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023년 1분기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극장가의 승자는 누가 뭐라 해도 일본 애니메이션들이다. 우선 1월에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441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뒤이어 3월에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은 39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순위 2위였던 감독 자신의 전작 <너의 이름은.>(2016)을 밀어내고야 말았다. 3월까지 극장을 찾은 전체 누적 관객수의 3분의 1에 가까운 관객 동원을 단 두편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뤄낸 것이다. 한때 스튜디오 지브리로 대표되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대교체는 <너의 이름은.> <귀멸의 칼날>등을 앞세워 일찌감치 이뤄졌지만 올해만큼 폭발적인 결과를 선보인 적이 있었나 싶다. 단지 애니메이션에 한정해서가 아니라 일본영화 전반으로 넓혀봐도 이례적인 열풍이다. 무엇보다 1월에 시작된 열풍이 아직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에 <씨네21>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왜 지금 이렇게 한국 극장가에서 각광받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뒤늦게 이 화두를 꺼내든 건 피해갈 수 없는 숙제와 같기 때문이다. 이건 단지 흥행 원인 분석이 아니다. 한국 영화시장과 극장가가 유례없는 위기를 마주한 지금, 관객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을 뜯어보는 작업을 피해갈 순 없다. 한국 극장가에 분 열풍에 대한 진단을 시작으로 김익환 전 <월간 뉴타입> 한국판 수석기자가 일본 내부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경향과 흐름을 살펴보았다. 여기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엔딩곡 <第ゼロ感>(제ZERO감)을 작곡하고 부른 3인조 밴드 텐피트(10-FEET)의 인터뷰를 더한다. 텐피트는 400만 관객 돌파를 자축하며 특별 내한 공연을 열었다. 이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과 함께 46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애니메이션 부문 우수상을 받은 <거울 속 외딴 성>의 하라 게이이치 감독의 인터뷰도 실었다. <거울 속 외딴 성>이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스즈메의 문단속>을 비롯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꾸준히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미디어캐슬의 강상욱 대표와 강민하 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현주소를 살피는 데 좋은 안내인이 되어줄 것이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분석 및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