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할 첫인상”을 지닌 두명의 중년 남자가 있다. 소박한 성품의 목수들이자 둘도 없는 절친인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다. 이들은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을 위해 산장에 입성했다가 졸지에 흉악범으로 오해받기에 이른다. “외모보단 내면이 핸섬 가이즈라” 웃지 못할 해프닝에 시달리게 되는 두 남자를 배우 이성민과 이희준이 타고난 재치로 물들였고, 오랜 취향과 개성을 발휘해 “장르적으로 무서움도 가미된 100% 정통 코미디”를 완성한 남동협 감독이 심상찮은 데뷔작으로 2023년 극장가에 시원한 웃음기를 예고한다.
복합 장르적 요소들이 돋보일 코미디영화라 기대된다. 비교할 만한 작품이 있을까.
=<시실리 2km>와 약간의 접점이 있을 수 있겠다. 외국영화와 비교하자면 코미디를 위에 얹은 <13일의 금요일>과 <이블 데드>? (웃음) 물론 어디까지나 비교해보라고 하니 답하는 이야기다. 1990년대 코미디 스타일을 세련된 톤으로 가미해 상업영화적인 설득력에 신경 썼다. 10대, 20대 관객에겐 신선한 코미디영화로, 40대 이상 관객에겐 코미디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작품이 되길 바란다.
왜 ‘핸섬 가이즈’인가. 정석적인 미남 배우 두 사람의 조합이라면 제목이 효용을 잃을 것 같다.
=겉만 봐서는 절대 핸섬하지 않은데 알고 보면 마음이 핸섬한 남자들의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친형제처럼 사이가 두터운 재필과 상구가 오랫동안 목수 일을 하면서 살다가 함께 전원생활을 꿈꾼다. 낯선 지역의 산장을 구입해 그곳을 단장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여행 온 대학생 그룹들에 범죄자로 오인받으며 해프닝이 생긴다.
같은 경북 출신에 극단 차이무에서 우정을 쌓아왔고,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호흡을 맞춘 이성민, 이희준 배우의 개성이 어떤 조화를 이룰까.
=촬영하면서 알게 모르게 내가 갖고 있던 편견이 모두 무너졌다. 이희준 배우는 어쩐지 상남자, 세고 터프할 것만 같았는데 실제로는 무척 섬세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반대로 이성민 배우는 내성적일 거란 예상과 달리 <핸섬 가이즈> 현장의 ‘엄마’였다. 막내들은 따로 회식도 시켜주고, 현장을 챙기는 역할을 자처하는 분이더라. 두 사람은 연기 스타일도 달라서 이희준 배우가 꼼꼼하고 치밀하게 구상한 연기를 보여준다면 이성민 배우는 테이크를 갈 때마다 코미디 연기 강도의 1단계부터 10단계까지를 퍼레이드처럼 펼치는 식이었다. 재밌는 건, 이성민 배우가 어떤 톤을 뽑아내든 이희준 배우가 거기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는 리액션을 즉흥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편집실에서 단 하나의 컷을 고르는 게 힘들었다.
영화 <리멤버>와 드라마 <형사록>, 연말을 장식한 <재벌집 막내아들>까지, 2022년은 이성민의 전성시대였다. 약간의 부담감도 있겠다.
=두 배우가 이렇게 대놓고 정통 코미디에 출연한 적이 없어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이성민, 이희준의 코미디 연기를 보게 될 거라 장담한다.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만큼은 주성치와 오맹달 콤비 못지않다고 말하고 싶다.
사투리가 돋보이는 코미디 <카센타>의 윤색에도 참여했다. <핸섬 가이즈>의 사투리는 어떤가.
=현장 연출부, 조감독 시절부터 친했던 하윤재 감독이 내 취향과 사투리 능력을 믿고 맡겨주었다. 경남 마산 출신이다. <핸섬 가이즈>도 원래는 표준말로 된 시나리오였지만 이성민, 이희준 배우가 캐스팅된 뒤 캐릭터들의 순박함을 배가하기 위해 두 배우의 동의를 얻어 대사를 사투리로 싹 바꿨다. 리딩날 약간 당황했던 것이 경남과 경북 사투리가 확실히 뉘앙스 면에 다르더라. 두 배우에게 맡기고 경남 사투리를 강요하진 않았다. (웃음)
공승연과 이규형이라는 젊은 배우들, 박지환과 우현이라는 베테랑 배우들의 조화도 흥미롭다.
=공승연 배우는 처음엔 그저 발랄한 대학생처럼 보이다가 극이 진행될수록 강단 있는 여자주인공의 모습으로 변모해가는 반전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박지환 배우는 자기만의 촉을 맹신하는 파출소장 역을, 이규형 배우는 파출소장을 잘 따르지만 때로 사차원스러운 고집을 부리는 순경 역을 맡아 엄청나게 존재감이 큰 콤비로 활약한다. 우현 배우는 마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성당 신부인데, 상대적으로 분량은 적지만 나오는 장면마다 한몫 두둑히 챙기는 캐릭터다. 현장에서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촬영이 중단될 지경에 이르렀던 장면도 우현 배우의 등장 신이었다.
<상류사회> <티끌모아 로맨스> <1번가의 기적> 등 충무로에서 조감독 생활을 오래하다 데뷔했다. 그 과정의 은인도 있나.
=<핸섬 가이즈> 크랭크업 시점에 마흔셋이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고마운 분들이 많았다. 첫 조감독 작품이 이한 감독의 <내 사랑>(2007)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구인 광고를 보고 대뜸 이한 감독을 찾아갔다.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 있다고 자기 PR을 간절히 하고 돌아왔는데, 경험 많은 베테랑 조감독들을 이미 미팅까지 마친 상황에서 감독님이 내 열정을 선택해주었다. 그렇게 시작하고 나니 조금씩 일이 들어와 꾸준히 조감독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데뷔작으로 하이브미디어코프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상류사회> 조감독 때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프리 기간이 1년 가까이 길어지면서 조감독이 제작사 대표와 자주 얼굴 보고 이야기하게 되는 흔치 않은 상황이었다. 40대에 접어들면서 연출을 포기하고 전문 조감독 생활도 고민할 때였는데 김원국 대표가 데뷔를 함께해보자고 먼저 제안했다. 마지막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10장짜리 <핸섬 가이즈> 시놉시스를 썼다. 데뷔까지 오래 걸렸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나만의 색깔이 담긴 영화로 데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솔직히 말해 너무나 신나고 행복하다.
남동협 감독이 꼽은 <핸섬 가이즈>의 이 장면
남동협 감독은 재필과 상구가 참전하게 되는 후반부 대혈투 시퀀스를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신나고 무서우면서도 웃긴 하이라이트”가 되도록 각별히 공들인 장면이다. 특히 배우 이성민과 이희준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몸쓰기의 기술, 완성도 높은 슬랩스틱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