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스 바이즈 감독의 <히든 페이스>(2011)를 리메이크한 <히든 페이스>는 집 안에 숨겨진 비밀 공간을 중심으로 성진(송승헌), 수연(조여정), 미주(박지현) 세 사람의 미스터리한 관계와 욕망을 그려낸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성진으로 분한 송승헌은 영상 편지 한통만 남기고 사라진 약혼녀를 찾는 과정에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며, 다양한 감정을 밀도 있게 표현한다. 처음 리메이크 제안을 받았을 때 김대우 감독은 문득 자신의 관점으로 만들어진 <히든 페이스>가 궁금했다. “작품을 제안 받고 영화를 다시 보니 처음 볼 때와 사뭇 달랐다. 지금까지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와 DNA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발현되지 못한 욕망의 뿌리들이 저 먼 아래에서 서로 연결돼 있는 듯한 지점에 가장 이끌렸다.”
<인간중독> 이후 8년 만에 송승헌, 조여정 배우를 다시 만난 김대우 감독은 두 배우와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작업에 돌입했다. “나와 함께 불속이든 물속이든 언제든지 뛰어들 배우들이다. 촬영 과정에 망설일 만한 순간에도 나를 믿어준다. 또 지난 시간 동안 발전한 이들의 모습을 담게 된 것이 내게도 큰 기쁨”이라며 작업의 소회를 밝혔다. 성진과 수연 사이에서 열쇠처럼 이야기를 풀어갈 미주 역의 박지현은 이번 영화로 김대우 감독과 첫 호흡을 맞췄다. “박지현 배우를 처음 보았을 때 긍지가 느껴졌다. 자신에 대한 확신, 자기 결정에 대한 확신, 그리고 함께 작업을 완성해나가는 흐름에 대한 확신이 컸다. 배우와 미팅할 때 이러한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박지현 배우에게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원작의 묘미가 밀실인 만큼 <히든 페이스>에서도 공간 구현에 큰 힘을 들였다. <봄날은 간다> <군도: 민란의 시대> <헌트> 등을 거쳐온 박일현 미술감독은 <방자전>으로 김대우 감독과 인연을 맺어 이번 작품에도 함께했다. “박일현 미술감독은 미술 작업에 물러서지 않는 자기만의 철학이 있다. 추상적으로 요구한 개념을 구체화하고 꼼꼼하게 디테일을 살펴준다.” 비밀스러운 이야기와 매혹적인 공간, 고조되는 음악 등 다양한 요소를 모아 김대우 감독은 <히든 페이스>에 관계의 산물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특정한 상황이나 처지에 의한 산물이 아니라 오롯이 관계가 만들어낸 결과로서 극을 이끌어내고 싶었다. 관계의 욕망과 욕망의 관계. 거기에 공간이 덧대지면서 드러나는 영향을 보여주고 싶다.”
김대우 감독이 꼽은 <히든 페이스>의 이 장면
“성진이 지휘하는 장면. 촬영 기간 중 제일 공들이고 제일 걱정했지만 제일 크게 환호가 터졌던 장면이다. 프로듀서와 함께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한마디도 못하고 침묵한 채 돌아갔다. 뭐랄까. 둘 다 너무 벅차고 뭉클했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길어지는 법. 성진의 다양한 면모를 부각하는 데 힘을 보태는 장면이다.” (김대우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