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김장균 매니지먼트 숲 대표, “좋은 작품을 찾아내는 눈이 중요하다”
2023-02-16
글 : 이자연
사진 : 최성열

“결국 사람이 함께하는 일이고,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라 모든 과정에 사람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모든 문제를 대화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유기도 하다.” 전도연, 공유, 공효진, 정유미, 최우식, 수지, 남지현 등 굵직한 배우들과 매니지먼트숲이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김장균 대표가 답했다. 그의 말은 결국, 오랜 여정을 동료들과 같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너그러운 마음과 넓게 멀리 보려는 거시적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말해준다. 너무나 많은 게 빨리 바뀌고 미래를 쉽게 점칠 수 없는 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서 김장균 대표는 동료들을 위해 안정적인 베이스캠프를 꾸렸다. 그의 숲은 많은 것을 보존하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었다.

- 2011년 매니지먼트숲을 시작했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외향적인 성향도 아닌 청년 김장균이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어떤 확신이 있었던 건가.

= 사업에 대한 확신보다 마침 그럴 타이밍이 됐던 것 같다. 당시 매니저 10년차로 번아웃이 크게 왔다. 혼자서 배우 50여명을 케어했는데 과중된 업무로 한명 한명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했다. 마음 한구석에 배우들에 대한 미안함이 커져가면서 미안함이 고민이 되고 고민이 늘자 회의감이 들었다. 결단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매니지먼트숲을 시작했다. 그저 일의 재미를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

- 그로부터 12년이 지났다. 지난 시기를 반추해볼 때 처음 매니지먼트숲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생존해낸 것 아닐까. (웃음) 그때보다 조금씩 단계별로 성장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그사이에 함께 발을 맞춰가는 배우의 수도 늘었다. 성장과 확장을 이룬 바탕엔 변하지 않는 우리의 진정성이 있다. 작품을 결정할 때 배우들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진심으로 고민을 나눈 시간이 쌓여 지금에 이른 것 같다.

- 2001년 싸이더스HQ에서 매니저로 입문했으니 장장 22년차를 지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워낙 트렌드가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한다. 다변하는 상황 속에서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온 요소가 있다면.

= 트렌드 파악, 업계 이해도, 넓고 안정적인 관계망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이런 건 사실 기본적으로 견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배우 엔터테인먼트사로서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작품을 찾아내는 눈이다. 아무리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새로운 트렌드가 쏟아져도 양질의 콘텐츠를 향한 대중적 관심과 이야기의 힘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작품의 기준을 딱 한 가지로만 짚어내긴 어렵다. 배우 입장에서 지금까지 맡은 배역의 맥락이나 겹치는 이미지가 있진 않은지, 어떤 면에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면서 확인한다.

- 2022년 한해를 자평해본다면. 남지현 배우의 <작은 아씨들>, 서현진 배우의 <왜 오수재인가>, 남주혁 배우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리멤버>, 수지 배우의 <안나> 등 소속 배우들의 활발한 활동이 이어졌다.

= 회사 내부에서는 2022년을 여러모로 예년보다 성장한 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외부 평가도 신경 쓰지만 그만큼 배우 당사자의 내적 성장을 눈여겨보는 편이다. 그런 부분에서 지난해의 결과물들이 좋았다. 작품의 호응도 컸고 배우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 무수한 작품을 배우들과 함께 좇아야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한편을 꼽는다면.

= 이런 질문이 제일 난감하다. (웃음) 그런데 지난해엔 좋은 작품이 쏟아져서 지켜보며 정말 행복했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질문에 꼭 답해야 한다면…. 수지 배우의 <안나>. 작품의 메시지도 좋았지만 수지 배우가 <안나>를 겪어나가는 과정이나 작품을 마친 뒤 배우의 생각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 배우들이 작품을 선정할 때 어느 정도로 관여하나.

= 결정을 대신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최대한 다각도에서 함께 바라보고자 한다. 눈이 많을수록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낼 수도 있고, 매니지먼트사가 생각하는 우려와 배우가 생각하는 우려를 맞춰볼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 점에서 보완해야 하고 준비가 필요한지 명료하게 파악하게 된다. 내부적으로 파생되는 물음표를 최대한 제거한 후 작품을 선택하려 한다.

- 중견배우뿐 아니라 신인 자리를 벗어나 자기만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배우들도 눈에 띈다. <사랑의 이해> <좋아하면 울리는>의 정가람 배우, <소울메이트> <죄 많은 소녀>의 전소니 배우와 함께하고 있다.

= 정가람 배우가 출연한 영화 <4등>을 인상 깊게 봤다. 직접 만나보니 역할과 실제 모습 사이 약간의 갭이 있더라. 무척 순수했다. <4등>의 연기가 워낙 좋았던 터라 계약을 하기까지 고민이 크지 않았다. 또 전소니 배우는 긴 대화를 통해 확신이 들었던 친구다. 좋아하는 영화부터 취미, 음악 등 일상적인 이야길 나누다 보니 우리와 결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8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매니지먼트숲을 인수했다. 이러한 변화로 매니지먼트숲에 생긴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 사석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솔직히 말하면 결정 과정에서 나와 우리 직원들도 상전벽해하는 변화가 생길까봐 고민했다. 예를 들면 매니지먼트숲은 매출과 성과로만 움직이지 않는데 그래야만 하는 일들이 벌어지면 어쩌나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논의 과정부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회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려 했고 실제로 매니지먼트숲의 성향을 지금까지 견지할 수 있었다. 물론 이점도 크다. 탄탄한 대기업이 파트너로 있으니 안정된 기반 위에 있다는 느낌이 들고, 기획 단계의 작품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 팬들을 위한 매니지먼트숲의 자체 콘텐츠가 인상적이다.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소속 배우들이 다른 데서는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 팬 서비스 목적으로 시작한 콘텐츠다. 팬들이 배우들을 작품 캐릭터 말고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점이 아쉬운데 예능 프로그램은 조금 어렵고. 그래서 우리가 편하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영상팀에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배우들도 있다. 팬들로부터 반응이 좋았던 낚시 여행 에피소드는 공유 배우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던 거다. 노래방은 잠시 만들어둔 거였는데 배우들이 와서 놀고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없애지 못하고 있다. (웃음)

-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매니지먼트사가 다루고 케어해야 할 범위가 과거보다 더 넓어졌다. 산업 전반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대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 특별히 매니지먼트의 방향성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업무량이 훨씬 는 건 사실이다. 채널이 많아지면서 제안받고 검토해야 할 작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 OTT가 세계 시장과 연결되면서 자연스레 글로벌 활동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해외 시장을 겨냥해도 보편적으로 아시아 지역에 국한되었는데 지금은 국가적 경계가 희미해지고 접근도 쉬워졌다. 이런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하고 적절한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배우 공유가 말하는 김장균 대표

“함께 일하면서 우선순위가 돈이었다면, 어쩌면 우린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을지도 모른다. 돈 앞에 의연한 매니저라 좋았고 인색하지 않은 형이라 고맙고 언제나 조바심내지 않고 기다려주는 친구라 덜 외로웠다. 그렇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따로 또 같이 근 17년을 함께 하는 사람. 이 글을 쓰면서도 우리가 정확히 몇 해를 함께 보냈는지 궁금해 김장균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 형, 우리가 같이 일한 지 한 15년?

김장균 대표: 2006년부터니까..16년? 17년? 지겹누… ㅋㅋ

: 오래도 했네.

김장균 대표: 근데 갑자기 왜?

:그냥… 20년 채우고 그만하려고 물어본 건데 아직 좀 남았네. ㅋㅋ

김장균 대표: 놉! 30년.

:….

김장균 대표: 못 가.

지겨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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