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조승우가 뮤지컬 <헤드윅>에 캐스팅되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영화 <말아톤>으로 급격히 연기의 폭을 넓히려하는 이 배우에게 있어, 동독을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성기를 자르고 남성도 여성도 아닌 로커로 살아가는 이 캐릭터의 이야기는 그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서 <헤드윅>이 언제부터 이런 ‘대중적’인 작품이 되었느냐는 것이다. <헤드윅>은 국내 개봉당시 그리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도 아니었고, 록 비즈니스의 풍자를 담고 있는 스토리로 인해 결코 한국의 대중들에게 어필할 작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드윅>은 국내 개봉 3년 만에 메이저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뮤지컬로 다시 대중을 찾은 것이다.
이런 기적이 가능했던 것은 <헤드윅>의 팬들이 보여주는 컬트적인 열광 때문이다. 여전히 <헤드윅>은 대중문화계의 주류는 아니다. 하지만 <헤드윅>은 한번 이 작품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열광적인 팬으로 만들고, 그들의 숫자를 점점 늘려가면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헤드윅>의 DVD 타이틀에 스페셜 피처로 수록된 다큐멘터리 ‘Whether you like it or not'은 이런 컬트적인 열광의 이유를 보여준다.
1990년대 후반 작은 극장의 쇼로부터 시작한 <헤드윅>은 그 자체가 헤드윅을 연기하는 존 카메론 미첼의 인생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만드는 대신, 자신의 인생에 기반을 둔 이야기와 음악을 여러 사람에게 설명하면서 그들을 작품의 참여자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헤드윅>을 만들어나갔다. <헤드윅>을 구성하는 밴드 멤버들 자체가 존 카메론 미첼의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게 된 것이고, 그렇게 작은 쇼로 시작한 <헤드윅>은 쇼를 보기위해 모인 몇 명의 관객들을 공연에 함께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가족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이내 그 관객들을 ‘투자자’로 만들어버렸다. 단 한 사람의 짧은 상상이 몇 년의 시간을 거쳐 대규모 쇼가 되는 과정은 영화 <헤드윅> 이상으로 흥미롭다.
정말 <헤드윅>은 그 영화 내용이 스스로의 미래를 예언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의 헤드윅이나 실제의 존 카메론 미첼이나 자신의 인생 이야기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존재에서 문화의 아이콘으로까지 떠올랐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