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권오현 앤드마크 대표, “신인 발굴과 지원에 계속 집중할 것”
2023-02-16
글 : 조현나
사진 : 최성열

사수로 만난 손석우 대표와 BH엔터테인먼트를 창립했을 당시만 해도 권오현 대표의 전략은 지금과 달랐다. 당시엔 인지도가 높은 배우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데 집중했으나 “신인을 발굴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함께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2015년 독립해 현재의 앤드마크를 세웠다. 현재 김혜준, 류덕환, 박진주, 신시아, 전종서, 장영남, 진서연 등 총 18명의 소속 배우를 지닌 앤드마크는 올 상반기에 20명 중반대로 소속 배우의 수가 늘어날 예정이다. <서울대작전> <소울메이트>에 이어 <우씨 왕후> <너트> <심플플랜>등 차기 제작 작품도 차례로 가시화되고 있다. 회사의 규모를 키우되 “루키 정신을 잃지 않은 채”로, 권오현 대표는 앤드마크의 청사진을 새롭게 그려가고 있다.

-지난해 앤드마크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고.

=앤드마크를 세운 지 올해로 8년차인데 2022년에 가장 큰 확대와 변화가 있었다. 부티크 매니지먼트의 형태를 유지하다 배우들을 대거 영입해 총 18명이 됐고, 자연스레 중대형 규모의 매니지먼트가 됐다. 또 콘텐츠 제작을 시작한 지 2년차에 첫 제작 영화인 <서울대작전>이 공개됐으며 직원 수도 2021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가 여러모로 분기점이었던 셈이다.

-2022년 앤드마크 소속 배우들의 활약이 상당했다. 특히 김혜준 배우는 디즈니+ 시리즈 <커넥트>, 전종서 배우는 티빙 오리지널 <몸값>,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등에 출연하며 각자의 저력을 과시했다.

=김혜준 배우는 앤드마크가 첫 회사라 그만큼 오래 지켜봐왔고 의미도 남다르다. 볼수록 코어가 좋다고 생각하는 배우라 지금처럼 자신의 속도대로 발전해나간다면 미래에 원톱 주연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전종서 배우는 계약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서로 지향하는 바가 잘 맞았다. 대부분 그의 대표작으로 <버닝>과 <콜>을 떠올리지 않나. 장르물에 편중된 감이 있는데 실제로 만나보면 로맨틱 코미디에도 어울리는 분위기를 가졌다. 가진 이미지를 다변화하며 대표작을 갱신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함께하게 됐다.

-한편 장영남 배우와의 인연은 무척 오래됐다. 지난해 개봉한 <공조2: 인터내셔날> <늑대사냥>,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일타스캔들>을 연달아 보며 여러 얼굴을 지닌 배우임을 다시금 체감했다.

=장영남 배우는 원래 히스테릭하고 센 캐릭터나 노역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외적인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얘기도 차분하게 잘해서 법무부 장관, 박사, 변호사 등 전문직 역할도 잘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기존에 맡았던 역할과 전문직을 적절히 번갈아가며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필모그래피를 보면 우리의 전략이 성공한 것 같다. 삶의 방식에서도, 커리어 측면에서도 귀감이 되는 배우다.

-배우를 영입할 때 그들의 어떤 매력을 중시하는 편인가.

=이 일을 20년째 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배우를 선호한다’고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눈빛과 보이스 톤을 중시하긴 하는데 이것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그래도 꼽아보자면 역시 연기 측면에서의 다양성이다. 연기 폭이 넓고 무리 없이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에 접근할 수 있겠다 싶은 배우에게 눈길이 간다.

-주목도가 높았던 <마녀 Part2. The Other One>의 신시아처럼 앤드마크는 신인 배우 개발에 강점을 지녔다. 최근의 신인 발굴 상황은 어떤가.

=아직 노출할 순 없지만 공개된 뒤 반응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는 신인들이 몇 있다. 현재는 기성 배우의 비율이 높아졌으나 앤드마크는 신인으로부터 시작된 회사다. 신인 개발을 처음부터 함께해온 핵심 인원들의 노하우도 상당하다. 이것이 앤드마크의 코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인 발굴은 절대 등한시하지 않을 생각이다. 앞서 언급한 배우들과 같이 세대별로 포진해 있는 여성배우들을 강화해나가면서 새로운 남자배우도 열심히 찾고 있다. 덧붙여 기회가 된다면 작품 스케줄에 맞춰 액션스쿨, 연기 훈련 등을 돕는 게 아니라 아예 해외 연기학교로의 진학을 돕는 식으로 신인배우에게 보다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콘텐츠 제작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서울대작전>에 이어 <소울메이트>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밖에 기획 개발 중인 작품들엔 어떤 것이 있나.

=<서울대작전>은 앤드마크 배우들이 한명도 출연하지 않은 작품이다. 처음엔 이렇게 독립적인 작품을 제작하고 싶었다. 이런 작품의 포트폴리오가 쌓여야 우리 배우들에게 최적화된 IP를 적극적으로 개발해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여자배우가 많은 소속사다보니 초석은 여성 서사가 됐다. 차기작으로 가시화된 <우씨 왕후>는 고구려를 배경으로, 형사취수제로 인해 두번 왕후가 된 우씨의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물이다. <너트>는 ‘홀덤’이라는 보드 게임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범죄 드라마이며 대본 작업 중인 <돈나 킹받네>는 00년생들의 서사를 다루는데 기획이 재밌다. <심플플랜>은 소년 범죄, <나성바이브>는 LA 흑인 폭동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다. 현재 타사와 공동 제작으로 준비하는 프로젝트들도 몇개 있고 되도록 다양한 주제와 장르를 가져가려 하고 있다. 2023년의 스타트를 끊을 <소울메이트>는 시대적, 공간적으로 로컬라이징이 잘됐고 톤 앤드 매너도 좋게 나온 작품이라 기대가 크다.

-23살에 매니저 일을 시작했다. 당시 어떤 비전을 갖고 이 업계에 뛰어들었나.

=솔직히 말하면 대단히 큰 비전을 갖고 시작하진 않았다. 20년 전만 해도 지금과 상황이 달라서 매니지먼트 사업에 인력이 그렇게 많이 투입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아 블루 오션이라고 생각했다. BH엔터테인먼트의 손석우 대표가 내겐 최고의 사수다. 내가 어떤 것에 강점이 있는지 알고 잘 이끌어주셨고 함께 일하며 많이 배웠다. 현시점에서의 목표를 이야기해보자면 사실 매니지먼트 회사가 아직 오너 비즈니스다. 그래서 예기치 못하게 대표가 자리를 비웠을 때 초래될 문제가 꽤 많다. 최근 회사 규모가 확장됐는데 그만큼 직원들에게 권한을 조금씩 이양하려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스스로 비전을 갖고 일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고 싶다.

-올해 앤드마크가 목표한 바를 들려준다면.

=개인적인 측면, 그리고 사업적인 측면에서 4개가 있다. 첫째로는 안정화다. 지난해 소속 배우의 수도 늘고 콘텐츠 제작도 활발히 진행하면서 사업 규모가 급격히 확장됐다. 이런 경우 기존의 소속 배우들과 새로 영입된 배우들 모두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해서 현 조직을 안정화하고 배우별 사업 계획을 꼼꼼히 세워 이들이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해주고 싶다. 둘째로는 차기작인 <우씨 왕후>가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 것이다. 300억원 규모의 대작 시리즈물인데 캐스팅보드도 거의 완성됐고 플랫폼도 결정만 앞두고 있다. 하반기에 작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현재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셋째로는 에이전트 시스템에 관한 가이드를 세우는 것이다. 배우 관리를 충실히 하는 동시에 창작자, 감독, 작가 등 어떤 분야의 인물들을 또 매니지먼트할 수 있을지 다각도로 가능성을 살펴보려 한다. 네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직원들에게 앤드마크를 만족스럽게 다닐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현재의 조직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 회사 규모가 더 커졌을 때 이들이 주축이 되어줬으면 한다. 앤드마크에 적을 둔 것에 만족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김혜준 배우가 본 권오현 대표

사진제공 앤드마크

“내가 상상하던 ‘나의 대표님’에 부합하는 분이다. 일적으로는 누구보다 디테일하고 시류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으셔서 놀랄 때가 많다. 첫 미팅을 했을 때 ‘대외적인 성장보다도 개별 배우의 흐름에 맞춰 계획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모두의 성장’이라고 비전을 제시해주셨는데, 그때부터 확신과 안정감을 느꼈다. ‘함께하는 배우가 요즘 어떤 심리 상태인지 모르는 것만큼 자괴감이 드는 일이 없다’고 종종 말씀하시는데, 그만큼 감정적으로 깊게 들여다보고 같이 진지하게 고민해주셔서 자잘한 고민도 털어놓게 된다. 여러모로 큰 의지가 되는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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