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누구인가. 시대가 낳은 안타고니스트인가. 오직 생존 본능을 지닌 야수와 같은 리얼리스트인가. <파친코>의 한수는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끔찍하다. 부산 영도 바닥을 쥐락펴락하던 생선 중개상 한수의 첫 등장은 8개 에피소드를 통틀어 가장 멋진 장면일 것이다. 그는 첫눈에 선자와 사랑에 빠진다. 아마 <파친코>의 시청자는 한수의 첫 등장 장면에서부터 그의 눈빛에 설득당하게 될지 모른다. 이민호가 전작들에서 한결같이 보여줬던 동화 속 백마 탄 왕자님의 이미지 그대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필 그의 전작이 부산 해운대 도심을 말 타고 질주하던 <더 킹: 영원의 군주>의 이곤 황제였기 때문에 이곤이 <파친코>의 배경인 영도로 타임슬립해서 등장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한수는 시대를 찢고 선자 앞에 나타난 남자다. 선자 역시 한수가 멋진 남자일 거라 여긴다. 하지만 이민호의 한수는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하다. 그는 한수를 표현하기에 앞서 “절대 선이었던 사람이 절대 생존의 과정 속에서 절대 악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변화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수를 “처절했던 시대 속에서 한수만의 방식으로 아주 거칠고, 그리고 앞만 보고 살아가는,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는 그런 인물”로 해석했다는 말을 듣고 나면 원작 소설을 보지 않은 시청자는 당황할 것 같다. 한수는 앞으로 상당한 반전 스토리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이민호의 한수가 시청자들에게 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한류 스타 이민호’라는 틀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늘 뭔가 정제돼 있고 멋있고 판타지스러운 인물들을 맡아왔는데 이번에는 기존의 나를 부수고 야생으로 돌아가서 진짜 원초적인 인간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단순히 악역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늘 연기해왔던 인물들과는 반대 선상에 놓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올랐지만 제작진이 원칙으로 내세운 철저한 오디션 과정에 열정적으로 임한 그는 <파친코>를 작업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고 “이 시기의 역사에 대해 깊게 탐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두고 연기했다. “우리 윗세대들의 희생과 노력을 생각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파친코> 시청자 모두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씨네21
검색
사진제공 Apple TV+
이어지는 기사
관련 인물
최신기사
-
[LIST] 김도연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
[LA] 끝내 검투사까지 재등판한 할리우드, <트위스터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등 속편 열풍… <글래디에이터 II>는?
-
[culture stage] 메리 스튜어트_Marry Said What She Said
-
[오수경의 TVIEW] Mr. 플랑크톤
-
여기 여기, 정보 담아가세요!, 노인, 장애인 관객이 알아두면 좋을 영화 활동
-
극장 에티켓은 극장에 가야 배울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전용 관람이 필요한 이유
-
[인터뷰] 당신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 출연자 시라토리 겐지 감독 미요시 다이스케, 가와우치 아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