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TV 시리즈 DVD 특집 (6) - 워너 홈비디오 정한기 과장 인터뷰
2005-03-26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워너 홈비디오는 최근 <카니발>, <식스 핏 언더>, <스몰빌> 등을 연속 출시하면서 TV 시리즈 DVD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프렌즈>와 <밴드 오브 브라더스>, <웨스트 윙> 등의 화제작 라인업을 보유하여 외화 TV 시리즈 DVD의 대표적 출시사로 떠오른 워너 홈비디오 코리아의 정한기 과장으로부터 해외 직배사 입장에서의 TV 시리즈 DVD 시장에 관한 견해를 직접 들어본다.

워너에서 처음으로 발매한 TV 시리즈 DVD는 언제 나온 무엇인가?

2001년 7월에 출시한 <프렌즈 - 시즌 2>이다. 처음에는 회사 내에서도 누가 사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있었을 정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타이틀이다. 당시만 해도 DVD 보급률이 1%도 안 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외로 꾸준히 잘 나가서 ‘이런 시장도 있구나’ 하는 것을 절감하게 하였다. 출시 후 1년이 지나니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 있어 TV 시리즈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초창기 판매량은 5~7천 세트 정도였고, 시장이 위축된 현재도 3~4천 세트는 나간다. 얼마 안 되는 수치로 보일지는 몰라도 실제로는 상당한 판매량이다.

그 후 TV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였다. 지금까지 3만 세트 이상 판매되었는데, 8만원대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 팔린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초기에 홍보도 많이 되었고, 마니아들 사이의 입소문도 좋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시즌으로 나뉘지 않은 것이 무척 아쉬울 정도다(웃음). 이 때문에 본사에서도 TV 시리즈를 확실히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고, 앞으로도 출시작이 점점 늘어날 예정이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보다도 하반기에 새로 나올 작품들이 더 많이 있다. TV 시리즈에 주목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비교적 고가라는 점이다. 즉, 잘 나가는 타이틀일수록 효자 노릇을 한다. 일반 타이틀 10장 팔 것이 한 세트로 해결되니 상대적으로 이득인 것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현재 TV 시리즈 DVD 시장 상황은 어떠한가?

반응이 느린 편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TV 시리즈 DVD가 마니아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일반인들은 발매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할인점에서도 단가가 높아 잘 안 들여놓으려 한다. 홍보를 하려고 해도 <매트릭스>나 <해리 포터>와 같은 대박급 영화 타이틀은 매체 광고비를 통해 집행을 할 수 있지만, TV 시리즈는 출시 수량 자체가 많지 않아 광고도 제한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주목받는 타이틀은 있을 것 같은데.

잘 나가는 타이틀은 물론 있다. <프렌즈>는 여전히 우리의 주력 아이템이고, < ER >은 마니아들의 충성도가 높은데다가 그들 사이에서 상호유기적으로 홍보가 되기 때문에 PR도 수월하다. <웨스트 윙> 역시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본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반응이 좋았다. 이렇듯 주력 타이틀과 좀 쳐지는 타이틀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웨스트 윙>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달라.

<웨스트 윙>은 사실 반신반의했던 타이틀이다. 노 대통령 발언 이후 그 부분을 강조하여 시사 잡지 광고, 보도자료 배포, 노사모 이벤트 등 이슈화에 노력했다. 덕택에 공무원 층에서도 보는 수요가 꽤 있었으며, 청와대 홍보실에서도 방문하여 ‘웨스트 윙에서 배워라’는 대통령 지시에 의해 본편을 편집하여 교재로 이용하고 싶다는 제의를 해 오기도 했다. 성사 단계까지 갔었는데, 본사로부터 작품을 정치적 이용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어 포기했다. 주요 일간지나 9시 뉴스 등에서도 언급되어 인지도가 높아졌으며, 실제 판매로도 연결이 되었다.

웨스트 윙

<웨스트 윙>의 판매는 어느 정도인가?

<프렌즈>의 6-70% 정도로 보면 된다. 느끼는 점이 있다면 시즌 1을 사면 후속 시즌을 구입하는 방식이 있어야 하는데, 시즌 2부터는 그런 부분이 줄어든다. 그래프가 하강 곡선을 그리는 부분이 있다.

국내 시장은 드라마 자체가 좋아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인 것 같다.

DVD를 산다는 것은 그만큼 구매욕을 갖고 있다는 건데, 그것이 영화나 다른 타이틀로 이어지지 않아 아쉽다. 문제는 <프렌즈> 정도를 빼면 대부분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타이틀이 많다는 것이다. 그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프렌즈>는 올해 말 시즌 10이 나오면 출시가 끝나는데, 그 이후에는 프렌즈 마니아들 외에도 타이틀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훌륭한 영어 교재라는 점을 강조하여 다시 PR을 하고 있으며, 영어 강사나 전문가들의 평을 싣거나 웹사이트 노출 등을 통해 PR하는 방식을 기획, 실행중이다. 드라마 자체의 재미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영어 회화 등의 폭넓은 공부도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부진한 타이틀도 있었을텐데.

<소프라노스>가 바로 그렇다. 꽤 쓴맛을 보았다. 당시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였는데, 국내에서는 판매가 너무나 저조하여 본사에서 시즌 2를 내지 말라고 했을 정도다. <위드아웃 어 트레이스> 역시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부진하여 시즌 2의 출시가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소프라노스>는 시즌 1 이후 계속해서 발매가 이어진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어 설득 끝에 시즌 2가 나오게 되었으며, 별 이변이 없는 이상 꾸준히 출시될 것이다. TV 시리즈는 타이틀 사이의 편차가 심하다는 부분이 애로사항이다. 트렌드를 어떻게 읽어야 할 지, 구매층이 누구인지, 판매 대상층이 작품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인지, DVD를 좋아하는 사람들인지 이 부분이 아직 모호하다.

소프라노스

작품을 끝까지 보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안될 것 같다.

TV 시리즈는 보통 20편 이상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으므로 보는 일 자체도 쉽지는 않지만, 정말로 좋은 작품은 두고 볼만하다. 또한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소장용 매체인 DVD로서는 매력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품 자체의 지명도보다는 특정 주제를 깊이있게 다룬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듯 하다. <웨스트 윙>이나 < ER >이 그런 경우다.

많은 팬들이 TV 시리즈의 우리말 더빙을 원하고 있다. 현재 시장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지만, 만일 가능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장이 되어야 하는가?

적어도 현재 판매량의 3배는 더 팔려야 더빙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더빙이 있다고 3배를 더 팔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니,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확실히 연로한 팬들의 경우 원어보다는 더빙이 더 익숙할 것이다. <원더우먼>만 해도 아직 성우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제작비를 뽑기에는 판매량이 뒷받침되지 않아 어렵다. 하고 싶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못하고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일본처럼 시장이 커져 우리말 더빙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분위기가 되기를 바란다.

TV 시리즈 DVD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타이틀의 특화된 점을 많이 부각시키고 있다. <카니발 - 시즌 1>을 방영했던 케이블 채널 캐치온이 4월부터 재방영에 돌입한다. 이에 캐치원이 속한 온미디어측과 협력하여 <카니발> DVD 출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프렌즈>는 극중 생활영어가 풍부하게 나오기 때문에 영어 교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학원의 교재로도 활용이 되고 있고, 광고에 유명 학원 강사의 코멘트를 싣기도 한다.

향후 출시될 워너의 TV 시리즈 타이틀에 대해 귀띔해 달라.

상반기에는 <스몰빌 - 시즌 2, 3>, <원더우먼 - 시즌 2>, <식스 핏 언더 - 시즌 2>, <프렌즈 - 시즌 9>가 선보이게 된다. 하반기에는 기존 출시작 외에도 신규 라인업이 많다. 동아 TV에서 방영된 <내 사랑 레이몬드>라는 시리즈가 주력이 될 것이며, <프렌즈>의 외전 시리즈인 <조이>, <로이스 앤 클락>이 예정되어 있다. 클래식 시리즈로는 <어드벤처 오브 슈퍼맨>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웨스트 윙>이나 < ER >, <소프라노스> 등은 계속적으로 후속 시즌이 선보이게 될 것이다. 지켜봐 달라.

내 사랑 레이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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