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①] <골든글러브> <초의태인간> <온다> <팡파레>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
2019-06-19
글 : 김성훈

<골든글러브> The Golden Glove

파티 아킨 / 독일, 프랑스 / 2019년 / 115분 / 금지구역

<골든글러브>는 1970년대 독일 전역을 시끄럽게 했던 연쇄살인범 프리츠 홍카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의 일생에서 술과 섹스에 취해 유독 여성들만 골라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르던 시기를 따로 떼내어 영화로 만들었다. 독일 함부르크, 못생기고 등이 꾸부정한 프리츠는 동네 선술집 ‘골든글러브’를 자주 드나드는 단골 손님이다. 그곳에서 늙은 창부, 실업자, 동네 할머니 등 만취한 여성을 살인 표적으로 지목해 자신의 좁고 지저분한 다락방에 데려간 뒤 강간과 살해를 일삼는다. 그러고 난 뒤 시체를 토막내 집에 숨겨둔다. 그의 집을 찾는 주변 사람들이 “집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고 말할 때마다 프리츠는 “아래층에 사는 그리스인들이 요리하는 냄새”라고 뻔뻔하게 대답한다.

전세계적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지금, 이 영화는 철저하게 프리츠 홍카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피해자 여성의 사연이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만취한 채 여성을 자신의 성욕을 푸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폭력과 살해를 조금의 죄의식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며, 그렇게 죽인 시체를 끙끙거리며 토막내고 유기하는 등 여성 인권을 잔인하게 유린하는 그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프리츠 홍카가 태연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난 뒤 구사하는 유머는 매우 아슬아슬하다. 어쩌면 이 영화가 올해 부천영화제의 가장 문제작이 될지도 모르겠다. <골든글러브>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초의태인간> Mimicry Freaks

후지이 슈고 / 일본 / 2018년 / 83분 / 금지구역

깊은 숲속의 아침, 후마는 잠에서 깬다. 숲속에서 밤을 보낸 이유도, 아들이 곁에 서 있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그곳에서 괴물 ‘나마하게’(얼굴에 가면을 쓰고, 볏짚단을 어깨에 두른 채 게으른 사람을 혼내주는 괴물.-편집자)가 갑자기 그의 앞에 나타난다. 깜짝 놀란 후마는 아들과 함께 도망가다가 결혼식을 앞둔 신혼부부와 신부의 아버지를 만난다. <초의태인간>은 1970년대 일본 괴기영화의 전통을 충실하게 따르되, 신체를 썰고 자르고 사람이 마구 죽어나가는 1980, 90년대 미국 스플래셔 호러무비 또한 연상케 하는 공포영화다. 방사능에 노출돼 오염된 숲속은 나마하게가 왜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을 혼내는지 짐작하게 한다. 후마와 신혼부부 그리고 신부의 아버지 등 여러 사람을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몰아넣고 난도질을 하고, 영화의 후반부는 인간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탓에 기괴하고 무섭다.

<온다> It Comes

나카시마 데쓰야 / 일본 / 2018년 / 134분 / 월드 판타스틱 레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고백>(2010), <갈증>(2014) 등을 연출한 나카시마 데쓰야의 신작이 왔다. 주위에 늘 친구가 많은, 과자 회사 우수사원인 히데키(쓰마부키 사토시)는 카나(구로키 하루)와 결혼해 딸 치사를 키우며 행복하게 산다. 그가 쓴 육아 블로그는 인터넷에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동시에 남자들의 시샘 대상이다. 주변 사람들은 히데키가 사교도 잘하고 가정에 헌신적이라 멋진 남자라고 생각하지만 아내 카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날, 히데키는 정체불명의 존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쫓아왔던 이상한 존재는 히데키에게 “(어딘가로) 가자”고 말한다. 불안감을 느낀 그는 프리랜서 기자 노자키(오카다 준이치)로부터 그의 전 여자친구인 영매사 마코토(고마쓰 나나)를 소개받는다. 히데키는 마코토, 그녀의 언니이자 최고의 영매사인 코토코(마쓰 다카코) 두 자매와 함께 그 존재를 쫓는다. 영화는 히데키에게 나타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맥거핀 삼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히데키 가족의 삶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진짜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알 수 없는 존재는 왜 히데키를 쫓는 걸까. 여러 질문들을 통해 영화는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진리를 강조한다. 카나의 삶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마츠코를 떠올리게 할 만큼 애잔하고, 마코토와 코토코 자매 영매사가 귀신 같은 존재와 맞서는 장면은 오컬트 장르로서 긴장감이 넘친다. <온다>는 일본 호러 대상을 받은 소설 <보기왕이 온다>를 각색한 작품이다.

<팡파레> Fanfare

이돈구 / 한국 / 2019년 / 88분 / 코리안 판타스틱: 경쟁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핼러윈데이 영업이 거의 끝날 때쯤, 한 여성 손님이 바에 들어와 데킬라를 주문한다. 그녀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J(임화영)다. 바 주인은 J에게 말을 걸지만 J는 그를 상대하지 않는다. 바 주인이 가게 정리를 하는 동안, 위급 환자로 위장한 희태(박종환)와 강태(남연우) 두 남자가 갑자기 바에 들어와 강도로 돌변한다. 바 주인은 그를 막으려다가 우발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당황한 희태와 강태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쎈(이승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쎈은 시체를 처리해주는 조건으로 강태와 어떤 거래를 하고, 백구(박세준)를 부른다. 전작 <가시꽃>(2013)에서 죄책감과 죄의식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이돈구 감독은 장르영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들 덕분에 이야기는 한시도 안심할 수 없고 생생하다. 등장인물 대부분 ‘나쁜 놈’들인데 그들의 주도권이 뒤바뀔 때 묘한 쾌감이 작용한다.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 Welcome to the Guesthouse

심요한 / 한국 / 2019년 / 99분 / 코리안 판타스틱: 경쟁

준근(이학주)은 취업을 하지 못해 졸업을 계속 미룬다. 설상가상으로 ‘클릭’ 경쟁에서 밀려 계절학기 신청에 실패해 기숙사에서 쫓겨난다. 갈 곳 없는 그는 학교 근처에 위치한 바다에 갔다가 서핑 게스트하우스에서 숙식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서핑의 ‘서’자도 모르지만 먹고 재워준다는 얘기를 듣고 덜컥 서핑 테스트에 지원한다. 운 좋게도 테스트에 통과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된 준근은 어느 날 그곳을 찾은 베테랑 서퍼 성민과 서핑을 하다가 그의 비매너 플레이에 피해를 당하면서 대결을 신청한다. 이 영화는 취업난을 겪는 준근이 서핑을 배우면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성장담이다. 청년실업 같은 사회문제를 소재로 다루는 전형적인 청춘영화임에도 삶을 위트 있게 바라보는 시선은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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