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023 기대작⑩] 하준원 감독 ‘데드맨’, “배우들의 공들인 연기를 보는 맛”
2023-01-12
글 : 이유채
사진 : 백종헌
제작 팔레트픽쳐스, 사람엔터테인먼트 / 감독 하준원 / 출연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 / 배급 콘텐츠웨이브 / 개봉 2023년

“정치는 이름 석자를 걸고 하는 일이다. 이름을 건다는 건 책임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걸까.” 2014년에 발생한 사회적 재난의 수습 과정은 하준원 감독에게 가시지 않는 의문을 남겼고 “이름값”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한 계기가 됐다. <데드맨>은 봉준호 감독과 <괴물>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한 하준원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이름값이란 속뜻을 품은 채 장르적 재미를 위해 후더닛 구조를 취한 영화의 주인공은 업계에서 알아주는 바지사장 이만재(조진웅)다. 누명을 쓰고 사망 처리돼 중국 감옥에 갇힌 그는 비상한 정치 컨설턴트 심 여사(김희애)의 도움을 받아 귀국한 뒤 그와 함께 자신을 ‘데드맨’으로 만든 자를 추적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죽인 진범을 찾아 복수하려는 딸이자 이만재와 악연으로 얽힌 공희주(이수경)가 합류한다. 여의도에 살다시피하며 수많은 정치 관계자를 취재하고 수정을 거듭하며 5년을 매만진 시나리오를 드디어 영화로 선보이는 하준원 감독이 지금 바라는 건 하나다. “관객이 극장을 나서면서 내가 이름대로 살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본다면 <데드맨>은 성공한 거다.”

그는 <데드맨>이 “배우들의 공들인 연기를 보는 맛”이 있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배우가 모든 걸 쏟아부어서 어떤 진득한 순간을 만들어내면 그것을 지루하지 않게 완성하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고 감독은 말한다. 이만재 역을 맡은 배우는 조진웅이다. “이만재는 밑바닥 생활도 했다가 성공 신화도 썼다가 하는 변화무쌍한 캐릭터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조진웅 배우가 필요했다.” 심 여사 역은 배우 김희애가 연기한다. “<인사이드 맨>의 로비스트 매들린 화이트(조디 포스터)를 레퍼런스 삼았다. 선악으로 나눌 수 없는 이 복잡한 캐릭터에 김희애 배우를 대입해보니 잘 어울렸다.” ‘커다란 눈동자에 총명한 인상’이라고 시나리오에 묘사된 공희주는 배우 이수경 그 자체다. “그가 가진 옹골참, 직진성이 종마 같은 느낌으로 막 달려나가야 하는 공희주와 잘 맞았다.” 현재 하준원 감독은 막바지 후반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사량도 정보량도 많은 영화라 전달력과 속도감을 중점에 두고 편집 중이다. 관객이 조금이라도 더 쉽게 내용을 소화할 방법을 마지막까지 찾을 생각이다.”

하준원 감독이 꼽은 <데드맨>의 이 장면

“이만재와 심 여사의 첫 만남 장면을 눈여겨봐줬으면 좋겠다. 여기서 심 여사가 대뜸 이만재의 뺨을 번개 같은 속도로 때리는데 김희애 배우가 아주 시원하게 해줘 연출자로서 좋았다. (웃음) 심 여사가 길게 말하는 장면도 기대해달라. 김희애라는 배우의 연극을 보고 싶다는 욕심에 고집스럽게 한 호흡에 찍었는데, 배우가 그 마음을 알아주고 매번 완벽하게 준비해와서 근사하게 완성됐다.”(하준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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