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 밴드 카우치가 옷을 벗었다. 그것도 공중파 TV에서. 하지만 솔직히 그들이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벌였는지,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따위는 궁금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건, 이 사건에 대해 음악 팬들마저 카우치를 비난하고, 더불어 이들 때문에 인디 씬이 매도당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과거라면 이런 행동을 ‘주류에 대한 저항’쯤으로 해석해 옹호하는 쪽도 있었을지도 모르고, 반대로 과거의 만화 탄압하듯 모든 인디 뮤지션의 활동을 규제하자는 여론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수적인 언론매체에서조차 '인디 밴드 전체에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기사도 나오고, 반대로 음악 팬들은 상당수가 카우치로 인해 인디 밴드의 활동이 위축될 것을 걱정하며 카우치의 잘못을 질책하기도 한다.
사실 카우치의 행동은 어떤 논리로도 옹호 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정말 그런 행동을 하고 싶었다면 자신들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는 추종자 앞에서나 했어야 한다. 공중파 TV가 하고 싶다고 아무 것이나 할 수 있는 매체는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 때문에 인디 밴드가 자신들의 공연장에서 보여주는 자유로운 퍼포먼스까지 비난의 대상에 올라서는 안 된다. 그렇게 밴드와 팬(그것도 성인들로 이루어진)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장소에서 마저 그것을 규제하면, 대체 어디까지 규제해야할지 난감해 진다.
마릴린 맨슨의 전 세계 투어를 모은 <Guns, God and Government>는 표현의 자유와 수용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생각하게 한다. 노골적인 성적 묘사나 충격적인 퍼포먼스 등으로 한 때 국내에서는 ’쇼크 록‘이라는 단어로 알려지기도 했던 마릴린 맨슨의 공연은 예상한 대로 매우 자극적이다. 남성인 마릴린 맨슨이 란제리 패션을 입고 나와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물론, 성적인 행위를 연상시키는 행동들을 거리낌 없이 하고, 전라의 여성 댄서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퇴폐 공연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자는 이명박 서울시장(아이러니하게도 맨슨과 굉장히 닮았다)같은 사람들이야 보고 기겁을 하겠지만, 마릴린 맨슨이 이런 공연을 공중파에서 하지는 않는다. 그도 케이블 음악채널인 MTV에서는 별다른 퍼포먼스 없이 특유의 복장만 입고서 그나마 조금은 얌전(?)하게 공연을 마무리한 적도 있다.
그런데 마릴린 맨슨의 팬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마릴린 맨슨의 음악은 그런 퍼포먼스가 없으면 영 분위기가 안 산다. 그만의 음습하고 기괴한 감성을 공격적인 에너지로 바꾸어, 결국 대곡에 가까운 폭발로 이끄는 그의 음악은 평범한 무대매너로 볼 때는 감흥이 잘 살지 않는다. 적어도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서 온 팬들 앞에서 하는 공연이라면, 음악에 가장 잘 어울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로 이 타이틀을 보면 극단적인 선동과 자극을 담고 있는 이 공연의 분위기가 마릴린 맨슨의 음악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Sweet dreams'가 후반부에 이르러 자극적인 조명과 함께 폭발적으로 전개되는 장면은, 공연의 퍼포먼스가 뮤지션의 음악에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물론 마릴린 맨슨의 퍼포먼스를 보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중파 TV에 이들이 나오지 않는 한, 그들은 마릴린 맨슨의 공연을 돈 주고 보는 일도 없을 것이고, 그들의 DVD도 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마릴린 맨슨같은 밴드가 아니라 이 DVD에 담긴 ‘완전 성인용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무방할 ‘The Death Parade'같은 영상들을 개념 없이 공개된 사이트에 무차별적으로 올리는 사람들일 것이다(아마 그런 사람들이 카우치의 행동을 옹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공중파 TV에서는 해야 할 게 있고 하지 말아야할 게 있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무시하면, 그건 바로 방종이 된다. 하지만 공연과 DVD처럼 ’하고 싶은 사람‘과 ’보고 싶은 사람‘만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해야 한다. 그게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