 코미디 배우: <7급 공무원> 강지환 _겉으로는 말끔한데 뭐든 행동이 어설퍼서 웃긴 매력을 발산시켰다.

최고의 신스틸러: <7급 공무원> 류승룡 _최고의 서포트다. 안 웃기려 해서 더욱 웃긴 코미디 연기를 보였다.

● 2010년

최고 흥행 한국영화: <아저씨> 628만명 _아저씨 열풍의 시초, 아직 이 영화를 넘어선 아저씨는 없다.

최고 흥행 한국 코미디영화: <헬로우 고스트> 301만명 _소중하고 위대한 가족 코드를 활용하다.

최고의 코미디 배우: <헬로우 고스트> 차태현 _그를 감동의 치트키처럼 사용한 영화다.

<헬로우 고스트>

최고의 신스틸러: <헬로우 고스트> 고창석 _온몸으로 웃기고 울리는 당대 최고의 신스틸러.

● 2011년

최고 흥행 한국영화: <최종병기 활> 747만명 _직선과 질주의 쾌감을 이토록 잘 살리다니.

최고 흥행 한국 코미디영화: <써니> 736만명 _복고 열풍의 시작을 알린 바로 그 영화다.

<수상한 고객들>

최고의 코미디 배우: <수상한 고객들> 류승범 _웃는 게 웃는 게 아닌 표정의 품격.

최고의 신스틸러: <오싹한 연애> 이미도 _야하게 웃기는 분야의 장인이다.

● 2012년

최고 흥행 한국영화: <도둑들> 1298만명 _여러 번 봐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천만 영화의 탄생.

최고 흥행 한국 코미디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490만명 _사극과 차태현의 찰떡같은 조합.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최고의 코미디 배우: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김인권 _이 시대의 유일무이한 억울함을 연기하다.

최고의 신스틸러: <건축학개론> 조정석 _<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까지 포함하여 ‘납뜩이’ 조정석만의 웃긴 오빠 캐릭터 탄생.

● 2013년

최고 흥행 한국영화, 최고 흥행 한국 코미디영화: <7번방의 선물> 1281만명 _울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성급하게 몰아세우는 영화.

<7번방의 선물>

최고의 코미디 배우: <7번방의 선물> 류승룡 _아버지의 새로운 면모, 자상하고 탈권위적인 아버지의 눈물을 보이다.

최고의 신스틸러: <롤러코스터> 김재화 _명대사 “마른 수건 오네가이시마스?”를 탄생시킨, 코믹 외국어 장르를 개발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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