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매일 스타 탄생, 요즘 배우들이 뜨는 공식은?
2023-02-16
글 : 김소미
글 : 조현나
조연의 주연화·넷플릭스 글로벌 스타·늦깎이 신인·여성배우들의 변신과 성장 등 배우들은 역동 중
<더 글로리>의 정성일 배우(왼쪽).

콘텐츠 시장이 팽창하면서 바야흐로 배우들의 르네상스가 왔다. 다양화된 OTT 플랫폼의 고도 경쟁과 함께 K콘텐츠가 양적·질적으로 성장하면서 제작 산업은 훌륭한 작가진과 새로운 배우들에 끊임없는 갈증을 느끼고 있다. ‘스타가 되는 데엔 정답이 없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적확히 들어맞는 시기, 배우들이 대중의 주목을 받는 풍경이 변화했다고 엔터테인먼트사 대표들은 입을 모은다. “주요 인기 드라마가 무엇인지 전 국민이 알던 시대에는 주연배우가 중요했다. 지금은 보는 드라마가 다 다르고, 소리 소문 없이 흘러가는 콘텐츠가 대다수다. 수요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잘되는 작품의 경우 주연은 물론 조연과 카메오까지 속속들이 주목받는다.”(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 어떤 이야기가 어떤 반응을 얻을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취향의 다양성을 겨냥한 여러 연령대의 다양한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낙점되기 시작했고”(백창주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표) 다양한 장르물, 서브컬처, 앙상블 서사에 주목하게 된 대중이 먼저 나서서 주연만이 아닌 독특한 조연, 카메오의 매력을 빠르게 알아본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업계 관계자들끼리 앞으로 뜰 배우에 관해 비하인드로 이야기하던 인사이트를 지금은 거의 시차 없이 시장의 관객도 공유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뛰어난 조연들이 극에서 갖는 가치에 주목하며 조연급 배우의 성공-성장 서사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있다.”(박성혜 키이스트 대표)

스타들은 고정관념을 깨고

글로벌형 작품일수록 국내 인지도로부터 오히려 자유로워지고, “주당 최대 52시간 제작 환경으로 인해 4~8개월로 촬영 기간이 늘어나면서 작품에 올인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신인배우들에게 기회가 좀더 주어져”(표종록 앤피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신인배우, 혹은 인지도가 낮은 축에 속했던 배우들도 캐스팅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인이 반드시 젊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최근 급부상한 주목할 만한 배우에 관해 여러 관계자들이 <더 글로리>의 배우 정성일을 언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배우의 매력에 더해 관객의 카타르시스까지 해소할 수 있는 캐릭터에 주목도가 높아진 상황”(김종도 나무엑터스 대표)에서 “시청자들이 그 배우만이 해낼 수 있는 해석들을 생각하며 과몰입”(김장균 매니지먼트숲 대표)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취향이 세분화된 대중은 기호에 맞는 배우들을 빨리 ‘픽’한 다음, 그의 미묘한 장점이나 디테일을 1인 미디어가 되어 홍보하고 SNS와 커뮤니티의 폭발적인 바이럴이 이를 돕는다. 정성일에 앞서 배우 구교환의 경우도 눈밝은 관객이 먼저 팬덤을 형성했고 배우에 관한 분석 영상이 유튜브에서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한 뒤 주류 시장에 진출, 넷플릭스 시리즈 <D.P.>로 쐐기를 박았다. 배우 김신록도 넷플릭스 <지옥>, 회귀물 웹소설 원작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로 40대에 스타가 됐다. 이는 달리 말해 잘 알려진 스타들 역시 고정관념을 깨고 나올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캐릭터의 매력이 분명하고 배우가 기존에 해오던 연기 패턴을 버리고 도전했을 때 대중의 긍정적인 반응 또한 비례해 증가”(이소영 사람엔터테인먼트 대표)하기에 <구경이>의 이영애, <작은 아씨들>의 추자현 등이 찬사를 받았다.

다양한 캐릭터가 창조되고 배역의 기회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라이징 스타들이 등장했지만, 그 이면엔 나름의 어려움이 뒤따른다. “작품이 워낙 많다 보니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배우가 주인공을 맡기도 한다. 단순히 연기력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주인공은 대중에게 평가를 받는 입장인데,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에겐 그런 냉철한 평가를 온전히 책임지게 하는 시스템이 부담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백창주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표) 넷플릭스에서 작품이 의외로 큰 성공을 거둬 글로벌 팬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후, 배우들의 다음 행보에 대한 매니지먼트의 관리도 더욱 철저해져야 한다. <오징어 게임>과 <파친코>로 각각 성공한 정호연, 이유미, 김민하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 현재 업계는 엄청난 관심과 애정 어린 염려도 품고 있다. 권오현 앤드마크 대표는 “소속 배우들 각각에게 초점을 맞춘 타이트한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신인배우의 경우 “기본기를 계속 다지고 캐릭터를 입히며 대중의 반응을 살피는 식”(김종도 나무엑터스 대표)으로 가거나 “노출 빈도나 비중보다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표종록 앤피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의견도 이어졌다.

재해석과 급부상

희망이 훨씬 크다. 1990년대생 여성배우 단독 주연급으로 단연 존재감을 입증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빈과 <작은 아씨들>의 김고은,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의심을 완전한 편견으로 전락시킨 <안나>의 수지, <사랑의 이해>로 복병으로 떠오른 문가영 등 젊은 여성배우들이 무섭고 빠르게 성장세를 보여주는 모습은 박성혜 키이스트 대표의 말대로 어쩌면 “준비된 배우들이 기회를 잡는다는 뻔한 말을 실현하기 좋은 적기가 바로 지금”임을 알리는 신호일지 모른다. 낯선 배우의 급부상,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배우들이 재해석되는 순간, 진화가 필요한 배우들을 위해 마련된 적절한 도약대를 지금 콘텐츠 시장은 두루 품고 있고 그 르네상스 뒤편에 이를 서포트하는 매니지먼트들의 활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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