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는 시대를 뚫고 살아남은 여성, 선자의 이야기다. 비극적인 시대를 살아간, 4대에 걸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아픔이 작품 곳곳에 서려 있지만 이야기 안에서 대표되는 한 사람을 꼽는다면 그건 선자란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시대의 뒤쪽에 내몰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살아온 수많은 선자들을 대변하듯, 신인배우 김민하가 연기하는 선자는 시대의 여성들의 눈과 귀와 목소리가 되어준다. 김민하가 시나리오를 읽고 받아들인, “정말 현명하고 융통성 있고 소녀 같고 나약해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보다도 강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줄 알고 또 가족도 보호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선자다. 2016년 웹드라마 <두여자> 시즌2로 데뷔해서 드라마 <학교 2017> <검법남녀> 등에 출연했고 영화 <봄이가도>에서 아픈 아빠 곁에서 위로해주던 딸을 연기했던 김민하는 <파친코>에 이르러 제 옷에 꼭 맞는 역할을 입었다. <파친코>의 선자는 모두 세명의 배우가 연기한다. 어린 시절을 맡은 전유나, 노년 시절을 연기하는 윤여정, 그리고 젊은 선자 역의 김민하. 세 배우 모두 놀랍도록 연기 톤과 심지어 특정 표정까지도 닮아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한 공개 기자회견 때는 윤여정, 김민하 배우 모두 “현장에서 만난 적도 없다. 연기에 대해 서로 말을 주고받지 못했다”고 겸손하게 대답했지만 극중 젊은 선자와 나이 든 선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클로즈업 장면이 오버랩될 때 시청자들은 금세 선자들의 빼다 박은 눈빛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제작진이 원칙처럼 내세운,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강도 높은 오디션 과정이었지만 “인터뷰도 많이 하고 케미스트리 오디션이라고 해서 배우들과 합도 맞춰보는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정말 많이 배웠고 혼을 짜내듯 노력한 현장이었다”고. “세상의 엄마들을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강한 책임감을 느꼈고” 친할머니에게 당시 시대상을 전해 듣고 선자를 연기할 때 할머니의 과거를 상상해보며 연기했다는 그는 현장에서 “단지 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한다. “연기 외에도 많은 걸 배웠다. 내 목소리를 내는 법도 배우고 내가 누구인지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배우 스스로 느꼈듯, <파친코>의 선자를 보는 모두가 시대의 디아스포라와 그 시대를 견뎌낸 선자의 마음을 배우 김민하라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매력적인 필터를 통해서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씨네21
검색
사진제공 Apple TV+
이어지는 기사
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여기 여기, 정보 담아가세요!, 노인, 장애인 관객이 알아두면 좋을 영화 활동
-
극장 에티켓은 극장에 가야 배울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전용 관람이 필요한 이유
-
[인터뷰] 당신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 출연자 시라토리 겐지 감독 미요시 다이스케, 가와우치 아리오
-
극장은 평등하지 않다 장애인, 노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본 오늘의 영화관
-
[특집] 환영합니다, 한명도 빠짐없이 극장에 입장하세요! - 노인, 장애인 관객이 말하는 영화관 이용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극장에 필요한 것들
-
[연속기획 6]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주요 로케이션과 촬영 지원작 리스트
-
[연속기획 6]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드라마’, <쌈, 마이웨이> 부산 제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