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을 비롯하여 아시아 각국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 해외에서의 한류도 거세지만,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한류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매체인 드라마는 최근 많은 작품이 DVD로 출시되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 사이에서도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고 한다. 이에 서울 시내 대표적인 음반 판매점인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핫트랙스를 찾아 드라마 DVD의 판매 상황을 점검해 보았다.
인터뷰 : 교보문고 광화문점 핫트랙스 영상매장 담당자 홍영호씨
교보문고는 서울의 명소라는 특징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루에 핫트랙스 매장을 찾는 외국인은 얼마나 되며, 국적별로는 어느 나라가 가장 많은가?
패키지 관광 등을 통해 매장을 찾을 경우 하루에 50여명 정도 되며, 개인적으로 자유 여행을 통해 찾는 분들도 20~30명가량 된다. 국적별로는 일본인이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는 중국인도 많이 찾아온다. 필리핀 등 한류가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 외의 나라 관광객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최근 한류 열풍으로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찾는 외국인들도 많다고 들었다. 이들이 주로 구입하는 품목은 무엇인가?
연령층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20대를 전후한 젊은 층은 비, 세븐, 신화 등의 가요나 한국영화, 드라마 OST 등의 CD를 많이 구입하고,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역시 드라마 DVD를 선호한다. 이렇게 나뉘는 것은 아무래도 상품의 가격대가 요인인 것 같다.
현재 매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비해 어떤 판매 전략을 취하고 있는가?
매장에 한류 전용 판매대를 설치했다. 예전에는 매대 둘을 이어 만들어 놓았는데, 요즘은 열기가 조금 꺾여 하나로 줄인 상태다. 한류 열풍이 분 지 2년 남짓 되었는데, 매년 150%이상씩 매출이 성장해왔고 특히 작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금은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크게 줄거나 한 상태는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판매와 내수 판매에 큰 차이가 있나?
현재 핫트랙스의 드라마 DVD 전체 매출 가운데 약 80%가 해외로 나간다. 내수는 <네 멋대로 해라>나 <아일랜드>처럼 젊은 층이나 소위 ‘폐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 위주다.
잘 나가는 드라마 DVD는 무엇인가?
배용준의 <겨울연가>나 원빈 주연의 <가을동화>는 이미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최근 일본에 진출한 비의 <풀하우스>나 <상두야 학교가자>도 많이 찾는다. <파리의 연인>이나 <러빙 유>도 인기 품목이다. 주로 일본 등지에서 잘 알려진 배우나 방영이 된 드라마의 DVD가 많이 나간다. 배용준은 물론 이병헌이나 원빈, 장동건 등이 출연한 드라마는 대부분 반응이 좋다. 최근 들어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겨울연가> 정도로 관심작이 한정되어 있던 것에 비해 요즘은 다양한 작품들이 골고루 판매되는 추세다. 또한 드라마는 물론 영화나 가요, OST 등으로 장르나 매체의 범위도 넓어졌다.
가장 많이 팔린 드라마 DVD는 무엇인가?
역시 <겨울연가>다. 작년 한 해 동안만 500세트가 넘게 나갔다. 한 달에 50~60세트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관광객을 상대하기 위한 외국어 학습이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영어의 경우는 대부분의 직원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다. 근래에는 한류 열풍 관계로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본어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또한 J-Pop(일본 대중가요)이 개방되었기 때문에 일본어를 기본적으로 익혀두고 있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외국인 관광객과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라던가 하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한류 초창기만 해도 일본인 관광객들과는 대화가 거의 통하지 않았다. 거의 손짓발짓 수준이었다고나 할까(웃음).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 고객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나 작품 이름 정도는 대부분 한국어로 말하고, 간단한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한국어를 못 하더라도 현지 유학생이나 한국인 지인의 도움을 통해 구입하고 싶은 상품의 제목을 적어오거나, 아예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출력까지 해 오는 열성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내국인 고객보다 원하는 상품을 찾기 쉬운 경우가 많다.
또한 예전에 방문했던 고객들이 다시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분들은 매장 어디에 뭐가 있는지 훤히 알고, 물건도 직접 고르기 때문에 안내에 전혀 문제가 없다. 수량이 적게 출시된 타이틀은 품절되면 재고 확보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구입을 못했던 고객이 한참 후에 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또한 어떤 드라마가 일본에 새로 방영이 되면 이에 영향을 받아 매장을 찾는 분들도 많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 가수 세븐의 사인회를 이곳에서 열었을 때 일본에서 온 10여명의 소녀 팬들이 사인회 전날부터 번호표를 달라고 하여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4시간 가까이 조르던 팬들을 간신히 돌려보냈는데, 이튿날 새벽 5시부터 부지런히 줄을 서 있더라.
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출시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DVD에 좀 더 다양한 언어의 자막이 들어간다면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영화와는 달리 감독판이라든가 오디오 코멘터리 등 TV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스페셜 피처가 드문 것이 아쉽다. 오히려 지역코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코드프리를 하거나 컴퓨터에서 DVD롬으로라도 보려고 하기 때문이고, 볼 수 없다 하더라도 타이틀 자체를 소장하는 데 큰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일본어 자막을 넣은 <파리의 연인>이라든가 코드 ALL로 나온 작품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아스팔트 사나이> 등 한류 배우들이 출연한 구작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출시사에서도 해외 고객들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혹시 지역코드라든가 언어 문제로 반품이 된다던가 하는 경우는 없었는가?
반품은 전혀 없다. 말했듯이 소장에 의의를 두거나 어떻게든 감상을 하기 때문이다. 간혹 지역코드가 달라 매장에 들렀다가 구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좋아하는가? 드라마 DVD를 본다면 좋아하는 타이틀은 무엇인가?
드라마를 보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못 본다(웃음). 하지만 <네 멋대로 해라>나 <아일랜드> 같은 작품은 DVD로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