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023 기대작⑧] 정우성 감독 ‘보호자’, “감독 정우성의 관점이 담긴 평범함의 딜레마”
2023-01-12
글 : 임수연
사진 : 오계옥
제작 영화사테이크 / 감독 정우성 / 출연 정우성, 김남길, 박성웅, 김준한, 이엘리야, 박유나 /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개봉 2023년

정우성은 그가 불안한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90년대부터 공공연하게 영화 연출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보호자>는 정우성이 오랜 시간 품었던 꿈을 비로소 싹틔운 출발점에 서 있는 작품이다. 정우성이 직접 연기한 수혁은 10년 만에 출소한 후 새로운 보스 응국(박성웅)을 찾아가 과거를 청산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하지만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응국은 조직 내 2인자 성준(김준한)에게 그를 감시하라고 지시하고, 성준은 수혁을 향한 비뚤어진 질투심에 수혁의 살해를 의뢰한다. 스토리라인은 단순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감독 정우성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는 완성도 높은 액션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판이다.

지금이야 배우가 영화를 연출하는 사례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지만, 90년대부터 감독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꽤나 선구적이었다. 감독으로서 첫 작품이 <보호자>가 된 배경은 무엇인가.

=영화사테이크 대표인 송대찬 프로듀서와 <감시자들>을 함께했다. <증인>을 마친 후 액션 연기를 한번 보여주고 싶었던 타이밍에 <보호자> 시나리오를 제안해서 가볍게 응했다. 그런데 당시 준비 중이던 신인감독이 일신상의 이유로 연출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스케줄도 비었으니 연출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배우로 참여했을 때는 액션의 이미지만 생각했을 텐데 감독으로 작품을 대하니 캐릭터를 다루는 태도의 정당성까지 고민하게 됐다.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창작자가 어린이 캐릭터를 다루는 자세다.

그동안 관객에게 각인됐던 정우성의 이미지와 정우성 감독이 배우 정우성을 통해 구축할 캐릭터는 다를 수 있다. 스스로에게 거리를 두고 배우 정우성에게 요구한 것은 무엇이었나.

=수혁 캐릭터는 단순하고 명료한 딜레마에 직면한다. 딜레마는 그 사람의 고민이 담겼기 때문에 사실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연기적으로는 맞닥뜨린 현실에 대한 혼돈, 주저함, 막연함 같은 감정 표현만 하면 될 거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주변 캐릭터에게 좀더 많은 역할을 부여했다.

수혁 캐릭터를 제외한 주요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이정재 감독의 <헌트>에는 두 배우가 함께 출연했지만 <보호자>에는 이정재가 나오지 않는다.

=사적 친분을 갖고 캐스팅 제안을 하는 것은 작품에 온당치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부담없이 편하게 읽고 답을 주고 서로 상처를 입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배우에게 어떤 사심도 없이 시나리오를 보냈다. 아티스트컴퍼니에 여자배우가 많지만 <보호자> 캐스팅을 할 땐 그들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김준한 배우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나와 함께 나오는 장면은 없었지만 그가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라 눈여겨보고 있다가 성준 역을 제안했다.

캐릭터의 내밀한 감정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근사한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것 사이의 비중을 어떻게 안배해야 할지 고민은 없었나.

=사건이 일어나면서 어쩔 수 없이 물리적 충돌이 생기는데, 그 안에서 할 법한 액션을 디자인했다. 수혁은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막연한 사람이다. 폭력에 자연스러울 수 없는 사람이 폭력을 행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친다. 그래서 그가 폭력적인 상황에 연루됐을 때 가급적 겉돌게 만들었다. 서로에게 해를 가하는 것은 수혁을 중심으로 연관된 다른 사람들이다. 수혁 주변의 인물은 육식동물처럼, 원치 않은 상황에 놓인 수혁의 심정은 성난 황소처럼 표현했다. 이러한 액션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앵글 안에 담기는 동시에 인물의 개성과 딜레마를 부여해 관객이 그들을 궁금해하게끔 작업했다.

수혁은 아버지로서 10살 된 딸을 지키기 위해 더욱 평범해지려고 한다. 아버지인 적이 없는 배우가 첫 연출작에서 아버지를 연기했다.

=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은 아니다. 아이가 있다고 아버지는 아니다. 하루라도 더 산 사람으로서 아이에게 좀더 성숙한 행동 양식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어른이 된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존재는 10살 어린이다. 원래 시나리오부터 있었던 ‘보호자’라는 제목도 자꾸 다른 의미를 담게 됐다. 성인 남자가 아이의 보호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이가 이 남자를 아버지로 만드는 보호자일 수 있다고. 평범한 삶을 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과연 우리는 평범함의 가치를 알고 있을까.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끝없이 방황한다. 평범함의 딜레마를 수혁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고락선 촬영감독과 허명행 무술감독이 <보호자>에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고락선 촬영감독은 조명으로 먼저 일을 시작한, 조명을 굉장히 잘 쓰는 분이다. 그가 색을 다루는 민감함에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허명행 무술감독은 워낙 오래 봐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안다. 요구하는 바를 확히 캐치해줄 조언자가 필요했다.

사적으로도 비즈니스적으로도 가까운 이정재의 <헌트>가 흥행과 평단의 반응까지 만족시키며 성공했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나.

=없다. 사람들은 당연히 연결지어서 생각하려 하겠지만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보호자>와 <헌트>는 예산부터 스토리까지 다를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시작했다. 소재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각 차라면 모를까, 작품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다름까지 혼재해서 비교한다면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자세와 감독으로서 현장을 통솔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보호자>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들었는데, 현장을 이끄는 리더에게 무엇이 중요하던가.

=감독이 디렉팅 체어에 앉아 있지 않으면 된다. 감독이 의자에 앉아 조감독에게 얘기하고, 조감독이 각 부서에 전달하고, 이를 현장 스탭에게 전달하다 보면 중간중간 자신의 각색이 들어간다. 그런 불합리한 소통 방식이 현장에서 얼마나 시간을 좀먹는지 안다. 감독 스스로 솔선수범해서 행동으로 보여주면 현장이 잘 돌아갈 수 있다.

정우성 감독이 꼽은 <보호자>의 이 장면

정우성은 한국에서 가장 액션을 잘하는 배우다. 그런 배우가 직접 액션영화를 연출한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어차피 액션의 규모도 예산 안에서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그림을 짰다. 직접 몸으로 하는 액션도, 차와 함께하는 액션도, 차와 오토바이의 속도감에서 나오는 액션도 있다.”(정우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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