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TV 시리즈 DVD 특집 (1) - 2005년 봄, TV 시리즈가 몰려온다
2005-03-25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2005년 봄 DVD 업계의 키워드는 단연 ‘TV 시리즈’다. <카니발>, <식스 핏 언더>, <스몰빌>과 같은 해외의 화제작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고, 최근 공중파에서 화제를 모았던 <미안하다 사랑한다>나 인기리에 방영중인 <해신> 등의 국내 드라마들도 향후 출시 라인업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2000년 국내 DVD 시장이 본격적으로 출범한 이후 TV 시리즈가 시장에서 전면적으로 대두된 적은 그리 많지 않다. 2001년 <프렌즈>와 <허준>으로 시작한 국내 TV 시리즈 DVD 시장은 지금까지 소수의 타이틀이 주목을 받는 선에서 유지되어 왔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세를 넓혀왔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선발주자인 <프렌즈>와 ‘TV 시리즈계의 매트릭스’ 라고 할 수 있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DVD 마니아들의 필수 소장 목록에 포함되었고, 국내 드라마 중에서도 이른바 ‘폐인 현상’을 몰고 왔던 <네 멋대로 해라>, <다모>와 같은 히트작이 나옴으로써 현재는 시장에서 하나의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해외 시장과 같은 폭넓은 작품이 출시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TV 시리즈를 일회성으로 여기는 소비자들의 인식 등 넘어야 할 벽이 아직 높다. 현재 TV 시리즈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마땅한 대박급 타이틀이 부재한 비수기라는 점에서 제작사들이 틈새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채택한 전략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TV 시리즈 DVD의 스테디셀러 <프렌즈>.

그렇다면 TV 시리즈를 굳이 DVD로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한 번 보고 마는 것’으로 치부되고, 잘 해봐야 ‘재방송으로 한 번 더 보면 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연속극’인데 말이다.

그 이유들 중 가장 으뜸이라면, 점차 대작화하는 TV 시리즈의 제작 경향이다. 이미 시청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던 <다모>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같은 작품들은 영화 못지않은 물량 투입과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물론 이야기와 캐릭터를 중심으로 소박하게 제작되는 작품들도 여전히 많다. 하지만, 선명한 화질과 사운드를 담아 시청각적 특성이 뛰어나고 제작과정이나 미공개 영상 등의 부록도 즐길 수 있는 DVD야말로 ‘영화 같은 드라마’에 가장 적합한 매체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다모>는 감독판으로 출시되어 화제를 모았다.

또한 DVD는 반영구적이다. 작년에 벌어졌던 얼룩 현상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지라 DVD가 천년만년 보존될 수 있는 매체는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적어도 비디오처럼 시간의 흐름과 함께 화질이 나빠지고, 테입이 늘어나거나 씹히고 심지어는 끊어질 염려 같은 건 전혀 없다는 것도 엄연히 사실이다. 관리만 잘 한다면 누구든 좋아하는 TV 시리즈와 드라마를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재방송을 기다릴 필요도, 재방송 시간에 나의 스케줄을 맞춰야 할 필요도 없다. 최근에는 케이블 TV나 위성방송에 드라마 전문 채널이 많이 생겼고 VOD 서비스가 발달되어 예전에 비해서는 지나간 작품도 훨씬 쉽게 볼 수 있는 여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작품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VOD는 DVD에 비해 화질과 음질이 턱없이 떨어진다. 언제든 마음대로 꺼내볼 수 있는 DVD의 편리성은 이럴 때 큰 장점이 된다. DVD 자체의 매체 특성인 반영구적 내구성과 함께, 좋아하는 작품의 전편을 내 것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갖고 있는 소장욕구를 만족시켜주기도 한다.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작품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일단 히트작이 나오면 지속적인 매출이 가능하다는 점과, 여러 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어 있어 한 세트를 판매해도 이익이 많이 남는다는 측면을 높게 평가한다.

영화 같은 TV 시리즈의 대표작 <밴드 오브 브라더스>.

반면, 바로 그 점이 TV 시리즈 DVD가 가격적인 면에서 영화나 뮤직 타이틀 같은 단품 DVD에 비해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인기 있는 몇몇 작품에만 국한된 출시 성향은 국내 시장의 가장 아쉬운 점일 것이다.

하지만 2003년 이후부터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의 화제작이나 추억 속의 고전 드라마의 출시가 시도되기 시작하여, 보다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각국에 불어 닥친 한류 열풍으로 인해 대중문화에서 TV 시리즈와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졌고, 그에 비례하여 세인들의 관심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DVD 토픽에서는 현재 TV 시리즈 DVD의 시장 현황 및 전망과 함께 올해 선보이게 될 화제작들에 대한 소개로 구성된 특집 기사를 기획하였다. 제작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DVD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최근 출시되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TV 시리즈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새로운 작품에 대한 흥미를 배가시킬 것이다. 이외에도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 ‘모래 속의 진주’ 같은 타이틀도 빠뜨리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새봄, TV 시리즈의 깊고 넓은 세계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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