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20년의 얼굴들] 조현나 기자의 PICK <라이트하우스> <테넷> 로버트 패틴슨
2020-12-11
글 : 조현나
<라이트하우스> <테넷>
<테넷>

어느 순간부터 그가 택하는 모든 작품이 의외였다. <해리 포터>의 모범생 세드릭 디고리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 에드워드 컬렌을 거치며 금발의 하이틴 스타로 자리 잡을 찰나, 자본을 좇는 투자자 에릭 페커 역으로(<코스모폴리스>) 방향을 틀더니 <라이프> <잃어버린 도시 Z> <하이라이프> 등 하나의 키워드로 묶기 어려운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트와일라잇>에서 불거진 연기력 논란이 잠잠해지며 완벽한 로맨스영화 주인공으로서의 온기도 사그라들었다. 그 대신, 로버트 패틴슨의 얼굴엔 불안과 광기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 광기는 <굿타임>을 지나 <라이트하우스>에 이르러 완연히 무르익었다. <라이트하우스>에서 로버트 패틴슨은 토머스(윌럼 더포)와 단둘이 외딴섬의 등대를 관리하는 에프라임을 연기했다. 윌럼 더포가 초반부터 욕망을 표출하는 데 반해 로버트 패틴슨은 중반 이후에야 응축된 울분을 폭발시켰다. 접전 끝에 상대를 완전히 압도하고 피범벅이 된 채 윌럼 더포를 내려다보는 로버트 패틴슨의 모습은, 살기 어린 눈빛과 느슨히 풀린 어깨까지 섬뜩하다 못해 공포스럽다.

<라이트하우스>로 올해 런던비평가협회에서 남자배우상을 수상한 이후, 로버트 패틴슨은 차기작으로 <테넷>을 선택했다. “다양성 영화에만 출연해온 탓에 한동안 캐스팅 의뢰가 없었다”는 그가, 연기자로서의 영역을 넓힐 요량으로 다시 상업영화에 발을 들인 것이다. <테넷>에서 로버트 패틴슨은 주인공 ‘프로타고니스트’의 조력자 닐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상황을 꿰뚫고 있는 인물인 만큼 광기 대신 여유와 차분함으로 프로타고니스트의 빈틈을 단단히 메웠다.

<라이트하우스>와 <테넷>에서 보여준 로버트 패틴슨의 상반된 면모는 이제 그를 장르로도, 캐릭터로도 규정짓기 어렵다는 깨달음을 남긴다. 흩뿌려진 점 같았던 필모그래피도 이제 하나의 선율을 그리고, 여기에 ‘하고 싶은 작품’과 ‘필요한 작품’을 영리하게 오가는 배우로서의 연륜도 더해졌다. <배트맨>에 이어 클레르 드니 감독의 <더 스타스 엣 눈>에 출연할 예정이라는 로버트 패틴슨의 행보가 앞으로도 계속 예상을 비껴가길 바란다.

욕망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라이트하우스>에서 에프라임은 결국 그토록 열망하던 등대에 오른다. 피인지 기름인지 모를 검은 액체로 뒤덮인 채 반짝이는 눈으로 등대의 빛을 향해 손을 뻗는 모습이 기괴하기 이를 데 없다. 고통인지 희열인지 모를 괴성까지 내지르며, 로버트 패틴슨은 영화의 마지막까지 에프라임의 광기를 여지없이 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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