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⑨] ‘지구 정복 괴수전’ 상영작
2019-06-19
글 : 김봉석 (영화평론가)
괴수 엔터테인먼트
<가메라: 대괴수 공중결전>

지난 5월 29일 개봉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6월 10일까지 관객수 40여만명을 기록하며 <기생충>에 처참하게 패했다. 그러나 북미에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첫 주말 4770만달러의 수익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6월 3일까지 전세계에서 거의 2억달러를 벌어들이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일본에서 시작돼 할리우드로 넘어가서도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이는 고질라에서 시작된 일본 괴수물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열리는 ‘지구 정복 괴수전’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고질라에 비해 지명도에서 밀리는 가메라는 1965년 <대괴수 가메라>로 처음 등장했다. 거북이를 모델로, 불을 뿜으며 공중을 날아다니는 가메라는 시작부터 아이들의 친구였다. 구원자이며 파괴신인 고질라와는 차별점을 두었다. 1980년 8번째 작품 <우주괴수 가메라>로 중단됐던 <가메라> 시리즈는 1995년 가네코 슈스케의 <가메라: 대괴수 공중결전>으로 부활한다. <가메라2: 레기온 내습>(1996), <가메라3: 사신 이리스의 각성>(1999)까지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으로 불린다.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은 일본 괴수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1984년에 다시 시작한 <고질라> 시리즈는 아이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로 방향을 잡았다. 고질라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는 괴수영화를 지향한 것이다. 그러나 1995년 ‘이것이야말로 진짜 괴수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기네마준보> 베스트10에서 6위를 했던 <가메라: 대괴수 공중결전>은 괴수들의 대결만이 아니라 ‘정말로 괴수가 현실에 나타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묘사하며 어른의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한다.

괴수 출현과 재해의 리얼리티라면 안노 히데아키가 만든 <신 고질라>를 떠올리면 된다. 괴수가 대체 어디서 왔고, 목적은 무엇인지를 조사하고 연구한다. 괴수 출현이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대해 언론이 분석하고, 정부와 의회는 연일 회의에서 대책을 마련한다. 군대는 어떤 전략을 세우고, 어떤 무기로 대응할 것인가. 괴수들이 나타나면 인간들의 반응은 어떨 것인가. 이 모든 것이 <가메라> 1편에서 시작되었다. 1편은 단지 이야기만이 아니라 인간의 시점에서 괴수를 보는 듯한 카메라워크와 정교한 미니어처를 통해 탁월한 실감을 안겨주었다. 특수효과 감독을 맡은 히구치 신지의 역할도 중요했다. 일본 재난물의 대명사인 <일본침몰>과 <신 고질라> <진격의 거인> 등의 감독인 히구치 신지는 괴수와 밀리터리의 스페셜리스트다. 히구치의 손을 거치면 비록 스토리는 난삽하더라도 최소한 장면의 리얼리티는 선명하게 구현된다. 도쿄에 나타난 갸오스가 도쿄 타워를 무너뜨리고, 석양을 배경으로 내려앉은 모습은 최고의 명장면이다.

<고질라 대 헤도라>

2편은 외계 생물이 홋카이도에 떨어지고, 실리콘을 먹으며 전자파에 반응하는 괴수가 나타는 모습을 통해 외계 침공 SF로서도 탁월한 성취를 보여주었다. 그 점을 인정받아 영화로는 처음 일본SF대상을 받았다. 또한 방위청의 전면 협조를 받아 촬영한 괴수와 인간의 전투 장면도 발군이다. 3편에서는, 가메라가 도쿄에서 격전을 벌일 때 건물이 무너지며 죽은 부모의 복수를 원하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즉 피해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괴수물이다. 전반부에서 불타는 갸오스가 시부야 한복판에 떨어지고, 건물이 파괴되는 장면과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군중의 모습을 통해 괴수 출현을 재난의 시각으로 섬뜩하게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의 처연함까지 괴수영화의 상식을 수없이 파괴하여 당시 찬반양론이 치열했던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의 화려한 피날레.

그 밖에 인간이 버린 공해물질에서 탄생한 괴수와 기이한 전투를 벌이는 괴작 <고질라 대 헤도라>(1971)와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대괴수 갓파>(1967)도 주목할 작품이다. 당시 미나마타병 등 환경오염으로 일본 사회에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이를 발빠르게 괴수의 모습으로 형상화시켰다. 인간이 초래한 재난으로서의 괴수물을 그려낸 시도. <대괴수 갓파>는 당시 괴수 붐을 타서 만든 닛카쓰의 유일한 괴수영화다. 전래 요괴 가라스텐구를 모티브로 한 괴수의 디자인과 움직임이 인상적이며, 판타지영화로서의 괴수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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