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20년의 얼굴들] 이주현 기자의 PICK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2020-12-11
글 : 이주현
<맹크>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화려한 얼굴을 좋아한다. 날카롭고 신비한 푸른빛의 큰 눈을. 역시나 그는 오랫동안 금발의 사랑스러운 미녀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 배우로서의 욕심과 용기에도 한 가지 이미지에 갇혀 있었던 셈. “사람들은 잡지 표지만 보고도 날 안다고 생각하죠.” <맹크>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20세기 초 미국 신문업계의 제왕이었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여인이자 영화배우였던 매리언(아만다 사이프리드)이 시나리오작가 허먼 맹키위츠(게리 올드먼)에게 하는 말이다.

이 말이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속마음처럼 여겨지는 것은 그 역시 매리언처럼 10대 때부터 연기를 했고 숱하게 잡지 표지를 장식했으며 그 과정에서 오해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 데뷔작 <퀸카로 살아남는 법>을 시작으로 <맘마미아!> <클로이> <디어 존> <레터스 투 줄리엣> <레드 라이딩 후드> <인 타임> <레미제라블> <러브레이스> <위 아 영> <팬> <파더 앤 도터> <퍼스트 리폼드> 등 할리우드에서 15년 넘게 성실하게 다작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칭찬받을 만하다.

사이프리드가 데이비드 핀처의 <맹크>를 만난 건 그러니 절대 운이 아니다. <맹크>에서 그는 게리 올드먼의 방대한 지분을 잊게 할 만큼 눈부시다.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화려한 삶을 영위했던 실존 인물 매리언은 사이프리드와 데이비드 핀처를 통해 누군가의 들러리가 아니라 자기 생각을 선명히 드러내는 존재로 생기를 얻는다. 사이프리드는 할리우드 고전영화의 기품을 갖춘 코미디 배우처럼 혹은 불가침의 아우라를 풍기며 마치 카메라의 조리개가 된 듯 영화의 명암을 조절한다.

그는 핀처 감독이 <맹크>에 자신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두눈에 눈물이 고였다고 한다. 거장으로부터 기회를 얻었다는 기쁨에 연기 경력 20년이 넘는 배우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니. 배우의 순수한 마음이란 이런 게 아닐까. <맹크>가 공개되고 나서 외신은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사이프리드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 사이프리드는 오스카와 인연이 없었다. 지금껏 후보에 오른 적도 없다. 오스카 훈장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사이프리드가 내년 4월 오스카 무대에 서게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매리언의 시

“영화가 만들어지면 날 용서해줘요.”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날 용서해줘요.” 영화 후반부. 매리언은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를 탈고한 허먼 맹키위츠를 찾아가고, 두 사람은 우정을 담아 이런 대화를 나눈다. <맹크>에서 이 시퀀스는 샌 시미언 정원에서의 대화 신과 함께 가장 로맨틱하게 촬영됐다. 데이비드 핀처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게 귀엽고 낭만적인 캐릭터인 매리언의 매력,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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