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20년의 얼굴들] 배동미 기자의 PICK <인비저블맨> 엘리자베스 모스
2020-12-11
글 : 배동미
<인비저블맨>
<인비저블맨>

여성이 겪는 그늘진 상황 속에는 표정을 지운 그녀의 얼굴이 있다. 엘리자베스 모스는 늘 여성을 향한 불합리한 상황을 겪는 여성을 연기해왔다. 여성을 향한 억압은 가정(<인비저블맨>)에서 벌어질 수 있고 직장(<매드맨>)에 만연한 문제일 수도 있다. <인비저블맨>에서 엘리자베스모스는 강압적인 남편 애드리안(올리버 잭슨 코언)에게서 도망치는 세실리아로 분한다. 먹는 것과 입는 것을 시작으로 마침내 생각까지 통제하려는 남편에게서 세실리아는 필사적으로 달아난다.

남편은 투명인간이 돼 세실리아 앞에 나타나는데, 여성이 느끼는 불합리한 상황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느껴지지만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억압. 그 속에서도 세실리아는 자기 확신을 잃지 않는다. 자기 통제력을 상실하지도 않는다. 미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는다.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분투한다. 카메라는 벼랑 끝에 선 엘리자베스 모스를 자주 클로즈업하는데, 예민하고 피곤한 기색이 스치는 그의 얼굴은 <인비저블맨>이 일방향적이고 납작한 이야기로 흐르지 않도록 만든다. 그의 얼굴은 영화를 이끄는 동력이자 서사 그 자체다.

26살 때 출연한 드라마 <매드맨>에서 그는 남성 중심의 광고계에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지만 정상가족에서 비껴난 미혼모 캐릭터 페기를 8년간 연기했고, 30살 넘어서는 훌루 오리지널 <시녀 이야기>에서 국가가 극단적 기독교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세워진 신생 국가에 감금돼 출산을 강요받는 시녀 준을 연기했다. 다중 서사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매드맨>과 달리 <시녀 이야기>는 오롯이 그가 이끌어가는 이야기였고, <시녀 이야기>로 엘리자베스 모스는 2017년 골든글로브와 에미상에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보다 앞선 2014년에는 제인 캠피온 감독과 드라마 <톱 오브 더 레이크>에서 만나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드라마 현장에서 주로 연기해온 탓에 <인비저블맨>은 나 역시 오랫동안 기다려온 그의 원톱 주연 영화였다. 그렇게 투명인간이 아닌 그의 아내가 주인공인 영화가 탄생했다. 부디 모두가 이 배우를 주목해주길. 그의 차기작은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은, 유명 고딕 호러 작가 셜리 잭슨의 전기영화 <셜리>다.

극과 극을 오가다

세실리아가 친언니 에밀리(해리엇 다이어)에게 남편 애드리안이 투명인간이란 사실을 털어놓자, 레스토랑 나이프(투명인간이 된 애드리안이 쥔)가 움직여 에밀리의 목을 그어버린다. 나이프는 재빠르게 세실리아의 손으로 옮겨 쥐어지고, 세실리아는 아연실색한다.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줄 사람을 눈앞에서 잃어버린 엘리자베스 모스의 표정 연기는 대단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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