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BS '진실게임‘에 출연한 ’4억 소녀‘에 관한 이야기를 아는가. 쉽게 말하면 불과 20세의 나이에 순수익만 4억을 올리는 여성이 출연했는데, 방송이 나간 뒤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어머니와 딸 불과 두 명이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어떻게 연봉 4억이 나올 수 있느냐는 주장부터 이 ’4억 소녀‘에 대한 비난과 옹호, 그리고 당사자의 해명까지, 네티즌의 화제가 되는 일들이 모두 그렇듯, 이 일 역시 각자의 입장만이 남은 채 그냥 그렇게 잠잠해질 듯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건 이 ‘4억 소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심리다. 왜 사람들은 ‘4억 소녀’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까. 그건 돈 때문이다. 이 소녀가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면 사람들은 진위 여부에 그의 세금 부과 관계까지 따져가며 파헤치는 정도의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고, 환호와 비난이 갈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린나이에 4억씩이나 벌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하고 싶은 걸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
당연한 일이긴 하다. 필자도 이 얘기를 듣고 처음 들었던 생각이 부럽다는 것이었고, 은근히 ‘그게 정말일까?’라는 생각, 혹은 ‘사실이 아니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까. 하지만, 과연 그것만이 전부일까. 요 며칠간 ‘4억 소녀’에 대한 이야기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4억 소녀’가 그 돈으로 뭘 하고 싶은지, 혹은 미래의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4억을 버는 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어린 나이에 그 정도의 강단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다면 나름대로 삶의 목표가 있을 것 아닌가. 단지 몇 억씩 벌어 사고 싶은 것 사는 게 꿈의 끝일까?
이런 생각이 들 때 집의 장식장에 꽂혀있는 <Woodstock : 3 days of peace & music>(이하 <Wood stock>)을 보면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어린 시절, 우드스탁은 꿈 그 자체였다. 그건 순수한 록 스피릿만으로 ‘사랑과 평화’를 외친 이 공연의 의도나 전설이 된 거장들이 참여한 공연의 내용 때문은 아니었다. 솔직히 그 때는 이 공연의 의미나 뮤지션들의 면면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했고, 이 공연을 직접 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공연은 필자의 꿈이었다. 언젠가는 나도 이 공연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 그리고 언젠간 한국에서도 저런 멋진 공연이, 최고의 뮤지션들이 끝없이 넓은 곳에서 며칠씩 공연을 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공연이 벌어질 거라는 기대는 필자를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물론 그 바람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고, 필자도 뭐 대단한 일 하나 해놓은 것 없이 30대가 되버렸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노력하다보면 지금 목표로 하는 것의 1/100이라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꿈은 모두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걸 이루기 위해 사람을 열정적으로 만들기에 가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보면 우드스탁처럼 꿈이 현실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발매가 안 된 까닭에 미국판을 구입해서 감상해야 하지만, <Woodstock>은 공연의 명성만큼이나 공연의 전체적인 완성도와 타이틀로서의 완성도가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사실 이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 착각하기 쉬운 것이, 영상물로서의 <Woodstock>이 그저 콘서트를 담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Woodstock>은 공연 타이틀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타이틀에 가깝다. 물론 크로스비, 스틸스 & 내쉬로부터 더 후와 제니스 조플린, 그리고 지미 헨드릭스에 이르는 록의 전설들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런 공연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3일간 지속되는 일들을 정리한 영상들은 우드스탁이 그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었는가는 물론, 보수 세력과의 알력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펼쳐진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특히 그 당시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공연을 지켜보는 음악팬들의 모습은 우드스탁을 낳게 한 히피즘에 대한 귀중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역사적인 자료의 가치뿐만 아니라 DVD 타이틀로서 <Woodstock>의 완성도는 이 타이틀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이미 40여 년 전의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리마스터링 된 사운드는 요즘 록 공연 타이틀 못지않다. 특히 리어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 ‘광활한’ 공연장의 현장감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나, 그 당시 소스로도 명확한 사운드 분리도를 자랑하는 것은 놀라운 수준이다. 게다가 비디오나 음반으로 나온 타이틀과 달리 제퍼슨 에어 플레인, 제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등의 미공개 분량이 추가, 우드스탁의 실제 공연에 더욱 다가섰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물론 여전히 3일의 기록에 관한 ‘컴플리트’ 버전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40여 년 전의 공연이 이런 멋진 모습으로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건, 여전히 우리에겐 꿈이다. 그리고 이런 공연 타이틀 하나를 보며 열광하고, 자신의 꿈을 정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은 더 우울한 일이고 말이다.