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3 충무로 파워 50 - [3] 21위~30위
2003-05-02
글 : 이영진

21.

박무승 | KM컬쳐 대표

<반칙왕> <달마야 놀자> 등에 투자, 매년 수익에서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기대를 모았던 <이중간첩>이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해 15억원을 잃고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까먹은 게’ 아니라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여긴다. “관객이 덜 들어서라기보다 해외 로케이션 등을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꼼꼼하게 체크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말. 하지만 순위는 지난해 직접 제작에 나선 <품행제로> 외에도 <빙우> <오! 브라더스> 등 하반기 카드들이 대기하고 있어 9계단이나 뛰었다. 음반, 매니지먼트 등의 사업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리기 위해 애썼던 그는 올해도 “KM컬쳐를 명실상부한 토털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다지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각오다.

★ 지나온 1년 |

제작사를 겸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프리 프로덕션을 좀더 강화해야겠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 앞으로 1년 |

자체 제작하는 작품 1, 2편을 포함해서 한해에 한국영화 5∼6편을 꾸준히 배양할 것이다. 2∼3년 정도 그렇게 유지하다 능력되면 편수가 조금 늘 것이고. 하반기에는 자체 제작하는 휴먼드라마 한편도 촬영에 들어간다.

22.

김광섭 | 롯데시네마사업본부 대표/NEW

전국적인 극장 체인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시네마는 수장의 잦은 교체로 인해 박한 평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임 김광섭 대표가 부임한 지 한달 만에 순위에 진입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넉넉한 자금력과 튼실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한국영화 투자·배급업에 뛰어들 확률이 가장 큰 대기업이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김 대표는 하반기부터 그룹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검토될 영화사업 부문 확장의 주요 골자를 짜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그룹의 주요 부문인 호텔, 건설, 쇼핑 등을 거친 전형적인 ‘롯데맨’. 서비스와 유통업에 오랫동안 발을 담그면서 익혔던 노하우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가 관심의 대상.

★ 지나온 1년 |

62개 스크린을 가동했고, 관객 1천만명 고지를 넘어섰다.

★ 앞으로 1년 |

6월에 일산점을 오픈하는 데 이어 서울에도 2개 사이트 개발 추진. 청주, 전주 등 60만 이상의 중소도시를 포함, 전국적인 극장망 확대. 투자 또는 배급업으로의 진출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하반기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듯하다.

23.

최완 | 아이엠픽처스 대표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은 한 1년에 한편도 안 해도 좋다.” 최완 대표의 노선은 선명하다. 투자하는 영화가 하나도 없어 경상비만 축내더라도 “좋은 시나리오가 나올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지난해를 ‘휴지기’라 표현하면서도 불안해하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다. 지난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와 <죽어도 좋아>에 투자한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1년 라인업을 채우느라 여러 작품에 투자하고 그래서 손해를 많이 본 투자사들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다른 자본이 움츠러든 사이 오종록 감독의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와 김성수 감독의 <영어 완전 정복>으로 업계의 시선이 다시 모이고 있다.

★ 지나온 1년 |

휴지기. 그러나 아무 일도 안 하고 논 휴지기는 아니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와 <영어 완전 정복>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 앞으로 1년 |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는 7월4일, <영어 완전 정복>은 10월3일로 개봉일을 정했다. 내년 작품으로 <오버 더 레인보우>의 안진우 감독이 연출하는 <동해물과 백두산이>와 동명 만화가 원작인 <미녀는 괴로워>가 대기하고 있다.

24.

최평호 | CJ엔터테인먼트 상무

최평호 상무는 지난해 CJ의 활동에 대해 “1년간 한국영화 라인업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흥행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로 이해해달라는 말이다. 그는 그간 CJ가 제작, 투자방식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모색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명필름, 싸이더스 등 대형 제작사에 의존하는 방식을 탈피, 규모가 작은 신생제작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한 점, CJ가 직접 제작에 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점 등에 주목해달라는 것이다. 정초신 감독 영입설에 대해 그가 밝힌 입장은 “그동안 제작은 제작사에게 맡기는 식으로 진행했지만 어떤 감독이나 프로듀서가 자기 작품을 들고오면 CJ에서 제작하는 식으로 갈 수 있다”는 것. 시네마서비스에서 김상진 감독에게 제작본부장을 맡긴 것처럼 정초신 감독에게 제작본부장을 맡기는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는 말이다.

★ 지나온 1년 |

한국영화 투자·배급에서 안정적인 라인업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 결과 <동갑내기 과외하기> 같은 성과도 얻을 수 있었다는 자평.

★ 앞으로 1년 |

인하우스 프로덕션으로 <위대한 유산>을 제작할 예정이며 작품 확보를 위한 다양한 루트를 확보할 계획이다.

25.

신철 | 신씨네 대표

<엽기적인 그녀>(2001)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서 긴 공백 기간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2004년 개봉을 목표로 진행 중인 이소룡 ‘부활’ 프로젝트만으로도 미국을 오가며 숨가뿐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시나리오 완성단계이고 미국에서 스탭을 구성해 그곳에서 모든 촬영을 마칠 예정이다. 공동제작으로 만든 장길수 감독의 <초승달과 밤배>와 홍기선 감독의 <선택>은 개봉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 중이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와 SF영화 <회중도시>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일단 미뤄둔 상태다.

★ 지나온 1년 |

낯선 땅에서 영화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었다. 그곳에서도 한국영화의 약진이 일을 하는 데 큰힘이 된다.

★ 앞으로 1년 |

폼나게 밝힐 계획은 없고,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26.

이충직 |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NEW

지난해 5월부터서 2기 영화진흥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조용한 성품의 소유자로 원만한 일처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대 영화학과 교수로 일하던 시절, 스크린쿼터 사수 집회에서 교단을 대표해 1차로 머리를 삭발하거나 인권영화제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도우미’를 자청한 것에서 보여지듯, 옳은 일이라면 궂은 자리라도 마다하지 않는 우직한 스타일이다. 1년 동안 그가 8인의 위원들, 사무국원들과 함께 주력한 부분은 ‘문화적 다양성’의 증진. “산업적인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 1기의 목표였다면, 우리는 예술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 등 산업과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애썼다”는 게 그의 말이다.

★ 지나온 1년 |

2기 위원회가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칸, 베니스영화제서 <취화선>과 <오아시스>가 수상하고,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이 1억명을 돌파했을 때 뿌듯했다.

★ 앞으로 1년 |

전엔 문화부와 사소한 것으로 의견 다툼을 벌이기도 했는데, 문화부가 쇄신되면서 영진위로선 일하기에 좋은 환경들이 조성됐다.

27.

오정완 | 영화사 봄 대표

흥행성적으로만 따지면 우울한 1년이었다. 아시아 3개국 감독이 참여해 만든 <쓰리>는 유독 국내에서만 저조한 흥행 실적을 낳았고, 기대를 모았던 는 여지없이 무너져내렸다. 그러나 ‘봄’날이 간 건 아니다. 오기가 없잖아 있지만 시장성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 또 다른 ‘쓰리’를 추진 중이다. 제법 많은 진전이 있었으나 사스 때문에 홍콩쪽과의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또 오는 6월 중에만 <장화, 홍련> 등 2편을 개봉한다. 현재 50%의 촬영 진도를 보이는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도 가을에 개봉한다.

★ 지나온 1년 |

몇번의 실패로 영화한다는 것에 근본적인 생각을 하게 됐지만 실패를 통해서도 많이 배웠다. 잊지 않고 기억해준 영화인들께 감사드린다.

★ 앞으로 1년 |

한꺼번에 몰아닥친 개봉작들을 마무리할 때까지 특별히 언급할 게 있을까?

28.

윤제균 | 감독/NEW

조폭코미디 <두사부일체>(전국 350만명), 섹스코미디 <색즉시공>(전국 420만명)에 이어 12월께 개봉할 무협코미디 <낭만자객>으로 이전 흥행기록을 또 깰 작정을 하고 있다. 32억원선에 제작비를 맞출 계획이어서 무협사극으로 큰 규모는 아닌데 컴퓨터그래픽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꿈꾸고 있다. 윤 감독답게 신작의 발상이 ‘순발력’ 있다. 미선이, 효순이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미군 대신 청나라가 나오고 죽은 꼬마 소녀 대신 오빠가 한을 풀어준다는 이야기. <색즉시공>은 아직 정산이 끝나지 않았으나 수익은 신인감독들과 준비 중인 작품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 지나온 1년 |

<색즉시공>이 끝나기 무섭게 새로운 시나리오에 몰두했다.

★ 앞으로 1년 |

낭만자객단이 출몰하는 신작은 <천녀유혼>과 <사무라이 픽션> 사이의 그 어디쯤이 될 것 같다.

29.

곽정환 | 서울극장 회장

20년 넘게 종로를 점령하고 있는 터줏대감. 야전에서 물러났다고 하지만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셈이 빠르다”, “관객의 트렌드를 읽는 데는 젊은 사람 못지않다” 등의 추천평에서 엿볼 수 있듯 극장업계에선 아직도 그가 건재하다고 말한다. “나이를 들먹이는데 한길 파다보면 오히려 그게 유리하다고. 매년 새로운 걸 해야 하니까 나이 먹을수록 업그레이드된다”는 게 그가 털어놓은 비결. 오는 7월이면, 1년여 동안 150억원을 들인 850석 규모의 4개관 증축사업이 마무리되고, 서울극장은 11개관으로 몸집을 늘린다. 극장사업 해선 “큰돈 벌기 어렵다”는 지론을 펴온 그는 “밭이 있어야지, 씨만 있어서 싹이 트냐”며 “영화 걸어서 조금 벌었으니 영화계에 뭐 하나 남기는 심정의 결과물로 봐달라”고 극장지기로서의 자부심을 피력했다.

★ 지나온 1년 |

증축사업에 공들였다. 완공되면 4500석 규모다. 내부 인테리어도 리모델링한다. 한국의 중심극장이라고들 하는데 모양새가 못 따라가선 곤란하지 않나.

★ 앞으로 1년 |

부산, 대구극장도 손봐야 하고, 11월까지 대전에 몇개관을 더 증축할 계획이다. 극장 인테리어는 현재 극장 대표인 집사람(고은아, 본명 이경희)이 도움을 많이 준다.

30.

최용배 | 청어람 대표

“살아남았기 때문에 순위에 올린 거 아닌가?” 최용배 대표는 순위가 올랐다는 말에 이렇게 답했지만 1년이 조금 넘은 배급사 청어람은 짧은 시간에 안정적인 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지난해 청어람 중소 투자·배급사 가운데 드물게 흑자를 기록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묻지마 패밀리> <품행제로> 등이 효자 노릇을 한 결과. 그러나 그의 욕심은 배급대행을 많이 해서 배급수수료를 챙기겠다는 쪽은 아니다. “빨리 제작자로서 정체성을 확인받고 싶다”는 그는 현재 봉준호, 박종원, 민규동, 김태용 감독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중 한두편은 올해 크랭크인해 내년에 개봉시킬 계획. 내년엔 제작하는 영화 1…2편에,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아이픽처스와 유니코리아의 영화들을 더해 1년에 한국영화 7편 이상을 배급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 지나온 1년 |

투자를 했던 <묻지마 패밀리>가 돈을 벌어준 것이 회사가 안정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투자액은 적었지만 수익률이 높았던 경우.

★ 앞으로 1년 |

배급하기로 확정된 작품은 <별> <화성으로 간 사나이> <장화, 홍련> <싱글즈> 등. 이중 본격적인 투자가 들어간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흥행결과가 청어람의 앞날과 관련해 상당히 중요한 상황.

멀티플렉스의 힘

극장 파워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3개 주요 멀티플렉스 업체들의 파워가 갈수록 배가되고 있음이 순위 집계 결과 드러났다. 박동호 CGV 대표는 지난해보다 5계단 오른 9위를 차지했다. 수원에 8개관을 오픈하면서, 전국 12개 도시에 100개 스크린을 보유하게 된 CGV는 지난해에만 2천만명의 관객을 불러들이고, 매출액 1400억원을 벌어들였다. 매머드급 멀티플렉스 체인의 파괴력이 순위에 영향을 미친 셈. 5월에 서울 상암동에 10개 스크린 규모의 멀티플렉스를 들여놓을 CGV는 2005년까지 25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할 예정이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메가박스 씨네플렉스의 위상 또한 몰라보게 높아졌다. 김우택 상무의 순위는 지난해보다 12계단 오른 8위. 2년 연속 6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4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서울 삼성점을 앞세운 메가박스는 2006년까지 150개 스크린을 확보할 계획. CGV의 규모에 비해 다소 밀리지만 지난해부터선 메가라인이라는 브랜드로 중소도시 공략에도 나서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롯데시네마의 김광섭 신임대표 또한 부임 한달 만에 22위에 신규 진입했다는 점에서 내년에는 더욱 순위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백화점과 연계해온 극장 사업은 빠른 속도로 전국에 63개 스크린을 구축하며, CGV에 이어 지난해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서울극장으로 지난 8년 동안 파워50의 상위권에 머물러왔던 곽정환 서울극장 회장도 지난해보다 다소 순위가 떨어졌지만, 30위권 내에 진입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