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뮤지컬, 콘서트 그리고 VFX CG 스튜디오까지. 콘텐츠 산업의 전방위를 가로지르는 백창주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자기만의 새로운 한끗을 위해 계속해서 도전해왔다. 난항을 겪던 JYJ와 함께 씨제스엔터테인먼트를 시작하고, 엔터테인먼트사와 제작사가 분리돼 있는 게 보편적이던 시절 과감하게 드라마 제작에 발을 담갔다. 그리고 이제는 버추얼 휴먼 매니지먼트를 계획하고 있다는 그로부터 또 다른 챕터가 열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수한 원고 박스와 트로피로 가득한 사무실. 백창주 대표의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공간에서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 가수 엄정화의 로드매니저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처음 발을 들이고 어느덧 20여년이 훌쩍 흘렀다. 지난 시간을 되새겨본다면.
= 우연히 주변에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가 많았다. 환경적으로 많은 정보를 접하다 보니 문득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레 발을 들인 게 일의 시작이다. 그 뒤로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대학교를 다니다 뛰어든 만큼 20대 초반부터 매해 주어지는 과제를 헤쳐가느라 바빴는데 그렇게 정착해 한 우물을 파게 됐다. 그중 터닝 포인트를 돌아보면 단연 JYJ와 함께하게 된 게 아닐까. 그 기점으로 씨제스엔터테인먼트를 시작했다. 24년 중 14년을 이어갔으니 내 삶에도 큰 축을 차지한다. 남동생이 준수의 친형과 친구여서 인연이 닿게 되었다.
- 60여명 이상의 대형 배우 매니지먼트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무엇인가.
= 일을 하다 보면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단 사실을 알게 된다. 또 매니지먼트사와 배우 사이엔 신뢰와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믿음을 쌓기 위해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신중하게 생각한 뒤 말하고, 언급한 말에 책임지는 것도 중요하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배우들은 함께한 지 최소 7년 이상 되었다. 배우들의 추천과 소개로 다른 배우들과 연이 닿기도 한다. 그만큼 책임감이 더 커졌지만 이러한 풍경이 나와 우리 직원들이 신뢰를 잘 보여준 결과가 아닐까. 한 예로 설경구 배우가 등장했던 <소원>의 대부분의 배우가 이제는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있다. 엄지원, 라미란, 이레 배우까지. 믿음의 연결 고리다. (웃음)
- 2022년 한해를 돌아보면 소회가 어떤가. 영화 <비상선언> <올빼미>, 드라마 <이브> <링크: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 등을 제작했고 또 소속 배우들도 활발한 활동을 선보였다. <외계+인> 1부, <올빼미>의 류준열, <작은 아씨들>의 엄지원, <정직한 후보2> <컴백홈> <고속도로 가족>의 라미란 등 한해를 꽉 채웠다.
= 사실 작품 수가 워낙 많다 보니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에 바로 돌입해야 해서 무언가를 누릴 새가 거의 없다. 그래도 나름 성과가 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VFX CG 회사인 걸리버 스튜디오가 <오징어 게임>으로 에미상 특수시각효과상을 수상했고 <올빼미>가 관객의 관심을 받으며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또 <환혼> 시리즈를 통해 이재욱 배우가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괄목할 만하다. 2년간의 사극 촬영을 통해 배우 스스로 큰 성장을 하기도 했고 이재욱 배우의 역량이 잘 드러났다.
- 디즈니+ 오리지널 <카지노>는 최민식 배우의 귀환으로 유명했다. 제작과 배우 매니지먼트를 함께하기에 가능했던 걸까.
= 긍정적으로 작용한 면이 있다. 시나리오를 본 순간 최민식 배우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삼고초려하는 마음으로 제안했고, 이야기가 재미있으니까 긍정적으로 받아주셨다. 영화배우들이 시리즈물에 참여하는 산업 내의 흐름도 이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 매니지먼트업을 시작으로 영화, 드라마, 음반, 뮤지컬 등을 제작하고 VFX CG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등 다방면의 성장을 거듭한 지금, 자체 IP와 콘텐츠 개발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 JYJ와 함께하던 과거로 돌아가 설명할 수 있다. 2009년 당시 JYJ의 국내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 가수 활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방향을 선회해 활동 범위를 넓힌 게 바로 연기였고, 그렇게 <성균관 스캔들> 제작에 뛰어들었다. 어떤 면에선 제작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전에 배우 매니지먼트를 했던 경험과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따르진 않았다. 이를 기점으로 제작 범위를 더 확장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매니지먼트와 제작만으론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았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을 접목한 사업을 시도하려던 중 VFX가 눈에 들어와 걸리버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됐다.
- 그렇다면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최종 목표는 제작, 배우 캐스팅, VFX 후반작업까지 아우르는 완전한 자체 콘텐츠 개발에 있는 걸까.
= 그렇다. 말 그대로 종합엔터테인먼트로 자리할 수 있도록 나아가고 싶다. 근래엔 VFX 기술로 버추얼 휴먼의 매니지먼트를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올해 개봉을 앞둔 작품으로 <시민 덕희>가 있다. 신인감독의 여성 중심 서사인데, 이 작품을 눈여겨보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 <시민 덕희>에 이끌렸던 가장 큰 이유는 실화라는 점이었다. 보이스 피싱의 범인을 일반 시민이 잡았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그 스토리의 힘에 매료됐다. 게다가 여성들이 합심해 해냈다는 점이 좋았다. 상반기 중으로 개봉일을 살피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라미란 배우를 세운 이유가 있다. 주변 사람이 <시민 덕희>를 두고 “코믹 장르냐?”고 많이들 묻는다. 하지만 코믹물이 아니다. 지금까지 라미란 배우가 보여주지 않았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그린캠페인’, 검은 개 입양 프로젝트인 ‘블랙독 캠페인’, ‘플라스틱제로 그린캠페인’ 등을 이어오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사로서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유기견과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회사에 소속된 배우들의 영향력을 활용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많은 배우들이 캠페인 활동에 흔쾌히 참여하고 있다.
- 코로나19 이후 OTT 플랫폼이 부상한 지 벌써 4년차다.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이 매니지먼트 업계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 이제는 20여 가지의 채널이 있다. 방송국 3사와 종편 4사에 불과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 말은 배우들에게 더 많은 일이 생기고 직업적으로 장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를 통해 산업의 활기가 생겨나고 더 많은 배우에게 기회가 주어지게 됐다. 다만 영화 제작과 시리즈 제작간에 활기의 낙차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양질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경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모바일과 TV 화면을 넘어 스크린으로 보고 싶은 좋은 작품을 영화로 선보여야 관객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
배우 설경구가 말하는 백창주 대표
“백창주 대표를 처음 만난 건 2012년 씨제스 소속 그룹 JYJ 공연 티켓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남자답고 시원시원하다는 정보를 갖고 만났는데, 음?! 수줍음도 많고 겸손한 태도에 놀랐다. 그다음해인 2013년 씨제스 소속 배우가 됐다. 이후 10년의 세월을 함께했다. 백창주 대표는 늘 한결같고 열정적이다. 지지난해 청룡영화제에서 상 받고 수상 소감을 하던 중 백 대표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무대 뒤에서 안아줬는데 백 대표가 너무 많이 울어 당황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도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다. 아주 가끔 술을 마시고 전화를 한다. 술의 힘을 빌려 마음을 표현해보려 했겠지만 촌놈 같아서 못한다. 서툴지만 그 마음이 느껴진다! 그런 백창주가 좋다. 백창주 대표와 설경구가 서로 노력해서 무한대 계약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