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홍콩의 무협과 멜로를 추억하기
<대자객><철수무정!><스잔나>(위부터)
호금전, 장철 회고전에 이어 올해 부천에선 다시 쇼브러더스 특별전과 만난다. 쇼브러더스는 60년대 호금전, 장철의 무협영화로 유명하지만 뮤지컬과 멜로드라마로도 성공한 영화사였다. 이번 특별전에서 소개되는 영화는 모두 6편. 이중 <대자객>, <철수무정>, <자마> 등 3편은 장철의 영화로 지난해 상영하지 못한 작품이다. 왕우가 주연한 <대자객>(The Assassin/ 장철/ 홍콩/ 82분/ 1967년)은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가족에 대한 애정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그리고 있다. <대자객>은 1967년 영국에서 독립하자는 기치로 일어난 구룡 폭동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영화평론가 웡아린링은 후일 장철 감독이 <대자객>에 대해 “이 영화는 폭동 기간에 제작됐다. 하루는 일하러 나가는데, 자가 제조 폭탄의 위협에 직면했다. <대자객>의 열정, 폭력, 호전성은 확실히 67년 폭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철수무정>(The Invincible Fist/ 장철/ 홍콩/ 95분/ 1969년)은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와 싸우게 되는 이야기. 장철 영화의 단골 배우 나열, 적룡과 더불어 <스잔나>의 리칭이 출연했다. 강대위와 적룡이 대립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자마>(The Blood Brothers/ 장철/ 홍콩/ 118분/ 1973년)는 야심이 다른 세 남자의 갈등과 거기 끼어든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호금전이나 장철만큼 높이 평가받지 못했지만 초원 감독이 연출한 <유성호접검>(Killer Clans/ 초원/ 홍콩/ 100분/ 1976년)은 놓치면 후회할 영화다. 후일 <신유성호접검>이 나왔지만 원작을 본 관객에겐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고룡의 무협소설이 원작인 <유성호접검>은 배신의 모든 것을 담은 영화라 할 만하다. <유성호접검>은 “자객의 운명은 떨어지는 유성처럼 덧없고, 사랑의 아름다움은 나비처럼 유한하다”는 뜻으로 실제 영화에서 나비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상징하는 존재로 나온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배신으로 궁지에 몰리거나 죽는 처절한 이야기를 미로처럼 펼쳐진 세트에 펼쳐 보인다. 하몽화 감독의 <성성왕>(The Mighty Peking Man/ 하몽화/ 홍콩/ 90분/ 1977년)은 히말라야에서 발견해 홍콩으로 데려온 거대한 원숭이 인간이 탈출해 시내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이야기. <타잔>과 <킹콩>을 합쳐놓은 듯한 영화다. 같은 감독의 <스잔나>(Susanna/ 하몽화/ 홍콩/ 90분/ 1967년)는 한국에서 홍콩 멜로드라마 붐을 만든 작품. 지금보면 시한부 여인을 다룬 평범한 멜로드라마지만 당시 여주인공 리칭의 인기는 대단했다. 주제곡 <청춘무곡>으로도 유명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